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런 보름달을 갈망했던 동심의 꿈은 기후의 변화 속에 빛을 잃어가고 현실의 삶은 자연과의 갈등으로 오리무중입니다. 하늘의 질서는 변함없는데 땅 위에서는 길 잃은 사슴처럼 갈팡질팡합니다. 풍요와 편의의 욕망이 부른 시행착오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큰 동그라미인 지구의 땅 위에 발을 딛고 살아갑니다. 우주는 비눗방울처럼 크고 작은 동그라미가 서로를 보호하며 충돌 없이 제자리를 지켜갑니다. 동그라미는 시작과 끝을 함께 공유하는 평등과 화합의 상징으로 영원을 노래하고 만물의 근원으로 완성을 위해 순환을 반복합니다. -<발간사> 중에서
오월의 들판과 산은 신록으로 덮여 있다. 초록동색草綠同色인 듯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천만 가지의 초록으로 넘실거리고 있다. 형형색색의 녹색이 생기를 뿜어낸다. 번데기를 벗고 막 기어 나온 듯이 햇빛 속에 꿈틀거리는 듯한 붉은 기운이 섞인 연두빛깔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파릇파릇, 푸르므레, 푸르초롬, 푸르스레, 푸르죽죽, 프르딩딩하게 제각각 초록의 경연을 펼친다. 산색과 들판은 온통 초록의 나라이며 꽃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초록 잎새들로 가득 차 있다. -<찔레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