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창비 60주년 기념 大기획
문명전환의 시대, 되새기고 불러내야 할 한국사상의 거장들
전지구적 위기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맞서 어떻게 살 것인지 묻는 질문이 절실한 때다. ‘창비 한국사상선’은 창비 60주년을 앞두고 한국사상의 거목 59인의 사유와 철학에서 우리 앞에 닥친 이 거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보려는 특별기획이다. 조선 건국기 정도전부터 한국 현대의 김대중까지 각 시대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던 당대의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냉정히 살피고 새로운 삶의 보편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붓과 펜을 들었다. 그들의 사상적 고투 덕택에 우리는 오늘의 한국을 이루어냈고 전세계적인 K문화 또한 이같은 토대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창비 한국사상선은 창비 60주년을 맞는 2026년 완간을 목표로 3년 동안, 총 59명의 사상을 전30권에 담는 기획이다. 그중 1차분 10종을 2024년 7월 발간한다. 조선왕조 수립이라는 사회적 변혁을 이끈 정도전을 필두로 세종, 김시습, 이황, 정조를 거쳐 근대를 연 개벽사상가 최제우와 혁명가 김옥균, 안창호, 종교지도자 박중빈까지 20명의 사상가들의 삶과 생각을 선보인다. 문명적 대전환에 기여할 사상으로서, 그리고 대항논리에 그치지 않는 대안담론으로서 한국사상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음을 증명하기 위해 기획에 세심한 공을 들였다. 각권마다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편저자로 위촉하여 수록인물의 핵심저작을 선별하고, 서문에서 그 사상을 입체적이고 충실히 해설함으로써 독본이자 입문서로서 몫을 다하도록 했다. 또한 부록과 연보로 당대 국내외의 맥락을 보충했다.
우리 사상사의 새로운 정전(正傳)
특색 있는 큐레이션으로 새롭게 읽는 한국의 지적전통
창비 한국사상선은 우리 사상사의 면면한 전통에 입각하면서도, 기존 정전의 파괴와 갱신을 통해 새로운 정전을 추구하고자 한다. 명실상부 명성 있는 사상가뿐 아니라, 기존 사상서 연구에서 잘 다루지 않던 인물들도 과감히 끌어들여 한국사상의 외연을 확장하려 했다. 이제껏 소홀하게 다뤄진 20세기 후반까지를 포함했으며, ‘사상가’의 범주에서 제외되어온 군주, 여성, 문인, 정치인, 종교인을 망라했다. 1차분에 이은 2차분과 3차분에도 이이, 정약용, 김구, 김대중 등 한국사를 대표하는 거인들의 이름과 함께, 조광조, 임윤지당, 조소앙, 한용운, 이효재 등 창비 한국사상선만의 특색을 보여주는 인물들의 작품집이 예정되어 있다.
“민(民)과 더불어 새롭게 시작하라!”
정도전, 유교 문명국 조선을 구현하다
창비 한국사상선 제1권 『정도전: 백성을 위한 나라 만들기』는 1392년 조선 건국의 설계자이자 정치관료 중심의 중앙집권제를 통치철학으로 제시한 사상가인 정도전의 핵심저작을 정리한 책이다. 정도전은 민본(民本), 위민(爲民)의 이념을 토대로 왕권의 보완재이자 동반자로서 신권(臣權)에 무게를 더하는 정치질서를 구상하고 이를 현실정치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촉망받는 성리학자로서 유교 숭배와 불교 배척에 관심을 두었으며, 유배 기간 목격하고 경험한 백성들의 일상에 깊이 착안하여 국가운영 지침을 세세하게 정초했다. 결국 그의 생애 내에는 정치적 구상에 그치고 말았지만 정도전이 구상한 재상 중심의 ‘책임정치’는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로써 한반도 군주국가는 절대적 왕권 중심의 경직된 전제국가를 탈피할 가능성을 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