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한 선비가 아리따운 첩을 갖게 되었다. 하루는 첩이 친정에 다녀오려 하자, 선비는 노비 중에서 음사(陰事)를 알지 못하는 놈을 골라 첩의 행차를 돕고자 했다.
종들을 불러 놓고 물었다.
“너희들 중에 옥문(玉門) 있는 곳을 아는 자가 있느냐?”
모두들 미소만 짓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중에서 어떤 어리석은 놈이 겉으로는 순박해도 속으로는 간특해 재빨리 대답했다.
“바로 두 눈썹 사이에 있지요.”
선비는 그가 음사를 알지 못함을 기뻐하며 즉시 행차를 돕도록 했다.
한 시냇가에 다다랐다. 첩이 어리석은 종에게 안장을 풀고 잠시 쉬어 가자고 했다. 어리석은 종은 시냇물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첩은 그의 양물(陽物)이 장대함을 보고 희롱하며 “네 양다리 사이에 있는 방망이는 무슨 물건이냐?” 하고 묻자 종이 대답했다.
“태어날 때 살에 붙어 점점 튀어나오더니 이렇게 되었소.”
첩이 말했다.
“나도 태어날 때 양다리 사이가 조금 들어가더니 점점 깊은 구멍이 되었단다. 만약 오목이와 뾰족이가 서로 물리면 또한 즐겁지 않겠느냐?”
드디어 서로 사통(私通)을 했다.
선비는 비록 바보 놈을 보내기는 했으나 의심이 들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산마루턱에 올라서 가만히 살펴보았다. 깊은 숲속에서 첩이 종과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고 있었다.
그는 크게 분개해 산에서 내려가 물었다.
“너희들 방금 무슨 짓을 한 거냐?”
거듭 다그치니 종은 끝내 숨기지 못할 것을 알고 망태 주머니에서 쇠 송곳과 새끼줄을 꺼내 굽혔다 들었다 하면서 무엇을 깁고 꿰매는 시늉을 했다.
선비는 물어보았다.
“그게 무엇이냐?”
종은 울면서 대답했다.
“아가씨께서 끊어진 다리를 건너시다가 떨어진지라 소인이 온몸을 살펴보니 한 군데도 상처가 없고 다만 배꼽 밑에 한 치쯤 찢어진 곳이 보였어요. 깊이도 측량하기 어렵고 혹시 풍독(風毒)을 입을까 봐 보철(補綴)을 했사옵니다.”
하며 변명을 하는 것이었다. 선비는 크게 기뻐하며 마음속으로 칭찬하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네놈이야말로 진짜 바보로군. 저절로 생긴 찢어진 구멍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태사공(太史公)은 말한다.
“사람을 아는 것이 가장 어렵거늘, 대간(大姦)은 충(忠)과 같고 대사(大詐)는 신(信)과 같은 법. 저 어리석은 종을 두고 일컫는 것일진저. 진실로 선비가 집안을 법으로써 바로 세우고 간악한 자를 일찍 찾아내려 했다면, 틀림없이 어리석은 종이 더럽히고 어지럽히는 일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한 집안의 어른이 되어서 아랫사람을 대하는 자가 경계할 바를 몰라서야 되겠는가?”
- 〈어리석은 종이 첩을 돕다(癡奴護妾)〉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