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식민주의의 지속이 어떻게 여러 영역에 걸친 위생 집착으로 귀결되는가.
전칭적 규정과 혐오의 폭력 사이의 연루는 내전과 위생의 귀결이다. 내전이란 ‘너는 누구냐’는 심문을 반복하여 적을 색출함으로써 전칭적 집단을 규정하는 정치적 수행이며, 이 과정을 통해 성립하는 전칭적 집단은 그 어떤 이질적 요소도 허용하지 않는 위생에 집착한다.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로 촉발된 한국 사회의 광기가 그랬고, 퀴어 퍼레이드 주변을 포위하면서 순결을 강조하는 종교 집단이 그랬다. 그리고 내전과 위생이 한국 사회를 넘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어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전과 위생: 인간의 출현과 자본-식민주의 비판』이 내전과 위생을 통해 자본-식민주의 비판을 전개하려는 까닭이다. 근대의 자본-식민주의 비판에 규범적 근거를 제공해왔던 ‘보편 인권’이란 이념이 거꾸로 인권의 역사와 정치를 짓밟고 망각의 구멍으로 내모는 사태, 이런 역설적 상황을 이해하고 재검토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롤로그에서는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비판 문법의 갱생, 즉 신유물론, ANT(Actor Network Theory), 사변적 실재론 등을 염두에 두면서 ‘인간’이라는 고약한 개념이자 실존을 문제화했다. 이를 통해 이 책이 최근 비판 담론과 어떤 거리를 두면서 자본-식민주의 비판을 수행하려 하는지 좌표를 설정했다.
1장과 2장에서는 슈미트와 아감벤을 중심으로 내전론을 전개했고, 3장에서는 이에 바탕을 두고 현대 한국의 문제적 지성 최인훈의 궤적을 추적했다. 4장에서는 크라카우어를 읽는 벤야민을 참조하면서 마르크스주의의 인간과 노동 개념을 재검토했고, 5장에서는 호모 사케르 시리즈로 수행된 아감벤의 웅장한 기획을 육체의 문제로 재해석했다. 6장과 7장에서는 현대 한국에서 전개되고 지속된 식민주의 문제에 천착했다. 선진국, 아시아, 그리고 주사파 등을 논제로 삼아 비판을 전개했다.
에필로그에서는 광주와 유신 체제를 다시금 돌아봄으로써 내전과 위생이 현재의 혐오 폭력으로 발현되는 양상을 추적한 뒤 현재 지구상에서 인간이, 국민이, 시민이 된다는 사태의 의미를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