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스포츠신문 창간의 귀재”, “추리작가의 대부”라는 칭호를 얻고 있는 언론인이자 소설가 이상우. 이 책은 여든 중반을 넘긴 나이지만 아직도 한국디지털문인협회 이사장,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의 인생 에세이다.
1부 “잊지 못할 사람들”에서는 시인 구상, 만화가 안의섭과 고우영, 코미디언 이주일, 영화감독 이장호와 정지영,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 김동길 교수 등 한국 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과 있었던 추억을 회상한다.
2부 “잊지 못할 날들”에서는 소련의 마지막 대통령 고르바초프와의 못 이룬 약속을 아쉬워하고, 스포츠신문사 재직 시절의 신화로 남은 에피소드들을 풀어놓는다.
3부 “미래로 가는 길목에서”는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감없이 드러내 MZ세대, 미투 사건, 젠더 전쟁, 꼰대, 챗GPT와 AI, 냉동인간, 대중문화 등 시대정신이 살아 있는 예리한 글들을 제시한다.
4부 “정치, 꼴도 보기 싫다”에서는 현재 한국 정치의 한심한 작태들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이 그득하다.
5부 “그래도 과거는 미래를 만든다”에서는 역사, 인생, 낭만, 미래 등의 키워드를 통해 저자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희망을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저자 이상우의 인생 터치이기도 하지만, 인텔리겐치아로서 이 시대를 살아 낸 그의 정신의 산물이고, 미래의 통찰을 담은 잠언과도 같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 이제는 좀 생각할 때다.
나라가 혼란스럽다. 국민은 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정치인은 사분오열 편 갈라서 오직 국민을 위해서 싸운다고 열변을 토한다. 스승의 그림자는 제자들에게 밟혀 지워졌다. 남자는 여자를 미워하고 여자는 남자를 싫어한다. 사랑이 없으니 가정이 없고 인구는 언덕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민주주의를 구현한 헌법이 있고 거리마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나라, 전자제품을 제일 잘 만드는 나라, 밤길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나라, 커피를 세계에서 제일 많이 마시는 나라, 주름살 가득 지혜를 담은 노인들이 늘어나는 나라, 노벨 문학상을 받은 여성 작가가 있는 나라인 선진국 대한민국. 그러나 국민을 파는 애국자는 많은데, 국민을 이끄는 스승은 없다. 그것이 21세기의 대한민국이다.
이 나라 지도자들은 툭하면 국민을 판다. 법을 우습게 여기는 정치인도 국민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한다. 국민이 우리를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은 거의 정확하게 3등분 되었다. 여당을 지지하는 국민과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거의 비슷한 수치로 3분의 1씩이다. 물론 국회의원 숫자와는 다르다. 그리고 국민의 3분의 1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3분의 1이 전체 국민의 뜻인 양 국민의 뜻을 판다.
지도자들은 국민의 진짜 걱정이 무엇인지 모른다. 국민은 거짓 연설 잘하는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내 편과 네 편을 철천지원수처럼 갈라놓고 낯부끄러운 언어로 서로를 헐뜯고 있다.
국민이 누구를 본받고 무엇을 배우라는 말인가.
나라를 이끌 참다운 스승이 없다. 민족의 스승들을 이들이 모두 패를 갈라 싸우면서 파묻어 버렸다. 모든 것이 일류인 나라에 정치만 꼴찌를 가고 있다.
참다운 스승이 대우받는 나라, 큰 스승이 나라를 이끄는 시대가 그립다. 우리 모두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자.
필자가 살아온 시대와 미래를 내다보며 오늘을 생각하는 짧은 글 조각을 모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