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류는 중력에서 벗어나
무한한 우주로 뻗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한국 최초 대거상 수상 작가 윤고은의 데뷔작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출간!
“위트 있고 부조리하며”(〈가디언〉) “삶의 가치라는 뒤엉킨 주제들을 교묘하게 파헤친다”(〈북리스트〉)라는 평을 받으며 한국 최초로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Crime Fiction in Translation Dagger)을 수상한 윤고은의 데뷔작이자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무중력증후군》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심윤경,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의 최진영, 《표백》의 장강명, 《다른 사람》의 강화길, 《체공녀 강주룡》의 박서련, 《탱크》의 김희재, 《멜라닌》의 하승민 등 한국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보탠 작가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무중력증후군》은 “달처럼,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상을 즐기는 사람의 살가운 글맛”(한강 소설가)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붕 뜬 것 같으면서도 두 발을 땅에 딱 붙이고 있는 묘한 소설”(정이현 소설가)이다. 달의 증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원시(遠視)와 근시(近視) 혹은 거시와 미시의 적절한 안배를 통해”(심진경 문학평론가) 거침없는 필치로 그려낸다. 대담하고 재기 발랄한 서사 속에서 작가는 대중의 위기의식마저 이용하려 드는 자본주의적 욕망과 일상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의 탈주를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달이 번식한 후 무중력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본심을 숨기고 지구에 동화된 척하고 살아왔노라 고백했다”
분열하는 일상 속에서 경쾌하게 펼쳐지는 무중력 세계
주인공 노시보는 뉴스홀릭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 뉴스를 받아보고, 댓글까지 모두 살펴야 직성이 풀린다. 그는 부동산 회사에서 근무하며 주로 전화 영업을 하는데, 한 번도 거래에 성공해본 적은 없다. 판에 박힌 듯한 일상이 계속되던 어느 날 달이 두 개로 늘어난다. 과학계는 발칵 뒤집히고, 종말론이 퍼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퇴사와 자살이 속출한다. 달로 이주하겠다는 무리도 등장하는데, 이들은 중력을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무중력자’라고 불린다. 무중력자들은 지구를 떠나기 위해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거나 집을 떠나 홀연히 사라진다. 사회가 혼란에 빠진 와중에 세 번째 달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논쟁을 벌이고 우왕좌왕한다. 평소 몸이 좋지 않았던 노시보는 달의 증식 이후 병원에 더 자주 들락거리는데, 마침 달과 관련된 기삿거리를 찾던 송영주에게 인터뷰 제안을 받는다. 네 번째 달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이 기이한 현상을 점점 수용한다. 달나라 여행 상품이 등장하고, 달에 납골당을 운영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송영주는 기사를 통해 노시보의 병명을 발표한다. 무중력증후군! 그러자 의사들은 병원에 찾아온 이들을 모두 무중력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사람들은 같은 병을 앓기 시작하고, 심지어 무중력증후군을 사고파는 일까지 벌어진다. 달은 여섯 개까지 늘어난다. 그렇지만 달에 관한 뉴스는 더 이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한때 흥했던 무중력 관련 사업들은 급속도로 인기를 잃는다. 그리고 일곱 번째 달이 뜨기로 예정되었던 밤, 달의 증식에 관한 비밀이 밝혀진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혼란에 휩싸이고, 뉴스에서는 새로운 증후군이 소개된다.
긴 봄, 정말 달이 늘어났던 것일까. 우리의 상상력이 늘어났던 것일까. 어디선가 또 하나의 달이 떠오른 것이 아닐까. 양치기의 거짓말에 지쳐 진짜 늑대를 보지 못한 사람들처럼, 어딘가 진짜 달이 떠오른 것은 아닐까. _283쪽
“이 소설 덕분에 한국 소설의 밀도는 더욱 깊어졌고,
상상력의 자기장은 더욱 넓어졌다”
기발하고도 유머러스한 윤고은 문학의 출발점
윤고은의 첫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은 출간 당시 신선한 문체,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대인의 고뇌와 무력감을 핍진하게 묘사하면서도 “소외의 무거움은 가볍게, 상처의 잔혹함은 경쾌하게” 다루어 호평받았다. 놀라운 신예의 탄생을 알렸던 《무중력증후군》은 팬데믹과 기후 위기를 거치며 종말론이 팽배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근작 《불타는 작품》이 국내 출간 전부터 영미권에 수출될 만큼 어느덧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윤고은의 출발점을 톺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장정으로 거듭난 《무중력증후군》은 특별한 의미와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