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정육면체를 보고 따라 그리는 일도 어렵다."
80만 부 이상 판매된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후속편
보다 실천적인 사례로 살펴보는 인지 훈련 트레이닝의 기본기
정육면체 그림을 보고, 그대로 따라 그리는 일은 대체로 7~9세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해내는 문제이다. 하지만 저자가 소년원에서 만난 중고생 중에는 ‘입방체를 그릴 수 없는 아이’가 많았다. 원인은 인지 기능의 약점이었다.
입방체를 모사할 수 없을 정도로 인지 기능이 약한 아이는 공부에서도 대인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기 쉽다. 이러한 아이는 본래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주위로부터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어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만일 지원의 필요성을 알아차리는 어른이 나타난다고 해도 구체적인 지원 방법이 거의 없다는 현실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고 저자가 개발한 것이 학습, 사회, 신체의 인지 기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인지 훈련(코구토레, cognitive training)’이다. 이 책은 인지 훈련을 개발하게 된 시작과 그 훈련을 받은 아이들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미야구치 코지 선생님의 전작인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은 2020년 한국에도 번역·소개되었다. 저자는 발간된 지 4년이 넘은 전작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이번 책에 풀었다. 전작의 발간 이후 업데이트된 내용을 추가하였고, 소년원 속 비행 청소년의 모습과 교육, 가족 관계를 살피며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을 실었다. 즉 비행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훈련을 하게 된 경위와 구체적인 내용, 학교 등 교육 기관에서의 실천 사례 보고, 아이들의 의욕과 관련된 중요 내용을 소개한다. 특히 인지 기능이 취약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전작의 내용 일부를 보다 실천적이고 구체적으로 다시 정리하였다. 책을 통해 인지 훈련을 개발하게 된 시작과 그 훈련을 받은 아이들의 변화를 살펴보자.
일본 ‘인지 훈련’ 분야 일인자가 알려주는,
미숙함 속에서도 성장하게 만드는 기적의 트레이닝
인지 기능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일례로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할 때, 상대방의 표정을 읽고(인지) 어떤 기분인지를 상상하는 것(추론)이 바로 인지 기능이다. ‘이런 걸 하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상상하는 힘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프라이팬이 뜨겁다는 걸 경험한 뒤에는 인지 기능을 사용해 프라이팬을 보면(인지) 만지지 말아야겠다고(판단) 생각한다. 즉, 생활 속에서 인지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는 셈이다. 인지 기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되며, 아무리 기초 중의 기초라고 불리는 문제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보는 힘이 약한 아이는,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므로 ‘정육면체 따라 그리기’조차 할 수 없다. 작업 기억이 약한 아이는 한 번 들은 이야기를 몇 초 만에 잊어버린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힘이 부족한 아이는 약속한 시각을 지키거나 타인의 감정을 좀처럼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두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기능에 특히 취약한지 확인하면 이를 발달해주는 트레이닝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그 원리와 과정을 5가지 챕터에 순서대로 담았다.
제1장에서는 ‘정육면체를 그리지 못하는 아이들’로 대표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아이들’이 비행을 저지르는 현상을 다루고, 제2장에서는 그러한 아이들에게 공통으로 보이는 특징을 설명한다. 제3장에서는 소년원에 입소한 소년들이 인지 훈련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다루고, 제4장에서는 훈련의 구체적인 내용과 아이들의 변화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아이들의 의욕을 유지하기 위한 힌트를 제공한다.
특히 4장에서는 인지 훈련의 구체적 내용을 워크시트와 함께 제시해 이해와 실천 가능성을 돕는다. 저자가 소년원에서 만난 아이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그들이 어떻게 인지 기능 트레이닝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주어 그 실천성과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즐겁게 익힌 경험이 아이들을 구한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깨우는 개별 성장 지원이 필요한 이유
인지 기능이 약한 아이들, 특히 시각·청각으로부터의 정보의 왜곡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생활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간단한 문제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점점 어려워지는 공부는 고통스럽다. 친구와 노는 것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서툴다. 결국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지게 되고, 일부는 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 부적응이 비행이 되는 안타까운 사례이다. 이러한 문제에 빠지지 않도록 인지 훈련을 통해 아이들의 어려움을 지원해 줄 수 있다.
또한 정신과 외래에는 정말 문제가 있는 아이가 오지 않는다. 인지 기능이 약한 아이는 어려움을 안고 있을 것이지만,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보호자나 복지 관계 기관의 지원자가 데리고 와서 진찰이 이루어지는데, 이것만으로도 그 아이는 축복받은 케이스다. 소년원에서는, 어떠한 장애를 안고 있어 지원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누구에게도 눈치채지 못한 아이들이 있었다. 비행을 저지르다 가해자가 되어 소년원에 들어와서야 처음으로 그 소년에게는 장애가 있어 지원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현실이 있었다.
“공부를 못 하는 것도 다양성의 표출로 봐야 한다”라는 주장은 어떨까? 학생 본인이나 보호자는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다양성(diversity) 또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지만, 인지 기능의 취약함을 다양성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약점이나 미숙한 점이 개선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성장하거나 성장시켜 주고 싶고, 그 가능성에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이 솔직한 심정 아닐까?
그 누구도 곤란한 상황에 처하거나 어려운 삶을 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아이 자신도 자기 능력을 조금이라도 성장시킬 기회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책이 인지 기능의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이 어려움에 도움을 받고 싶은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책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