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막상 책을 엮고 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대간이 지닌 숱한 이야기와 그 절정의 아름다움은 나의 짧은 글과 그림으로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단지 작은 힘이나마 모두가 우리 백두대간을 좀 더 알고 다가가게 하고 싶은 의욕으로 시작했기 에 공감과 이해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 백두대간이 지닌 삶의 기억에 이어 또 다른 삶의 이야기를 채워 나간다면, 대간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산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들머리
산에 오른 이 순간만큼은 마치 새가 된 것처럼, 하늘을 나는 신선이 된 것처럼, 넓은 공간 위로 날아올라 사방 정경을 향유하며 무한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또 광활한 하늘 속 바람에 마음을 실어보면 머릿속 근심 걱정은 모두 사라지면서 충만한 행복감에 젖어 들게도 된다. 아마도 산을 오르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취감으로 풍경은 더 새롭고 강렬하게 와닿고 희열감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 끊어질 듯 이어지는 우두령 가는 길
부봉에 서보니 지나온 신선암봉과 깃대봉, 마패봉을 일으킨 대간이 흘러가는 것이 한눈에 조망되고 첩첩 산 깊은 골 사이로 조령천과 조령으로 오르는 협곡의 풍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부봉은 사방 틘 아름다운 조망으로 나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산정의 큰 암반은 산바람이 향기로워 쉬었다 가기 좋다. 부봉을 지나 다시 앞에 솟은 봉우리를 오르면 주흘산으로 가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고, 이윽고 평천재 또는 월항재로 부르는 고개에 이르게 된다.
– 문경새재 머문 새 차마 날지 못하고
두타산 명칭에 있는 ‘두타’(頭陀)라는 용어는 불교에서 비롯되었는데, ‘두타’에는 불교 수행자에게 있어 의식주에 대한 탐욕과 세상의 번뇌와 망상을 버리고 수행 정진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아마도 불교를 숭상하던 시기에 수행자가 신비로움을 지닌 이 산에 들면 속세의 모든 탐욕을 잊고 깊이 수행할 수 있다고 하여 두타산이라 칭하였을 것이다. 한편으로 산의 형상이 부처가 누워있는 모습처럼 보여 두타산이란 이름으로 불렸다고도 한다.
– 해동삼봉 올라도 그리운 해동삼봉
구룡령은 홍천 내면과 양양 갈천리를 넘나드는 56번 국도 고갯길이다. 이 길은 1908년 일제가 이곳에서 많이 나는 자철석 등 광물 자원과 임산자원을 수탈하기 위하여 한계령, 미시령보다 먼저 자동차 길을 내었다. 비포장도로였던 고갯길은 1994년에야 포장되었다. 이 길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이기는 하지만 옛사람들이 넘나들던 원래의 구룡령 길은 아니다. 옛 구룡령은 이곳에서 갈전곡봉 방향으로 1.2킬로 정도 더 가야 있다. 그때의 구룡령은 있는 듯 없는 듯 고즈넉한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