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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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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궁리하기


  • ISBN-13
    979-11-986524-4-7 (05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파롤앤 / (주)파롤앤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1-2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박 클레어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요리 / 식음료 등 , 요리법 일반 , 편안한 음식 및 향수 음식
  • 키워드
    #요리법 일반 #인물, 소설이외의 산문 #에세이, 문학에세이 #요리 / 식음료 등 #편안한 음식 및 향수 음식
  • 도서유형
    전자책, EPUB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책소개

바쁜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가족들을 한데 모으는 곳은 어디? 바로 부엌이다. 집안의 춥고 서러운 변방에서 광채 나는 ‘센터’로 신분 상승한 것도 잠시, 외식산업의 발달로 퇴출 가능성도 점쳐지는 예측불허의 운명을 지닌 그곳.

 

반업주부를 꿈꾸는 전업주부 박 클레어에게 부엌은 주된 일터이다. 자신만의 요리사를 갖고 싶은 오랜 소원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가족들, 가끔은 친구나 지인들을 위해 요리한다. SNS 계정에 직접 만든 요리 사진들과 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밥을 짓듯 한 권의 책을 완성해 냈다. 참신한 메뉴, 플레이팅, 건강한 밥상에 대한 고민, 음식에 따라오는 추억 곱씹기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이국의 요리들도 낯설지 않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보려는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요리책이 아닌 ‘요리에 관한 책’이다.

 

첨단 조리 기구들에 둘러싸여도 여전히 부엌 노동은 고립감과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이 해준 밥이 최고!’라는 깨달음이 한숨처럼 터져 나온다. ‘부엌 지킴이들’의 복지가 중요하다. 숭고한 자부심은 접어 두고 ‘궁리하는 재미’에 빠져 보자. 만화책 볼 때처럼 혼자 낄낄대고 있으면 슬며시 목을 빼고 다가오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먼저 찾아낸 쏠쏠한 재미를 살짝만 그들에게 흘려 보자.

 

부엌은 붐벼야 제맛이다, 먼저 재미를 발견한 이들과 동화된 동참자들로. 충실한 부엌 지킴이들이 고립되는 것이 아닌, 무심한 구경꾼들이 소외되는 반전을 일으켜 보자. ‘궁리하는 자들’은 ‘구르는 돌’처럼 세월의 이끼에 저항하는 견고한 힘을 갖게 되리라. 전문요리사는 아니어도 줏대를 가진 개별 요리자(者)들이 활동하는 그곳, 부엌의 미래는 소멸이 아닌 예술가의 작업실이면 어떨까?

목차

들어가는 글

 

1장 셰프를 꿈꾸는 요리

연어로 만든 장미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요리책

새 식탁보 effect!

우물 파기 대작전

비움의 미학

봄날의 원무, 혹은 꼬리잡기 게임

족적을 남기는 요리

 

2장 유머가 있는 요리

디코이

나쁜 친구에게 바치는 詩

그때그때 달라요

김, 떡, 순

블라인드 테스트

엄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대식가 DNA

 

3장 스토리가 있는 요리

레전드 김밥

여름 과일들을 보내며

도시락

부엌은 어쩌다가

깨진 접시도 쓸모가 있다구?

술 취한 새우

 

4장 계절과 교감하는 요리

개화

초당옥수수

여름아 물렀거라!

명절은 코끝으로 온다

어쩌다 크리스마스

봄, 곧 도착 예정

 

5장 살 빼기 책임지는 요리

나만의 샐러드

냉장고 다이어트

은밀하게 위대하게

두부의 변신은 유죄

나는 당당한 조연배우다!

빌바오의 추억

 

6장 기능성 요리

손님 초대

냉장고

배달 음식 못 끊어!

비트를 느껴 봐!

핑거푸드

식탁 위의 경계

브런치

토마토야 춤춰 봐!

 

7장 해외여행 요리

고수 빼 드릴까요?

향신료의 마법

커리

바게트

하몬 하몬

당근 라테 or 라페

달걀

꼬꼬와 함께 날기

 

8장 유횩하는 요리

가난뱅이들의 랍스터

추억의 맛

태양을 닮은 요리

가니쉬

도마 위의 우주쇼

반찬

요리자의 자격

본문인용

요즘 누가 “요리 좀 열심히 하는 것 같던데요.” 하면 나는 손보다 머리가 더 고달프다고 푸념을 한다. 진짜다. 수더분한 배우자 같은 일상의 음식도 애인의 여우짓을 보태면 나름 지루하지 않다. 반복적인 것들에 약간의 창의적인 노력이 들어가면 숨통이 트이고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플레이팅이 바로 우리가 할 여우짓이다. 궁리를 해야 가능한.(연어로 만든 장미, p.19)

 

가족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곳. 편하게 책도 보고 컴퓨터도 켤 수 있는 곳. 부지런히 수련하여 망작이라도 건져 올리는 곳. 누가 억지로 가둔 것도 아닌데 제 발로 부엌을 서성인다.(부엌은 어쩌다가, p.93)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음식은, 평가를 주저하게 한다. 꽤나 고마운 장점이다.(나만의 샐러드, p.133)

 

우리만 즐긴다고 생각했던 음식들이 먼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으면 신기하고 반갑다. 식탁은 우리가 나뉘고 섞이고 편을 먹었다가 또 혼자가 되기도 하는 기묘한 곳인 듯하다.(식탁 위의 경계, p.183)

 

당근은 여러 군데 겹치기 출연하고도 주목받지 못했던 조연배우 같다.(당근 라테 or 라페, p.215)

 

일상 탈출 시도에는 꼬꼬의 맹렬한 날갯짓 정도의 공이 든다. 수피에르와 은식기, 이름은 어렵지만 맛은 꽤 친숙한 꼬꼬뱅과 함께한 저녁은 잠시 아름답게 낯설었다.(꼬꼬와 함께 날기, p.224)

 

내 부엌에도 낮달이 많이 떠 있다. 빗 썰린 실패한 무 조각들이다. 보름달, 반달, 초승달이 한꺼번에 떴네! 한번 볼래? 도마 위의 장관, 모양 다른 달들이 일렬로 늘어선 특별한 우주쇼를 보러 오는 이가 아무도 없다. 쩝, 서둘러 어설픈 달들을 주워 먹는다. 달이 달다.(도마 위의 우주쇼, p.246)

 

우리의 관심과 궁금함과 안달은 요리를 향한 열정의 본질이다. 자꾸만 간을 보다가 끝내 짜게 만들고 머리칼을 쥐어뜯게도 만든다. 배가 고파 무언가를 서둘러 만들고, 냉장고의 묵은 짐을 덜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음식에도 연지 곤지 찍어 보는 그런 열심. 누군가에게는 영구히 결여되어 있거나 아직 개발되지 않은, 내 안에 충만했다가 사그라지기도 하는 그런 열정. 불현듯 찾아오는 ‘그분’을 영접하기만 한다면 밀키트와 맞짱 뜰 배짱 정도는 생길 것이다. 생각해 보니 요리자(요리사 아님 주의!)의 자격은 이거면 충분하다. I am still hungry!(요리자의 자격, p.254)

서평

『부엌에서 궁리하기』를 요리책이라고 속단하지 말자. 이 제목은 궁리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는다. 그러니까 부엌에서 어떤 요리를 할까를 궁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궁리하고 있을 뿐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부엌’보다는 ‘궁리’가 더 강조되는 단어이고, 궁리의 목적어는 이것저것이다. 다시 말해서 삶에 대한 궁리이다. 요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잡생각이 많을 수 있지만, 궁리는 그런 잡생각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어떤 것에 관한 생각이다. ‘사유’라는 거창한 말보다 ‘궁리’라고 말하는 것은 매일매일에 사사로운 삶을 이리저리 새롭게 기획해 보는 재미있는 놀이의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 그런데 궁리하는 공간인 부엌에서 저자가 하는 요리는 반드시 ‘맛’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맛과 비슷하지만 한 획 다른 것인 ‘멋’과 관련된다. 그렇다고 ‘멋진’ 요리를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요리를 하면서 일상의 지친 삶을 멋진 꽃처럼 피어나게 하는 궁리를 하는 것이다. 이때 저자가 부여하고자 하는 멋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이다. 마치 베이킹을 할 때 허용할 수 있는 적당한 당도를 찾아내는 것처럼, 저자는 삶을 조금 멋스럽게 해주는 적당한 표현을 찾아낸다. 부엌에서 이러저러하게 궁리하는 이 이야기를 독자에게 권하는 것은 저자의 궁리라는 것이 삶이란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음식을 이야기의 재료로 간혹 삼고 있는 것도 프랑스 음식이 아마도 행복에 대한 믿음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 ‘김떡순’에게 저항하지만, 저자는 늘 진다. 저자는 음식 앞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욕망 앞에서 기필코 자발적으로 패배를 선택한다. 매일매일의 일상이라는 ‘쑥과 마늘’의 시간에 ‘행복’이라는 단백질을 뿌리는 이 몽상가의 부엌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저자소개

저자 : 박 클레어
생애 첫 꿈은 ‘척척박사’였다. 말하기 애매해서 누가 물어보면 선생님…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척척박사는커녕 석사도 수료에 머무르고 말았다. 불어불문학을 전공하였고 약간의 번역일과 학원 강사를 해본 경력이 있다. 단막극을 써서 단 한 번 무대에 올린 적이 있으나 하필 결혼식 날과 겹쳐 끝끝내 보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동화책과 더불어 요리책을 즐겨보았다. 결혼 이후 프랑스와 홍콩에서 한동안 거주한 적이 있다. 전업주부로 살며 평상시에는 생존 요리를 하다가 손님 초대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잠시 요리 열정을 환하게 불사른다. 친구들의 권유로 시작한 요리 계정 @tulliskitchen에 글과 사진들을 짬짬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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