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기(東遊記)》는 일명 《상동팔선전(上洞八仙傳)》인데 명나라의 오원태(吳元泰, 생졸년 미상)가 지은 56회본의 장회(章回) 소설이다. 소설 《동유기》의 내용은 중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여덟 명의 신선, 곧 팔선(八仙)의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원대(元代)의 잡극(雜劇) 《쟁옥판팔선과창해(爭玉板八仙過滄海)》가 그 뿌리라고 알려졌다.
《사유기(四遊記)》의 탄생
《서유기》가 민간에서 소설이나 잡극(雜劇)으로 크게 유행하자, 그 영향으로 난강(蘭江) 오원태(吳元泰)의 《동유기(東遊記)》[일명 상동팔선전(上洞八仙傳)》], 여상두(余象斗)의 《남유기(南遊記)》[일명 《오현영관대제화광천왕전(五顯靈官大帝華光天王傳)》]와 《북유기(北遊記)》[일명 《북방진무현천상제출신지전(北方鎭武玄天上帝出身志傳)》 그리고 《서유기》 100회 본을 요약한 양지화(楊志和)의 《서유기전(西遊記傳)》[일명 《서유기절본(西遊記節本)》] 41회본이 나왔다. 이 네 편의 소설을 오행(五行) 사상의 동서남북을 주관하는 사신(四神 : 청룡, 주작, 백호, 현무)처럼 생각해 《사유기(四遊記)》라 통칭한다. 이 《사유기》는 이루어진 시기나 그 주제와 문장이 서로 다르다. 그러나 민간에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후세 문인들에게 많은 창작 자료를 제공한 사실은 틀림없다. 이 사유기 중 《동유기》가 특히 가장 잘 알려졌고 여러 가지 면에서 《서유기》와 서로 비교된다.
선(仙)과 도(道), 기(氣)와 단(丹)
그러나 《동유기》가 비록 《서유기》의 아류(亞流)에 속하는 제목이라 하지만, 그 주제와 내용에서는 그야말로 동쪽과 서쪽만큼 차이가 있으며 《동유기》에는 《서유기》 못지않은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 재미는 공상 세계의 재미가 아닌 현실 생활 속의 재미라 할 수 있다.
《동유기》는 중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민간 전설의 주제인 팔선의 이야기, 곧 이철괴를 비롯한 여덟 신선들의 수련(修鍊)과 득도(得道) 그리고 그들의 활약이라는 가장 일반적이고 중국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동유기》 전편(全篇)에는 도가(道家) 사상이 일관되게 관통되고 있다. 도가의 청정(淸淨)과 무위(無爲), 기(氣)의 수련과 단(丹)의 제조, 선행(善行)과 득도 과정 등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또한 노자(老子)의 사상과 도교의 성립 과정 등이 소설처럼 묘사되었다. 신선과 속세 미녀의 아름다운 로맨스도 실려 있는데 이는 도가(道家) 수련의 한 방법인 방중술(房中術)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인의 의식 구조와 사유(思惟) 방법
《동유기》는 중국의 수많은 민간 신화와 전설을 수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인의 의식 구조와 사유(思惟) 방법 그리고 그들의 생활 감정과 중국인들이 꿈꾸는 이상 세계가 뚜렷하게 양각(陽刻)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유기》에는 선과 악 그리고 자유정신과 권위에 항거하는 저항 의식 그리고 선행에 대한 보답이 신선들의 활약 속에 강하게 나타나 있다. 동시에 시(詩)와 학문을 숭상하면서도 문무(文武)를 숭상하는 씩씩하고 지적인 중국인의 이상적 인물상이 전쟁에 관한 상당량의 서술을 통해 그들의 자화상처럼 묘사되어 있다는 점도 결코 그냥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이 소설에는 중국인들의 민족적 자긍심이 들어 있고 그들의 협동 단결과 집단의식은 중국인들의 훌륭한 미덕으로 묘사되었다. 한마디로 《동유기》는 다양한 사건의 전개와 구성 속에 현실적 재미와 함께 《서유기》나 더 나아가 4대 기서(奇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상성이 풍부한 소설이다. 즉, 《동유기》는 소설이면서 선(仙)과 단(丹)을 추구하는 철학서이며, 중국인들의 의식 구조를 설명하는 민속(民俗) 사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유기》의 영향
《서유기》가 독자들에게 자유분방한 공상 속의 재미를 일러 주었다면, 《동유기》는 성인(成人)들에게 인생을 말하고 생활과 철학을 가르치는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유기》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인 철학 이야기이며 강렬한 생명력을 가진 소설이 《동유기》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그때까지 분분하던 팔선(八仙)의 구성원이 이 소설에 의해 확정되었고, 이후 팔선에 관한 모든 이야기의 근본 출처가 되었다. 아울러 상팔선(上八仙), 하팔선(下八仙)의 명칭과 인물이 창조되었고, 수많은 회화(繪畵)의 소재가 여기에서 나왔다. 우리는 이 소설을 현실 속의 자유를 그리는 재미로 읽고 또 선(仙)과 단(丹)의 소설로 그리고 노자와 도교의 철학서로 읽을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삽화는 왕기(王圻)와 왕사의(王思義)가 편집한 명(明) 신종(神宗) 만력(萬曆) 35년 각본의 영인판(影印版)인 상해도서관(上海圖書館) 간행 《삼재도회(三才圖會)》 권2 〈인물(人物)〉 편의 그림을 전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