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입니다. 효과가 아주 좋아요. 예부터 고양이는 백약의 으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어설픈 약보다 고양이가 더 잘 듣는다는 의미죠.”(p.018)
마침내 고양이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사료가 든 그릇에 다가가 입술을 움직였다. 까득까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존재감이 큰데도 고요하다. 고양이란 이런 존재구나. 유타는 옆으로 돌아누우며 멍하니 생각했다.(p.029)
짧은 줄 알았는데,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온 고양이 털은 깊숙했다. 안쪽 털은 좀 더 부드럽고 뽀얀 솜털이었다. 어제는 단순한 회색으로 보였던 털도 가까이서 보니 옅은 갈색이 섞여서 부드러운 파도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p.036)
19세. 고양이가 그렇게까지 오래 사는지는 몰랐다. 분명히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좋아한다면, 하는 생각에 물어보았다.
“다시 안 키우세요?”
“하지만 우리 아이는 죽어버렸으니까.”
사쓰키는 전표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p.093)
유타는 비를 보았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볍게 쥐었다. 보드랍고 따뜻한 감촉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폭신폭신한 테니스공. 어느새 고양이는 손안에 있었고,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진나이와 사쓰키의 마음속에 어느 고양이가 영원히 있는 것처럼. 부드러운 감촉은 언제든 되살아날 것이다.(p.115)
“남을 칭찬하는 데에는 힘이 필요해. 본인이 지쳐 있을 때는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는 것조차도 귀찮잖아. 특히 상대방이 관심 없는 동영상을 보내왔을 때는 속으로 진절머리가 나. 하지만 무시할 수 없으니까 억지로 대답할 때도 있어.”(p.167)
“고양이는 뻔뻔하고, 연약하고, 인간보다 수명도 짧지만, 줄어들기도 하고 많아지기도 하니까, 다시 되돌아오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p.215)
“고양이는 제멋대로라는 말을 흔히 합니다만, 인간이 훨씬 제멋대로죠.”
의사가 어떤 표정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서 전부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p.220)
도모카는 탱크의 하얀 손을 쥐었다. 앞쪽은 뭉실뭉실한 주먹 같다. 뒤집으면 핑크빛 볼록살. 볼록살에 살짝 손가락을 문질렀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감촉. 부드럽고, 탄력적인 실리콘. 아니, 젤리 과자 같다. 만지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p.242)
분명 경계하면서 다가오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고양이는 일어서더니 아비노의 손에 코를 문질렀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 가족들은 온통 슬픔에 잠겼고 아비노도 울었다. 이별의 괴로움을 알기에 더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다. 아비노에게 고양이는 인터넷 동영상으로나 볼 수 있는 멀고 먼 존재였다.(p.305)
돌아와줘, 돌아와줘, 나의 고양이.
손가락 끝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미미타가 사포처럼 까끌까끌한 혓바닥으로 아비노의 손가락을 핥고 있었다. 그리고 동그란 얼굴을 비볐다.(p.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