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양로원으로부터 전보 한 통을 받았다. ‘어머니 사망. 내일장례식.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그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12쪽
그 순간, 관리인이 내 뒤를 따라 들어왔다. 그는 뛰어왔음이 분명했다. 그는 조금 더듬거리며 말했다. “덮어두었지만, 보실 수 있게 관을 열어드리겠습니다.” 그가 관을 향해 가는 중에 나는 멈추도록 했다. 그가 내게 말했다. “원치 않으세요?” 나는 “예.”라고 대답했다. 16쪽
“이 사람이 나를 때렸어요. 이 사람은 메크호(maquereau;고등어.기둥서방을 가리키는 은어)예요.” “순경 나리,” 그러자 레몽이 물었다. “참나, 사람에게 고등어라니 그런 게 법에 나와 있소?” 하지만 순경이 “입 다물어.” 하고 정리했다. 53쪽
바다는 무겁고 뜨거운 숨결을 실어 왔다. 하늘이 온통 활짝 열리면서 불의 비가 쏟아지는 듯했다. 내 존재 전체가 긴장했고 나는 손으로 권총을 꽉 움켜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고, 권총 손잡이의 매끈한 배가 만져졌다. 그리고 거기에서, 날카롭고 귀청이 터질 듯한 소음과 함께,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햇볕을 떨쳐 버렸다. 80쪽
“저는 여러분께 이 사람의 머리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그가 말했다. “결코 오늘만큼, 괴물뿐이 읽히지 않는 이 사람의 얼굴 앞에서 느끼는 공포로 절대적이고 성스러운 명령이라는 자각과 함께,이 고통스러운 의무가 마땅하고, 형평에 맞으며, 명백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다시 앉았을 때, 제법 긴 침묵이 흘렀다. 130쪽
그런데 그가 갑자기 머리를 들어 올리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가 내게 말했다. “왜, 당신은 내 방문을 거부하는 거죠?” 나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내가 정말 확신하는지를 알고 싶어 했고, 그건 내게 궁금해할 필요도 없는 거라고 나는 말했다. 146쪽
“아니요, 형제님.” 그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었소. 하지만 당신은 마음의 눈이 멀어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오. 나는 당신을 위해 기도할 겁니다.”
그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서 뭔가가 폭발했다. 나는 목구멍 가득히 소리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욕을 해댔고 기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사제복 칼라를 움켜쥐었다. 152쪽
밤이 기호와 별들로 채워지기 전에,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부드러운 무관심에 나를 열었다. 그가 나와 너무도 닮았다는 것을, 그리하여 마침내 형제처럼 느껴졌기에, 나는 행복했었고, ~중략~ 내게 남겨진 소망은, 내 사형 집행이 있는 그날 거기에 많은 구경꾼들이 있고 그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155쪽
〈역자 노트〉
** « Mme Meursault est entrée ici il y a trois ans. Vous étiez son seul soutien.»
위의 문장을 영역자들은 이렇게 번역했다.
“Madame Meursault came to us three years ago. You were her sole support.”(메튜 워드)
“Madame Meursault entered the Home three years ago. She had no private means and depended entirely on you.”(스튜어트 길버트)
“뫼르소 부인은 3년 전 이곳에 들어왔군요. 당신이 유일한 부양자였고.”(이정서, 본문p.14)
“뫼르소 부인은 지금으로부터 삼 년 전에 이곳에 들어오셨군. 의지할 사람은 자네밖에 없었고.”(김화영)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영어로는 불어를 제대로 번역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그 이유는 존칭어 때문이라고. 문학작품에서는 치명적인 차이다. 그러나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는 아예 그 개념조차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 뉘앙스를 살릴 수 있는 한글로 번역을 하면서도 우리는 지금껏 그러지 못했다. 당장 가장 많이 읽히는 김화영 교수의 번역조차 여전히 그랬다. 162쪽
** «Tu m’as manqué, tu m’as manqué. Je vais t’apprendre à me manquer. »
위 문장은 뫼르소가 써준 편지를 받고 집에 온 여자에게 레몽이 하는 말을 벽 너머 뫼르소와 마리가 듣게 되는 대목이다. 나는 이것을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를 가르쳐주지.”라고 번역했다. 그런데 이것을 예전의 김화영 교수는 ‘네년이 나를 골려 먹으려고 했겠다. 나를 골려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주지.”라고 했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가능한 걸까? ~ (중략) ~ 영역자들은 이렇게 번역했다.
“You let me down, you bitch! I’ll learn you to let me down!”(스튜어트 길버트)
“You used me, you used me. I’ll teach you to use me.”(메튜 워드) 201쪽
많은 쉼표로 이루어진 복문도 실상, 번역을 하기는 어렵지만, 직역을 해놓고 나면 결코 어려운 말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를 의심하지 말고, 서술구조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문장을 옮기려 애쓰면 누구라도 제대로 된 번역을 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한마디로, “의역은 의미는 비슷한 듯해도, 사실은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 3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