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초판이 나온 지 40여 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개정판을 세상에 내놓게 되어 감회가 무량합니다.
이 책의 초판 내용은 엄두섭 목사님이 시무하시던 은성교회의 주보에 연재했던 것을 간추려서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온 100주년에 맞추어 출판했던것입니다. 본래 이 책의 원고는 정식 200자 원고지에 쓴 것이 아니라, 엄두섭 목사의 모든 원고가 그랬듯이, 쓰다 버린 이면지나 신문에 끼어온 광고지를 반으로 접어서 인쇄되지 않은 여지에다 일본식 약어 한자를 섞어서 깨알같이 쓴 것이었습니다.
이번 개정판은 이 책에서 다룬 인물 중 나중에 저자가 보완해서 남긴 유고로 보완했으며, 집필 이후에 확증된 다른 사실이 발견된 것을 수정했으며, 일부 고유명사, 인명, 지명 등 오늘날 표준어로 사용되는 것으로 교정했으며, 가끔 해당 사건이 발생했던 연월일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습니다.
40여 년 전, 이 책이 출판될 당시에 한국 기독교에서는 개신교 전통에만 충실했던 관계로 주류 기독교 전통에서 벗어난 한계인들, 즉 이현필, 이세종 등과 같은 인물에 대해 의심하고 배척까지 하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개신교 외의 기독교 전통 즉, 가톨릭이나 정교회 전통의 성인 성녀들과 수도사들에 대해서는 이단시(?)하여 다루지 않던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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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시대가 지나고 ‘기도원’ 간판들이 ‘수도원’으로 바뀌고, 신학교에 영성학 과정이 생겨났으며, ‘수도생활’ ‘영성생활’이라는 단어가 보편화되고, 개신교적 수도원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실제 개신교 수도원이 여기저기 세워지고 있습니다.
시대적 선구자의 역할이란 이런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제3판, ‘좁은 길로 간 사람들’이 누군가에 의해 발간될 때는 ‘엄두섭목사: 한국 개신교 수도원 운동의 선봉자’라고 평가되고, 이 책 목차에 더해지기를 바랍니다. 〈개정판 서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