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 내지 도청은 야릇한 쾌감을 주는 오묘한 단어다. 남의 비밀스런 얘기를 몰래 엿듣는 것 자체가 도/감청에 빠져드는 요인 중 하나다. 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치열해져가는 복합위기 시대, 국제경쟁 시대에 도/감청은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다. 상대의 속 마음을 알아내는 데 이 보다 가성비 좋은 수단도 없다. 서방의 패권은 어쩌면 도/감청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 국가들이 똘똘 뭉쳐 ‘파이브아이즈’라는 감청동맹을 결성하고, 세계 구석구석을 이 잡듯 들여다보며, 여기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자국 안보는 물론 패권적 질서를 유지하는 토대로 삼고 있다.
한편으로 경쟁국이나 적대국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 휴민트(인간정보)를 강조하고 있으나, 극비 정보를 알려줄 만한 협조자를 물색하고 모집하는데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걸리며, 설령 포섭했다고 하더라도 이중간첩 역할을 하면서 거짓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적시성 있게 가치 있는 정보를 계속해서 제공해준다는 보장도 없다. 감청으로 획득한 정보는 그래서 더 빛이 난다.
도/감청에 관한 자료는 쉽게 공개되지 않는다. 정보기관의 공작 만큼이나 비밀스럽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 수집이 그 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필자는 연구논문이나 언론에 공개된 자료 등을 종합하여 〈파이브아이즈- 감청동맹의 해부〉라는 책을 편찬했다. 우리 사회에 드리운 감청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감청이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을 전하고 싶었다. 감청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악’이기 때문이다.
정보계에 오래 근무한 요원이라 하더라도 파이브아이즈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는 편이다. 일반인을 말할 것도 없다. 그러기에 이 책은 감청에 대한 사시적 시각에서 벗어나 균형감각을 형성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일독을 권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