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괜찮은 줄 알았다.
남들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달음박질하면
이 불안에서 벗어날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아프고 불안하다... 이유가 뭘까?
내 불안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나를 사로잡은 불안을 어떻게 떨쳐낼 것인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진짜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다.
불안에 대한 인지: 나는 왜 불안한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가장 최근 수치는 2022년 10만 명당 25.2명이다. 2022년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불안장애 환자도 2017년 대비 2021년에 32.3% 증가했다고 한다. 86만 5108명이라고 하니, 천 명당 16.8명에 해당한다. 이 통계들은 사회에 만연한 불안 정서를 한눈에 나타낸다.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카렌 호나이(Karen Horney)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내재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잘못된 욕구들을 과도하게 발산하기 때문에 도리어 불안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불안을 끌어안은 사람은 남으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칭찬받고 싶은 욕구, 힘을 갖고 싶은 욕구, 성취하고 싶은 욕구, 안주하고 싶은 욕구, 의존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가 지나치면 신경증적 욕구가 된다.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더 큰 불안을 가져오는 것이다.
와세다대학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가토 다이조는 이 책 《불안에 사로잡힌 당신에게》에서 카렌 호나이의 정신분석 이론을 발전시켜 현대인을 지배하는 불안의 원인을 밝히고, 자신을 올바로 이해함으로써 보다 주체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조언한다.
어떤 이들은 불안을 이겨내고 용기 있게 인생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더욱 의지를 불태우고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는 성급하고 무책임한 처방이다. 가토 다이조는 자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발생하는 의지는 도리어 내면세계의 파괴를 가져올 뿐이라고 전한다. 목표 설정이 잘못된 경우에는 심한 허탈감과 공포, 무력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타인의 시선만 의식하고 사는 경우에는 타인의 노예가 된다. 자신이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 자신을 탐색하고 통찰하는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유난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은 자아 형성에 영향을 끼친 억압, 고립, 적의, 결핍 등을 부정하고, 잘못된 허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산다. 그럼으로써 현실과의 괴리는 더욱 커지고 불안도 극대화된다.
가토 다이조는 이 책에서 자신에 대한 잘못된 환상과 비현실적인 목표를 버릴 때, 자신의 현재의 심리적‧사회적 위치를 정확히 이해할 때라야 비로소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불안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로부터 출발해야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발견하고, 올바른 목표가 설정될 수 있는 것이다.
불안의 극복: 원점으로 돌아가기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현재 놓여 있는 자신의 위치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위치’를 올바르게 이해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신이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가령 현실적인 자신이 사회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유아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치 인식을 바탕으로 나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어떤 식으로 메울 것인가를 생각할 때 ‘올바른 의지’가 발생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불안에 사로잡힌 당신에게》에서는 ‘토끼와 거북’ ‘까마귀와 까치’ 등의 이솝 우화를 심리학적으로 재해석해 자신의 자리를 이탈함으로써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심리 상태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자기 부재 상태의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채로 살아가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늘 좌절감을 맛보며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기실현이 확립된 사람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행복감을 맛보고 감사할 줄 안다.
가토 다이조는 불안을 극복하고 싶다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자신의 위치가 심리적 핸디캡이나 약점을 가진 모습이라도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껄끄럽고 괴로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출발선이 형성되고 목표가 설정되어야만 불안에 사로잡히지 않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나를 아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