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파도 소리 때문에 그의 말을 잘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은으로 만든 경쟁자인 그가 나를 비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에 오랫동안 선 채로 나는 해가 질 때까지 울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의 색깔은 탁하고 빛을 잃어 흐릿했다. 큰 슬픔이 밀려왔다. 밀물이 차올랐다. 탁 소리와 함께 부러진 알로에와 수양버들이 파도에 떠밀려 내려갔다가 되돌아왔지만, 하얀 거품 속에서 반원을 그리며 맴돌면서 무섭도록 격렬하게 위로 솟구쳤다. 노 저을 때의 규칙적인 소리가 들렸다. 나는 거친 파도에 떠밀리며 다가오는 한 척의 작은 배를 발견했다. 네 개의 흰색 형체가 보였다. 창백한 얼굴을 한 죽은 사람들이었다. 수의를 입은 그들은 배에 앉아서 안간힘을 쓰며 노를 젓고 있었다. 배의 한 가운데에는 창백하지만,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수선화의 향기로 만든 것처럼 매우 연약했다. 그녀가 뭍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배는 유령처럼 무시무시한 모습의 노 젓는 노예들과 함께 다시 심해로 돌아갔다. 판나 자드비가가 내 팔에 안겼다. 그녀는 울다가도 웃음을 지었다.
-〈슈나벨레봅스키의 회상〉 중에서
2.
꿈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삶이 잠시 멈추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삶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일까? 그렇다, 과거와 미래에만 관심을 둘 뿐 현재의 삶 속 순간 안에서 영원을 생각하며 살 수 없는 사람들은 그럴 거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죽음은 끔찍한 것일 수밖에 없다. 만일 두 개의 목발, 즉 공간과 시간이 사라진다면, 그들은 영원한 무의 세계에 갇힐 것이다.
-〈슈나벨레봅스키의 회상〉 중에서
3.
봄밤에 정겹고 물 맑은 라인강에서 작고 가벼운 배에 오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상하리만치 위안을 얻기 마련이다. 분명 그렇다. 나이 지긋하고 마음 좋은 아버지 같은 라인강은 자식들이 우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며 자식들을 팔로 안아 이리저리 흔들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화를 들려주며, 가장 값진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어쩌면 아주 오래전에 깊은 곳으로 가라앉은 니벨룽겐의 거처마저 알려 주겠다고 약속할지도 모른다. 눈물 젖은 아름다운 사라의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그녀를 괴롭히던 고통도 속삭이듯 흐르는 파도 소리에 사라졌다. 밤은 이제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공포의 존재가 아니다.
-〈바헤라흐의 랍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