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왜 산으로 갔나
자다가도 일어나 가고 싶은(백석과 통영)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이용악과 두만강)
깨다 졸다 기도조차 잊었더니라(정지용과 한라산)
숲속의 예술가들(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박수근, 백남준, 김수영이 살던 동대문 근처)
벌레의 시간에 귀 기울인다면(박완서의 현저동)
심장 밑에 감추어 둔 몇 줄(니시와세다 언덕에서)
우리들의 해방일지(이범선과 해방촌)
시가 뭐냐고 누군가 물을 때(김종삼과 정릉동, 길음동)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기형도와 소하동)
깎을수록 투명한 하나의 돛이 될 때까지
돌아오는 봄, 돌아오지 않는 사람(김소월 시집 『진달래꽃』의 〈산유화〉)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시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어서 너는 오너라(박두진 시의 의분과 신명)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김수영의 ‘온몸’)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변화와 정진으로서의 황동규)
무인도를 위하여(신대철 시인의 ‘산’)
냉기가 향기롭다
지금의 맨 처음
금강산에서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배후가 있다면
빛나는 소리
태백에서 왔다
북한산 이야기
몸부림치며 느닷없이 다가오는 산(백두대간 정맥 시집 『나는 흔들린다, 속삭이려고, 흔들린다, 귀 기울이려고』)
바닷가에서 온 시
슬프고 헛되고 아름다운지
꿈보다 해몽보다(『춘향전』의 점치는 봉사)
징그럽게 꿈결같이(이상 「봉별기」)
달빛 아래서라면(이태준 「달밤」의 성북동)
장수는 오지 않는다(최인훈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순금의 시, 변화의 목전(손필영 시의 행보)
살아남은 자가 살아 있다면(한강 『소년이 온다』)
열정과 선의의 청춘(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불멸과 절멸(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악당의 품격(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의 스비드리가일로프)
연극이 끝나면(후안 마요르가 『맨 끝줄 소년』)
잘 되고 있다는 실감(찰스 부코스키 『여자들』)
인간으로 남는 길(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버스가 서지 않을 때(가오싱젠 『버스 정류장』)
장차 왕이 될 거라니!(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무의미와 혼돈의 재판정에서(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사랑과 선(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난 혁명가가 될 거야(다자이 오사무 『사양』)
먼지처럼 일어서리라(미국의 시, 여성의 시)
저녁이 하루 중 가장 좋은 때(가즈오 이시구로 『남아 있는 나날』)
죽음의 독백을 위하여(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펜을 떨어뜨리다(제인 오스틴 『설득』)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라(움베르트 에코 『장미의 이름』)
황주와 돼지간볶음(위화 『허삼관 매혈기』)
희극일까 비극일까 벚나무(안똔 체호프 「벚나무 동산」의 노동하는 새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