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들의 섬〉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작은 무인도에 정착한 ‘가짜 발명가’.
섬에 들끓는 새를 없애기 위해 빨간 눈의 토끼를 풀어놓는다.
〈스트리크닌〉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아랍의 한 도시. 어느 여인의 귀에서 발이 돋아난다.
여인은 귀를 가릴 만한 히잡을 사기 위해 시장에 나선다.
〈헤라르도의 편지〉
이별을 앞둔 연인이 외딴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음산한 숙소와 이상한 주인, 말라빠진 음식과 벌레가 들러붙은 욕실이 그들을 기다린다.
〈역행〉
타마라는 자기 할머니가 도시 최고의 요리사라고 으스댔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천장에 떠 있는 바로 저 할머니가.
〈파리 근교〉
파리에 더 머물기 위해 장학금을 연장해야 하는 유학생.
복지센터가 있는 근교로 향하지만, 거리와 건물이 미로처럼 펼쳐지며 길을 방해한다.
〈미오트라구스〉
구운 고기 요리를 먹던 손님이 웨이터에게 항의한다.
평생 새끼 염소를 먹어왔지만, 이 고기는 절대로 염소가 아니라는 것.
〈지옥의 건축학을 위한 기록〉
정신병을 앓고 있는 큰형은 언제나 도시가 악마의 지배를 받는다고 말했다.
건축학도인 ‘나’는 큰형의 말대로 악마의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고자 결심한다.
〈꼭대기 방〉
밤마다 호텔 옆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 분명 꼭대기 층에 방은 하나뿐이라고 했는데.
〈비망록〉
어느 날, 주인을 알 수 없는 페이스북 계정에서 친구 신청 쪽지가 왔다.
그 계정에 세상을 떠난 엄마와 ‘나’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가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한다.
〈잇몸〉
신혼여행지에서 어느 날 밤, 이스마엘이 돌연 자신이 벌레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입에서는 실로 구역질 나는 악취가 풍겨 나왔다.
〈점술가〉
“타로점을 봐드리겠습니다.” 휴대전화에 점술가의 광고 메시지가 계속해서 도착한다.
그저 우연으로 치부하기에 메시지는 여자의 상황과 놀랍게 맞아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