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철학은 현실 정치와 무관한 탁상공론에 불과할까?
플라톤에게서 정치철학의 실천적 힘을 재발굴하다
팬데믹, 기후변화, 민주주의의 후퇴 등 오늘날 현안들은 우리의 삶이 앞으로 어느 방향을 향하는 것이 옳은지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한다. 그러나 정치철학은 이 시급한 문제에 답하지 못한다. 근대 이래 사실과 가치를 엄격히 구분하고 가치중립성을 표방하면서 ‘더 나은 것’에 대한 앎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정치철학이 어떻게 다시 공동체의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레오 스트라우스는 고전정치철학에서 그 답을 찾는다.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고전정치철학은 ‘소크라테스 문제’에 대응하려는 시도로 요약된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표상하듯 공동체의 지속·번영을 추구하는 정치와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은 필연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플라톤과 그 후계자들은 이 갈등을 직시하면서 어떻게 최선의 정치 질서를 실현할지 고민했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철학이 사회계약론을 위시한 근대적 교리에서 벗어나 그러한 고전정치철학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고전을 연구해 정치철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스트라우스의 사유를 열 가지 키워드로 조망한다. 스트라우스가 막스 베버의 ‘사실/가치 구분’을 어떻게 바라보고 비판했는지, 정치사상의 고전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저술의 기술’이란 무엇인지, 이라크전쟁이 터졌을 때 불거진 ‘스트라우스 스캔들’이 스트라우스의 국제정치관을 어떻게 왜곡했는지 등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위기에 빠진 정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정치철학의 미래가 여기 있다.
레오 스트라우스(Leo Strauss, 1899∼1973)
1899년 독일의 작은 마을 키르히하인(Kirchhain)에서 태어나 유대인 교육을 받았다. 1921년 에른스트 카시러의 지도 아래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에드문트 후설과 마르틴 하이데거 등의 영향을 받았다. 1930년대 초 록펠러재단의 지원으로 토머스 홉스의 정치철학 연구를 진행했고, 1935년에는 중세 유대인 철학자 마이모니데스에 대한 연구서로 ≪철학과 법≫을 출판했다. 미국 망명 후 1937년부터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이후 뉴스쿨에서 약 10년간 그리고 시카고대학교에서 약 18년간 정치철학을 강의했다. 1950년 이후 활발하게 저술 활동을 하며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 ≪자연법과 역사≫, ≪국가와 인간≫, ≪플라톤 정치철학 연구≫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의 사상은 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 정치학계를 풍미했고, 현재까지 그의 학풍을 이어받은 학자들이 정치사상과 정치철학 분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