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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가 말했다. “이제 코드 1030을 날린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 주겠나?”
니글리는 대답 대신 몸을 아래로 수그렸다. 그녀가 바닥에 놓인 토트백에서 검정색 링 바인더를 찾아 쥐고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 바인더를 식탁 위에 올려놓은 뒤 리처 쪽으로 밀었다. 어떤 검시 결과 보고서의 복사본이었다.
“캘빈 프란츠가 죽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누군가 그를 비행기 밖으로 내던져 버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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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가 물었다. “나를 여기까지 불러낸 이유가 뭐지?”
“당신이 좀 전에 말했던 것처럼 보안관보들이 엉뚱한 나무를 향해 짖어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당신이 뭔가 해야 해요.”
“난 당연히 그렇게 할 거야. 두고 봐. 현재 시간부로 놈들에겐 사형선고가 떨어진 거야. 내 친구를 헬리콥터에서 내던지고 나서 그 얘기를 자랑삼아 떠벌리고 다닐 놈들을 살려 둘 수는 없지.”
니글리가 말했다. “아뇨.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건 그게 아니에요.”
“그럼 뭐지?”
“옛 조직을 재건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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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가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란츠는 아주 솔직한 성격이었소. 뭐든 혼자 마음에 담아 두는 법이 없었소.”
“그 성격은 변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그래서 그이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다고 생각하나요?”
“그건 아니오. 나는 그의 솔직한 성격이 변한 게 아닐까 생각했을 뿐이 오. 부인은 그런 그의 성격이 어땠소?”
“난 좋았어요. 사실 그이의 모든 걸 사랑했어요. 그이의 정직하고 솔직한 성품을 존경했어요.”
“그렇다면 나도 솔직해져도 괜찮겠소?”
“물론이죠.”
“내 생각엔 부인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는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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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뒤, 두 번째 통화에서 그녀가 물었다. “유언장을 작성해 뒀나요?”
“뭐하게?” 리처가 말했다. “저자들이 내 칫솔을 부숴 버렸으니 난 이제 가진 게 하나도 없어.”
“기분이 어때요?”
“엿 같지. 난 그 칫솔이 참 좋았거든. 아주 오랫동안 함께해서 정이 들었어.”
“아니, 칫솔 얘기가 아니라 지금 기분을 묻는 거예요.”
“괜찮아. 칼라나 데이비드보다 더 편안한 기분이야.”
“그 두 사람 마음이 지금 편할 거라는 얘기예요?”
“우리가 구하러 올 걸 아니까.”
“넷이 함께 죽게 될 게 빤한데 퍽도 편하겠네요.”
“혼자 죽는 것보단 낫잖아.” 리처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