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그게 사실상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지금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보고, 검정고시 만점을 못 받으면 다시 정시로 가는 일정.
“아빠가 큰마음 먹은 거야. 여기 학원비가…….”
엄마의 말에 따르면 학원비가 한 달에 400만 원 가까이 든다고 했다. 먹고 자고 관리하는 비용까지 모두 합쳐서.
“아빠는 네가 지금 자퇴했으면 좋겠어. 그게 현명한 일이야.” _이기호, 〈학교를 사랑합니다: 자퇴 전날〉
입시 컨설턴트들은 킬러 문항을 죽인 존재라는 의미로 정부를 ‘킬러 문항 킬러’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바로 그런 정부를 죽이는 존재라며 ‘킬러 문항 킬러 킬러’라고 소개했다. 사교육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부는 없다고 했다. _장강명, 〈킬러 문항 킬러 킬러〉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자살률이 높은지 아세요? 뭐든 줄을 세워서 그런 거예요. 가장 돈 많이 버는 직업,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인생이 뭐가 그리 즐겁겠습니까. 그리고 대부분은 낙오하기 마련이에요. 모든 아이가 의사가 될 수는 없다고요. _이서수, 〈구슬에 비치는〉
이 시가 어떤 느낌인가, 이 글을 어떤 어조로 낭독해야 하는가, 이런 게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고민이거든? 시에 자기 느낌을 가지면 안 된다, 그게 대한민국 국어 교육의 핵심이라고! 대체 몇 번을 말해줘야 하니? _정아은, 〈그날 아침 나는 왜 만 원짜리들 앞에 서 있었는가〉
네가 내 기분을 알아? 아직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아들이 게이일지도 모르는 부모의 심정을 알아?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참으면서 다른 무슨 말이라도 떠올려보려 애썼지만 잘되지 않았다. 어렵사리 짜낸 말은 겨우 이랬다.
“선생님은 우리 애가 게이라고 생각하세요?” _박서련, 〈다른 아이〉
선생은 그날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을 모두 강당에 불러놓고 저주인지 응원인지 모를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첫 학기에 전교 4등 안에 든 애들로 특별반을 만들 거라고 했다. 특별반에 든 애들에게는 대입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며 거기에 못 들면 대입은 망한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나 선생의 열변에도 불구하고 듣는 애들은 거의 없었다. _서윤빈, 〈소나기〉
매년 실용음악과를 졸업하는 학생이 몇 명인 줄 아니? 걔들 몇 명 빼고 다 백수야. 그런데 서울대학교를 나오면! 음악으로 성공하지 못해도 다른 길이 생긴다니까? 든든한 보험이야. 음악 말고 다른 공부도 하니까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교양도 쌓이고. _정진영, 〈덜 싸우고 덜 상처받는 전략〉
공부에는 왕도가 없지만, 시험에는 왕도가 있습니다. 입시는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암기에 매진하지 않고, 순수한 공부를 위한 이해에 매진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_최영, 〈대치동 허생전〉
어머니, 외국어고등학교나 과학고등학교 출신이 아닌 대안학교 출신 애들은 안 받아요. 그건 우리 학원계의 상식이고 기본이에요. 지금 이런 얘기를 하는 저 자신이 다 창피해지네요. _주원규, 〈한 바퀴만 더〉
콧물은 줄줄 흐르고 침 삼킬 때마다 목이 찢어질 듯 아팠는데도 수는 헤헤 웃었다. 학교에 안 가도 되니까, 구구단을 외웠는지 검사를 안 받아도 되고 받아쓰기 시험을 안 볼 수도 있으니까. 38.5, 39.1, 39.8, 40.3. 체온계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웃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수의 세계에서 높은 숫자는 잘한다는 뜻이었다. _지영, 〈민수의 손을 잡아요〉
아빠가 말했잖아. 세상은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너랑 네 엄마가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에 살 수 있었니? 아빠가 서울대학교 나왔으니까! 그 치열한 대치동에서 일타강사가 됐으니까! 난다 긴다 하는 집안 애들도 대기 번호를 받고 기다려야 들어가는 학원을 차렸으니까! _염기원, 〈지옥의 온도〉
통화의 시작은 냉랭했으나 몇 마디 주고받은 뒤로는 둘 다 자기 아들을 변호하기 바빴다. 거친 감정이 오가던 통화 끝에 지영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 일로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그 말에 정후 엄마는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우리 애도 그쪽 애 때문에 힘들었어요.” _문경민, 〈지나간 일〉
서진은 사춘기라서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인생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 공부와 상관없고 해답이나 정답이 없어 보이는 것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고 얘기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학교나 학원 모두 그런 것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_서유미, 〈우리들의 방과 후〉
사랑이 혐오를 이긴다는 얘기에 대다수가 고갤 끄덕일 때쯤 김남숙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왜 또, 하는 순간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에 대해 뭘 안다고, 하는 순간에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과 한 교실에 있다니,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_김현, 〈김남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