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보들보들 목화의 솜꽃에서 몽실몽실 그리움이 피어나다
땅에 심어진 목화씨는 흙을 비집고 나와 초록의 싹을 틔우며 쑥쑥 자랍니다. 한나절 동안 피어난 샛노랑 아기꽃은 이내 연분홍으로 변하다 진분홍에 이르면 일순간 툭 떨어지는데, 이는 마치 여인이 살아가는 삶의 여정을 그려낸 듯합니다. 노란색 어린 아이가 자라 연분홍 새색시가 되고 또 농염한 여인처럼 진분홍이 되면 자신을 툭 떨쳐 버리고, 그동안 품어 왔던 봉오리를 내세웁니다. 마치 자식을 선보이는 것처럼요. 봉오리가 맺히면 그 다음은 목화 가지의 차례입니다. 솜꽃을 피우기 위해 가지는 뜨거운 태양을 향해 주저함 없이 나아갑니다. 자신이 타들어가는 것도 마다치 않고요. 부정과 모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목화의 성장 속에서 자식과도 같은 솜꽃은 하얗고 포슬하게 피어납니다.
그리고 목화는 아이의 손에 닿아 그 따뜻한 기억과 포근한 촉감을 건네는 마음속의 존재, 고양이에 이릅니다. 서사의 바탕은 목화씨의 성장을 다루고 있지만, 그 핵심은 목화의 포근함과 따스함이 내면의 추억을 소중하게 감싸안으며 우리의 삶, 그 갈피에 다가옵니다. 더불어 목화씨가 솜꽃을 피우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아이의 시선에서 보여주고, 우리의 생활 속에 밀착되어 있는 목화로 만들어진 용품에 대해 주도적으로 생각해 보게 이끕니다.
이야기의 소재와 이미지 구현의 재료 및 과정이 서사의 맥락 위에서 촘촘하게 연결
작가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자라나는 목화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목화실로 만들어진 광목 위에 목화로 자은 면사로 수를 놓고 목화로 만든 천을 바느질해 책 전체의 이미지를 완성했습니다. 이처럼 목화와 목화가 담고 있는 따스하고 포근한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이 그림책의 모든 이미지는 모두 목화로부터 온 것입니다. 이야기의 소재와 이미지의 표현 재료가 동일한 선상에서 이루어 내는 화음과 조화는 내용과 물성이 합일되어 완전한 하나의 맥락으로 통하는 그림책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