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한국조리박물관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며 조리 산업 종사자와 일반 방문객 모두의 눈높이에 맞도록 만들어졌다.
우리 박물관은 국내 조리 역사의 발전사를 시기별, 주제별, 인물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조리 발전에 이바지한 선배들의 업적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데 주요한 목적이 있다. 아울러 미래 시대에 부합하는 조리사 양성을 통해 국내 식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조리박물관을 설립한 ㈜HK는 정직한 이익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다. 주방 기구의 사업의 발전과 우리나라 조리 문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설립자 이향천 대표이사의 뜻에 따라 박물관이 설립되었다.
1983년 조리에 대한 배움의 열망으로 떠난 프랑스 유학, 그곳에서 조리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전 세계 조리인들에게 영감을 준 조르주 오귀스트 에스코피에(Georges Auguste Escoffier, 1846~1935)를 만나게 된다. 에스코피에 조리박물관은 그의 업적과 삶을 잘 보존하고 있었고, 프랑스인은 물론 전 세계 조리인들에게 감동과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의 조리 역사를 집대성하고 조리인들에게 힘이 되는 한국조리박물관을 만들 것이라는 내 삶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박물관 설립에 대한 꿈이 단지 꿈으로 끝나는 건 아닐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러던 2015년 어느 봄 박물관 설립에 꿈을 이룰 특별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평소 문화와 교육에 큰 관심을 기울이던 ㈜HK 이향천 설립자와의 만남이다.
설립자는 박물관 설립의 뜻을 그 누구보다도 반겨주었고 이 만남은 박물관 설립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도화선이 되었다.
처음 이향천 설립자를 만났을 때 추진력이 강하고 하나님을 믿음으로 지키는 분이라고 느꼈다. ㈜HK라는 중소기업을 알차게 이끌어가는 능력을 옆에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장재규 전무에게 박물관 건립을 제안한 것이 2015년이었다. 며칠 뒤, 설립자에게 건립을 같이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을 준비만 했다. 준비할 동안 나는 원로 선배들을 만나 박물관 이야기를 했는데 모두 좋아하면서 가지고 있던 자료를 기증하겠다고 해서 감동을 받았다.
박물관에 소장된 수많은 자료에는 조리사 선배들의 삶과 철학이 담겨 있다. 한평생을 조리 분야에 종사하며 발전시킨 선배 조리인들의 땀과 발자취가 선명히 남아있다. 그 발자취를 등대 삼아 걷는 많은 후배 조리인들의 가슴속 깊은 울림이 있는 박물관 건립이 우리의 목표였다. 우리는 지나간 100여 년 역사는 물론 다가올 100년의 세월, 그 이후의 시간까지 써 내려가는 세계 3대 조리박물관으로 인정받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박물관이 만들어진 후 많은 조리사들이 나에게 정말 큰일을 했다고 한다. 나의 오랜 친구 진양호 교수가 개관식날 나에게 “내가 당신이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 조리사가 할 수 없는 자료를 모아서 전시한 배짱은 놀랍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 큰 박물관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혼자만 알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준비부터 개관까지 스토리텔링이 아주 많은 박물관이며, 특히 숨은 이야기까지 더하면 내용이 무궁무진하다. 세월이 가면 잊어버리거나 묻혀버리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 나와 설립자는 박물관의 전시되지 않은 이야기를 같이 준비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 설립자는 나에게 “박물관 건립은 우리가 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프랑스에 유학 가서 공부하게 된 것도, 귀국 후 대학교에 간 것, 나를 만난 것, 많은 조리인들의 후원과 땅 구입, 건물 건립 등 모두 하나님이 도와주신 겁니다. 내가 내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대로 되어짐을 아셔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셨고,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이번에 책을 정리하면서 박물관 개관에 힘써주신 분들이 정말 많은 것을 다시 느꼈다. 46인의 자문위원과 조리 관련 단체장, 개인 기증자와 전) 대한 영양사협회 회장, 현) 경희대학교 명예 교수이신 이영남 님과 안성맞춤 박물관 학예사 홍원의 님에게 감사드린다. 이외에도 박물관 인허가를 도와주신 김병원 이사, 초창기 준비위원인 이승영 부사장, 송민재 이사와 장병동, 박영복 실장, 본사 마케팅부 최지현 총괄부장과 이명희 차장, ㈜HK 공장의 김철호 공장장에게도 감사드린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자료 정리에 도움을 준 한국조리박물관 이상현 부사장과 김인지, 이미지 연구원과 배정민, 위지영 학예사에게 감사드리고, 형설 장진혁 대표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앞으로 우리는 조리인과 상생하며 조리인의 긍지를 만드는 일, 식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에 더욱 힘쓸 것이며 이를 위해 조리 분야 선·후배는 물론, 조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한국조리박물관에서
설립자 이향천
관장 최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