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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과 입자


  • ISBN-13
    978-89-364-3467-0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창비 / (주)창비
  • 정가
    16,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1-01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황여정
  • 번역
    -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창비 #소설: 일반 및 문학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188 mm, 252 Page

책소개

“나는 진정한 연결을 원해.

내가 진짜로 누구이고 네가 진짜로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소설이 다다를 수 있는 지고지순한 깨달음

아득히 먼 곳의 ‘너’에게 닿을 ‘나’의 진심

 

“집요함과 대범함이 느껴”지는 “세련되고 효율적인 구성”(은희경), 작품의 “전언과 감정을 훼손 없이 소중히 보관”(신형철)하고 싶어진다 등의 찬사를 받으며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 데뷔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은 황여정의 세번째 장편소설 『숨과 입자』가 출간되었다. 황여정은 역사적‧사회적 문제를 예리한 눈매로 주시하며 비극으로 빚어지는 관계의 균열과 애틋한 정서를 아름답게 엮은 작품들로 주목받아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에 더해 일상적 개념에 변성을 일으키는 탄탄한 문장들로 삶의 진정성을 회복해가는 특별한 감동을 쌓아올렸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 즉 삶의 본질을 잊은 채 살아가던 인물들이 생의 변곡점이 되어줄 인물과 맞닿아 이전까지와 다른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과정이 인식의 지평을 활짝 열어젖힌다. ‘나’의 이야기가 마침내 모두와 연결되는 정교한 서사는 가슴속 깊이 따스하게 스며들며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긴다.

 

내면은 텅 비었지만 남들 보기에 세련되고 산뜻한 ‘퍼스널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일상을 벗어나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이수’, 형식적인 신앙생활에 지쳐가다가 간절하게 닿고 싶은 존재를 깨닫게 되는 ‘이영’. 자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황여정은 삶과 개인, 연결의 의미를 탐구한다. 이들의 삶 곳곳에서 이 찬란한 깨달음의 여정을 매개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서로가 견고하게 얽히며 감동의 영역을 넓힌다. “때로 타인을 통해 자신의 본질에 가닿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토록 잘 보여준 소설이 있을까.”(전성태, 추천사) 신중한 문체와 진중한 문제의식, 연결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인물들을 빈틈없이 엮어내는 섬세한 구성을 통해 우리는 머나먼 타인이라는 존재에, 흐릿하던 인생의 진면목에 한껏 가까워진다.

 

“그 모습은 어쩐지 그 사람의 전부를 말해주는 듯했지.”

순도 높은 진실을 찾아가는 지극한 여정

 

쉼 없이 유행을 좇으며 일에 파묻혀 살던 광고 디자이너 이수는 어느 날 회사에서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겪고 지독한 번아웃 증상에 시달린다. ‘발전적’이라고 생각해온 지난 삶이 사실은 자신에게 전혀 충족감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수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데, 그러던 중 동생 이영의 권유로 가게 된 포르투갈 여행에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특별한 경험을 한다. 우연히 만난 아드리아나에게 요가를 배우며 표리부동한 삶에서 ‘철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수가 요가의 호흡에 집중하며 내면의 환희를 목도하는 장면은 경이로운 감동이 책장을 넘어 손끝에 생생하게 전해질 정도로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이수는 그렇게 이전까지의 수동적인 삶에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다. 1부에서 전개되는 이수와 아드리아나의 이야기는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숨’에 대한 열망을 일깨우며 영혼의 강렬하고 궁극적인 ‘연결’로 묘사된다.

이러한 연결의 개념은 2부에서 동생 이영의 종교적 사유와 함께 더 멀리 뻗어나간다. 여기서는 ‘길병소’라는 인물이 고뇌를 함께한다.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 중인 길병소는 종교적 믿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이영이 일하는 기도원에 찾아와 이영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길병소와 대화하며 이영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지 곰곰 고민한다. 특성화고를 다니다가 현장실습을 나간 공장에서 산업재해로 죽은 친구 승아. 이영은 분명 오래전 떠나보낸 승아에게 닿고 싶어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이영이 진정 원하는 것은 교회라는 믿음의 형식이 아니라 신에게, 승아에게 닿고 싶은 지극한 마음이라는 깨달음이 세차게 밀려와 긴 파장을 남긴다. 길병소는 이영에게, 이영은 승아에게 닿으며 그렇게 또 연결이 발생한다.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다.”

너와 나, 현재와 과거, 삶과 죽음… 경계를 허물며 확장되는 사유

 

『숨과 입자』에서는 껍데기만 요란할 뿐 내면은 앙상하게 마른 사회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 직업계고, 실업계고, 전문계고, 특성화고,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이름만은 진화를 거듭해왔지만 승아의 사고와 같은 심각한 제도적 문제점을 여전히 안고 있는 한국 특성화고 현실이 대표적이다. 신앙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믿음의 형식에 종속되어 믿음의 본성을 잊는 세태가 선연하게 묘사된다. 이수의 서사 또한 본말이 전도된 현대사회의 초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스로를 혹사시키며 일하고 그럴싸한 겉모습을 연출하는 삶은 이수의 숨통을 조인다. 아드리아나와 요가를 만나 이런 껍데기를 벗고 비로소 편히 숨 쉬는 이수를 보며 우린 깨닫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SNS 게시물처럼 완벽하게 연출된 외양이 아니라고. 자신의 진심을 깨닫고 그럼으로써 타인과, 세계와 연결되는 경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감각이라고. 그렇게 삶의 불순물들이 날숨으로 날아가고 본래의 나를 이루는 것들이 들숨으로 채워진다.

과거와 현재, 이곳과 저곳, 겉과 속을 가로지르는 이야기는 마침내 삶과 죽음을 거론하며 애도를 다룬다. 작중 인물들이 누군가를 애도하는 방법은 각자 다르다. 하지만 방법이야 어떻든 애도하는 마음, 간절한 기원에 본질이 있다. 그렇기에 개인 각자는 궁극적으로 애도를 통해 연결되고 확장된다. 우리가 죽음으로부터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현장에 있었단 이유로 죽은 승아와 현장에 없었단 이유로 살아남은 나의 경계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무수한 죽음과 사회적 참사를 상기시키며 황여정은 모든 죽음에 모든 삶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연루되어 있다는 감각,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닿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너른 인식으로 우리를 이끈다.

 

“나는 누구일까.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 중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나의 의지이고 나 이외의 사람들의 의지일까. 당신은 누구일까.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개인이란 무엇일까. 그 의미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작가의 말) 『숨과 입자』는 이처럼 명확히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들에서 출발한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황여정은 사람과 사람,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관계를 파고든다. 끝끝내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고 답이 존재한다는 확신마저 스러질지언정 방황의 걸음걸음까지 살뜰히 살피며 다시 나아간다. 독자에게 닿으며 완성되는 것이 소설이라면, 『숨과 입자』는 그 어떤 작품보다 독자들과 가까이 맞닿으며 무한히 확장되는 작품일 것이다.

 

목차

제1부 궁극의 단위

제2부 믿음의 형식

제3부 개인의 탄생

 

작가의 말

본문인용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에 일생을 바쳐야 해? 그렇게 살아야만 의미가 있는 건가? 그렇게 살기만 하면 의미가 있어? 진짜로 그래?”(39면)

 

다만 짐작 가능한 한가지 사실이 있다면, 한번이라도 지극함을 가슴에 들이고 자신의 움직임에 그 마음을 실어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만나는 모든 대상에게 그 마음이 스스로 길을 내게 되어 있으며, 따라서 한 사람을 향해 시작된 저자의 여정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모든 무덤 속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걸음으로 전화되었을 거라는 점이라고, 이영은 썼다. 그리고 이런 문장이 이어졌다.

 

어쩌면 연결이란 그렇게 발생되는 것인지도 모른다.(43면)

 

내가 그녀와 대화를 나눈 시간은 총 일곱시간이었다. 고작 그랬다. 고작 그랬을 뿐인데, 그뒤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일곱시간의 대화만으로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

그 순간 그 사람은 사람 같지가 않았어. 뭐랄까, 입자라고 해야 할까. 더는 쪼개지지 않는 궁극의 단위 같은 거. 그 모습은 어쩐지 그 사람의 전부를 말해주는 듯했지. 그런데 그게 뭔지는 도무지 모르겠더라.(52~53면)

 

“호흡을 놓쳐도 돼. 호흡을 놓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야. 중요한 건 호흡을 놓쳤을 때 그걸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거야.”(89면)

 

아득한 침묵이 이어졌다. 편안하지만 나른하지 않았고 막연하지만 명료했다. 지금 이곳에 내가 있다는 감각이 또렷하면서도 의식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 너머를 유영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수리가 놀랍도록 시원해졌다. 맑고 상쾌한 물이 정수리에 쏟아지는, 혹은 정수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환희가 차올라 나도 모르게 아, 하고 탄성을 뱉었다.(93면)

 

그곳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살아야 하는 삶만 있을 뿐이었다. 더는 그러한 삶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았다.(96면)

 

“나는 진정한 연결을 원해. 내가 진짜로 누구이고 네가 진짜로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 어쨌거나 그걸 찾아나가는 게 나의 운명이라고 느껴. 내가 그걸 원하니까.”(109면)

 

“신을 왜 떠올렸는데?”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연결되고 싶었던 것 같아.”

“신하고?”

“응.”

“왜?”

“몰라. 그냥 그 순간에 그랬어.”

“아무튼 그래서 기도를 한 거라고?”

친구는 또 고개를 갸웃했다.

“한 거라기보다는…… 뭐랄까…… 일어났다고 해야 하나? 그게 정말로 기도가 맞다면.”(166면)

 

이영은 자신이 살아남은 사람이라는 걸 즉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때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때 그곳에 없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신 역시 당사자였고 그때 그곳에서 일어난 일의 관련자였다. 그때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죽거나 살아남은 자들과 이영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었다.(182면)

 

“‘연결’에 ‘발생된다’는 단어를 붙이니까 연결이라는 게 자연히 일어나는 일 같기도 하고 의도를 품고 일으키는 일 같기도 했어. 그래서 생각했지. 연결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아니, 확장할 수 있을까라고 해야 하나?”(183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라는 말을 오직 자기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만 쓰고 생각하는 게 종종 이상하게 여겨져. 모두와 구별되고 모두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개별자로서 ‘나’를 말하고 ‘나’를 의식하는 게 말이지. 오직 그런 의미로서만. (…) 왜 우리는 그 정도로밖에 ‘나’를 파악할 수 없는 걸까. 파편화되고 고립된 존재로.”(202면)

 

이영은 가닿고 싶었다. 가닿을 수 있었는데도 결국 가닿지 못하고 놓쳐버린 승아에게. 뒤늦게라도. 그래서 신에게도 가닿고 싶었던 것이었다. 승아가 가닿고 싶었던 대상이었으니까. 승아의 죽음이 어떤 일들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 어떤 시간들의 결과로 일어난 일이었는지 속속들이 알고 싶어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210~11면)

 

“한 사람을 안다는 건 모두의 시간을 알아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어. 모두에게 일어났고 모두가 겪어야 했던 모든 일들을 말이야. 그 사람이 존재하기 이전의 시간까지. 그 모든 것이 그 사람에게 깃들어 있을 테니까.”(228면)

 

“영원히 과거이기만 한 채로 사라지는 건 없단다. 너에게 닿은 것들은 모두 현재의 일이야. 그 모든 것을 현재로 만드는 건 너란다. 그걸 잊지 마.”(245면)

 

이따금 우연히 별을 보게 되면 알리나의 할머니가 했다는 그 말이 떠오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어쩌면 모든 것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시간도, 미래의 시간도, 그 시간 속에 있었거나 있을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 겪었고 겪을 일들도 모두 기다리고 있다고.

나를.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나도 나를.

와닿고 가닿기 위해서.

살아 있다는 건 그런 것이니까.(248면)

 

서평

황여정의 소설에는 역사, 폭력, 관계 앞에 비등한 부피로 ‘개인’이 세워져 있다. 황여정에게 개인은 본질적이고 실존적인 탐구 대상이다. 개인의 비극을 ‘운명’으로 수용할 수 없는 황여정은 인격화된 현대사회의 시스템을 인간의 조건으로 다룬다. 근대와 함께 탄생한 개인이 왜 자유를 잃고 왜소한 현대인이 되었는지, 어떻게 개인을 복원해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황여정은 집요한 필치로 탐색하고 있다. 『숨과 입자』는 요가를 통해 ‘한명의 개인으로서 나’를 회복하고자 하는 주인공이 ‘나’라는 경계의 무망을 깨닫고 타자와 연결되는 지점을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때로 타인을 통해 자신의 본질에 가닿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토록 잘 보여준 소설이 있을까. 연결되다, 가닿다, 다가서다…… 이런 단어들이 몸을 통과해가는 통증이 선연하다.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화두처럼 앞세우고 여러 인물의 사연에 닿는 여정은 자연스레 황여정이라는 작가의 고유한 책상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황여정의 소설이 주는 진정성의 무게는 세계를 제 책상과 연결하려는 작가의 고투에 있을 것이다. 앞 파도가 스러지기 전에 뒤 파도가 달려들 듯 구성된 리드미컬한 서사는 마침내 끝장에 이르러 삶이라는 벼랑을 세차게 때린다.  전성태 소설가

 

저자소개

저자 : 황여정
황여정(黃麗汀)
2017년 『알제리의 유령들』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내 이름을 불러줘』,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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