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열, 토끼 인형은 대체 언제까지 가지고 다닐 거니?”
나는 엄마의 말을 못 들은 척 딴청을 부리다, 때마침 도착한 유치원 버스에 올랐다. 엄마의 한숨 소리가 뒤통수에 부딪힌 후 사방으로 흩어졌다. _7p
엄마가 우편함에서 가져온 편지봉투를 흔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도 이제 학부모가 된다는 사실에 기분 좋아 보였다.
“아휴, 이걸 받으니 엄마가 다 떨린다.”
“진짜, 진짜 왔어?”
까치발을 하고 엄마가 읽고 있는 입학 안내문을 들여다봤다. 안내문 아래 큼직하게 쓰여 있는 내 이름을 보고는 소리를 질렀다. 한글을 다 떼지는 못했지만 내 이름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야호! 나도 이제 학교 간다.” _15p
“너 한글 다 뗐어? 구구단은?”
연우 형의 말에 나는 입을 뾰족하게 내밀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도 큰일이다. 제발 호랑이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되지 않길 기도하는 게 좋을걸?”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연우 형에게 물었다.
“호랑이 선생님?” _22~23p
“스쿨버스 타고 가는 거 아냐?”
“너는 이제 유치원생이 아니야. 초등학교는 유치원처럼 집 앞에 와서 널 데려가는 게 아니라 너 스스로 걸어서 가야 해. 집에 올 때도 혼자서 와야 하고.”
“저렇게 차가 쌩쌩 달리는 곳을 나 혼자 다녀야 한다고?”
학교에 혼자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한 나는 깡충이를 꼭 움켜쥐며 말했다. 그래도 깡충이가 옆에 있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_31~32p
“김호란. 김호란이야, 우리 선생님 이름.”
“뭐! 저 이름이 김호란이라고?”
하마터면 소리를 꽥 지를 뻔했다. 선생님의 이름을 들은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학교에 있는 수많은 선생님 중에 연우 형이 알려 준 제일 무서운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_44~46p
호랑이, 아니 김호란 담임 선생님은 연우 형이 말했던 것처럼 수많은 규칙을 말해 줬다. 어찌나 지켜야 할 것이 많은지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규칙을 어길 때마다 준다는 벌점 스티커는 세 개가 모이면 쉬는 시간에 축구도 못 하고 교실에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에는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_57p
“깡충이가 너무 커서 주열이 가방에 몰래 숨길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세상에 무조건 안 되는 일은 없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은 방법이 생기는 법이거든.”
할머니는 그 방법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고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할머니의 말대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_7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