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공주, 인어 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내 멋대로 공주,
종이 봉지 공주도 있는데 왜 휠체어 공주는 없어요?
윤주는 생일날 공주 드레스를 입고 싶다고 했다가, 엄마에게 휠체어를 타는 공주가 어디 있냐고, 드레스는 나중에 걷게 되면 입으라는 말을 듣습니다. 윤주는 휠체어를 탄다고 공주 드레스를 입지 못하는 것도 속상하고, 세상에 휠체어 타는 공주 이야기가 없다는 것도 속상합니다.
특수학교 교사인 공진하 작가는 실제 학교에서 만난 아이에게 들었던 질문에서 이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공주가 있는데, 휠체어를 타는 공주가 정말 없다고?
윤주는 휠체어 공주가 없다고 실망하는 대신, 직접 이야기를 만들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 윤주는 활동지원사 정희 언니와 함께 휠체어 공주 이야기를 상상해 쓰기 시작합니다. 윤주가 주인공이 되는 휠체어 공주 이야기입니다.
이야기가 없으면 내가 만들 거예요!
아주아주 지혜롭고 믿음직한 왕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행복하게 사는 휠체어 공주는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또 늘 곁에서 도와주는 요정 친구들도 있습니다.
휠체어 공주가 요정들과 함께 캠핑도 가고 놀이공원에도 가서 날마다 신나게 놀았던 이야기를 쓰고 나니, 이야기는 그만 멈춰 버렸습니다. 무슨 내용을 더 써야 할까 고민하던 윤주는 백설 공주도, 인어 공주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이야기 속 모든 주인공은 힘든 일들을 겪는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일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윤주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며 겪었던 일을 생각해 내고, 휠체어 공주가 어떤 시련을 겪고 어떻게 이겨 내는지,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힘든 순간에 손을 내밀어 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휠체어 공주도 윤주도 어려움을 이겨 냅니다. 스스로 용기를 끌어내는 순간도 중요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순간도 중요합니다. 이 모든 순간이 모여 내 인생의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휠체어를 타는 공주 이야기가 없는 세상에서 윤주는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의문을 던집니다.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 하나로 꿈을 꾸기도 전에 단념하는 법을 먼저 알려 주는 세상은 아닌지 돌아보게 합니다. 휠체어를 타도, 장애가 있어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공주를 좋아할 수 있고, 공주 드레스를 입을 수 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바뀌어야 할 건 장애를 가진 당사자가 아니라, 이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는 걸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