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어린이 SF의 세계,
‘우주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로 지평을 확장하다
우주, 가족, 소통, 다양성, 꿈을 다룬 동화로 어린이 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어윤정 작가가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지구인과 외계인의 교류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지구인과 외계인이 만나서 물물 거래를 하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빅뱅 마켓』은 얼핏 보면 황당무계하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어윤정 작가의 동화는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더욱더 끌어낸다.
궁금한 마음으로 『빅뱅 마켓』의 첫 번째 단편 「빅뱅 채널을 시작합니다」를 펼쳐 보면, 상상을 뛰어넘는 요소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먼저 ‘빅뱅 마켓’ 라이브 방송 콘텐츠 〈툽프〉가 내세우는 “우주가 재미있어진다.”라는 슬로건이 눈에 띄는데, 마치 빅뱅 마켓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주문처럼 들려온다. 이어서 사람인지, 외계인인지, 동물인지, 사물인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외모의 캐릭터에 시선이 뺏긴다. 여기에 제1회 빅뱅 마켓의 낯설고 짜릿한 거래 후기가 댓글로 생생히 전해져, 어서 빨리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듣도 보도 못한 광경과 기상천외한 사건들,
상상 그 이상의 재미가 터진다
지구인과 외계인이 중고 거래를 하는 빅뱅 마켓을 주축으로 여섯 편의 단편 동화를 담았다. 지우개 달린 연필을 간식으로 먹고, 콩나물이 나무처럼 자라고, 너도나도 똥 기저귀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장면에서는 해괴망측함을 느끼는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요즘 아이들의 소통 채널이자 생활의 일부가 된 라이브 방송부터,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아이돌 굿즈, 관찰 카메라 예능까지 우리에게 일상적인 배경과 친숙한 소재로 어떻게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지 살펴보자.
「빅뱅 채널을 시작합니다」
빅뱅 마켓 라이브 방송 콘텐츠 〈툽프〉에서 쏠쏠한 소식과 생생한 후기를 전한다. 빅뱅 마켓에 가 본 사람에게는 공감을, 아직 안 가 본 사람에게는 기대를 품게 하는 이야기.
「우주 택배원 팟팟」
빅뱅 마켓 온라인 거래 플랫폼 ‘데칼코마니’의 캡슐을 배송하는 택배원 면접에 외계인들이 지원한다. 지구 배송원이 되기 위해 지구의 공기, 냄새, 기후를 견디는 시험을 치르는 이야기.
「너는 나의 별」
빅뱅 마켓에 아이돌 굿즈를 팔러 온 나별이는 굿즈에 관심을 보이는 외계인을 만나고, 최애 아이돌 제타를 우주 대스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아삽(ASAP)」
지구에서 우주로 보낸 택배 캡슐을 배송하던 중, 새로운 행성이 발견된다. 그리고 그곳의 생명체들로부터 먼 옛날 지구에서 행한 연구의 비밀을 듣게 된다.
「우주에서 온 큐브」
빅뱅 마켓 자판기 이벤트에 당첨된 채원이는 얼떨결에 지구인 소비자 관찰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우주 어디선가 채원이네 가족을 관찰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빅뱅 마켓」
유성이는 친구를 따라 처음 빅뱅 마켓에 참가하는데, 첫날부터 이상하게 생긴 외계인이 자꾸 접근해 온다. 그러던 중 빅뱅 마켓 축하 기념식을 시청하다 놀라고 마는데…….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는,
반전의 묘미와 웃지 못할 감동이 쏟아진다
숨넘어갈 듯 킥킥거리며 이야기를 읽다가 어느 지점에서는 멈칫하게 되는데, 바로 생각지도 못한 캐릭터와 사건에 반전이 거듭되는 순간이다. 반전의 짜릿한 전율도 잠시, 곧바로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는 느낌이 이어진다. 이 책의 표제작 「빅뱅 마켓」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감동이라는 게 몰려오는 찰나다. 여섯 편의 동화를 다 읽고 나면, 그제서야 알게 된다. 어윤정 작가가 지구인과 외계인의 거래 이야기로 어린이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말이다.
지구인과 외계인의 거래를 상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어요.
물건의 쓰임새뿐 아니라,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 가치 있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빅뱅 마켓』 이야기는 지구인과 외계인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조금씩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니까요.
이런 다름 속에서 나만의 가치를 찾고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면 좋겠어요.
그럼 지금보다 더 다채롭고 즐거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