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욱아, 얼른 씻어. 집에 오면 손발부터 닦아.”
“엄마가 씻겨 주세요.”
“혼자 씻어. 이제 초등학생이잖아.”
‘혼자 하기 싫은데…….’
연욱이는 이럴 때 동생이 부러웠어. 자기도 다시 어려지고 싶었어. _22~23p
연욱이가 한쪽 다리를 아빠 앞으로 내밀었어.
“제 발냄새 맡아 보세요.”
아빠가 연욱이 발에 가까이 코를 댔어.
“크악.”
아빠가 인상을 쓰면서 고개를 돌렸어.
“지독해요?”
아빠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어.
“지독해.” _26p
잠들기 전에 연욱이는 자기 발냄새를 가만히 맡아 봤어. 구수하면서 고릿한 냄새가 딱 고르곤졸라피자 같았어. 연욱이는 발에 이불을 덮어 줬어. 아늑한 기분이 들었어.
“귀여운 고르곤졸라야, 잘 자.” _31p
연욱이는 거실 선반에서 냄새 없애는 스프레이를 꺼냈어. 옷에 뿌리면 안 좋은 냄새가 금방 날아가거든. 연욱이는 양말에 스프레이를 뿌렸어. 발바닥에 칙칙. 발가락에 칙칙. 그다음에 양말을 한 켤레 더 신었지.
‘이러면 절대 냄새가 안 나.’ _33p
“저 연욱이랑 짝꿍 못 하겠어요.”
연욱이가 놀라서 민지를 쳐다봤어.
“연욱이 발냄새가 너무 심해요. 숨을 못 쉬겠어요.”
아이들이 손으로 코를 막았어. 우웩 소리가 메아리처럼 이어졌지. _38p
“연욱아, 원래 자기 냄새는 잘 몰라. 냄새가 안 나는 것 같더라도 깨끗이 씻어야 해.”
“냄새도 안 나는데 왜 닦아요? 그건 물 낭비예요.”
연욱이가 종알거렸어. 뭔가 못마땅한 기분이 들었어. _44~45p
꿈 이야기를 듣고 나서 엄마가 다정하게 연욱이의 손을 잡았어. 연욱이는 손에 묻은 청록색 가루가 스르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어. 엄마 손은 약손인가 봐.
“연욱아, 네 옆에 누가 있으면 좋겠어? 민지 아니면 세균짱?”
연욱이는 민지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어.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어. _65p
연욱이는 비누 거품을 내어 발을 문질렀어. 발가락들이 거품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가 사라졌어. 연욱이와 숨바꼭질하듯이 말이야. 연욱이가 대야에 발을 넣었더니 물이 금세 뿌옇게 흐려졌어. _87~8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