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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설의 세계


  • ISBN-13
    979-11-6919-224-8 (93820)
  • 출판사 / 임프린트
    한국문화사 / 한국문화사
  • 정가
    39,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7-08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조관희
  • 번역
    -
  • 메인주제어
    문학연구: 고대, 고전, 중세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문학연구: 고대, 고전, 중세 #중국문학 #중국소설 #중국설화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3 * 225 mm, 528 Page

책소개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일본의 중국 고대소설 연구

잘 알려진 대로 일본의 중국학 연구는 우리의 그것보다 연원도 오래되었으며 수준 또한 비할 바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두 나라의 역사적 경험이 다른 데서 기인한 것인데, 우리의 경우 식민시대를 거쳐 한국전쟁까지 치르느라 무슨 제대로 된 학문을 할 만한 여건이 애당초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그에 반해 일본의 경우는 메이지유신 이래로 서양 학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후발 제국주의 국가로서 식민지 개척과 대륙 침략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중국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중국문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70년대 이후 여러 대학에 중어중문학과가 개설되어 신진 연구자들이 배출되는 한편으로 타이완에 유학을 다녀온 세대가 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창설되었던 여러 대학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 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우리나라 중국 어문학 연구는 수많은 신진 연구자들에 의해 화려하게 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러나 양적으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국 어문학 연구는 중국 일변도라 서구나 일본 등의 연구 성과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지하다는 약점도 갖고 있다. 머나먼 이역 땅인 미국이나 유럽은 차치하고라도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중국 어문학 연구조차도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목차

옮긴이의 말

 

서: 중국소설의 흐름

 

중국소설의 흐름(우치다 미치오內田道夫)

소설의 기원
지괴와 전기
설화說話 문예
근대소설의 성립과 전개
근대로부터 현대로

 

Ⅰ 남가일몽: 문언소설의 성립과 전개

 

육조와 당대 소설의 배경(우치다 미치오內田道夫)

고대세계와 소설
한대의 소설
도교와 불교의 저류底流
육조의 시대상
당 전기의 시대 배경

괴기함을 쫓아서(「지괴」의 세계)(우메즈 구니히코梅津邦彦)

신화
신선설
지괴라는 것
역사소설
작자가 없는 책
서민의 문예
판본과 문제점
후세와의 연계

 

꿈과 현실(「전기」의 세계)(쟝빙탕江丙堂)

전기소설의 성립
연애소설
신마소설
의협소설
전기소설의 사상성
환몽幻夢
관계官界
이상적인 생활
환몽魂夢
유몽幽夢
맺는 말

 

Ⅱ 목련目連의 지옥 순례: 백화소설의 성립

 

오대ㆍ송ㆍ원대 소설의 배경(오가와 요이치小川陽一)

백화소설
고난의 시대
파괴와 창조
송대의 상업
도시 제도의 변혁
도시의 번영
와자瓦子와 구란勾欄
송의 연예
작가협회
설화의 주변

 

불교와 설화(“변문”의 세계)(오가와 요이치小川陽一)

둔황敦煌
둔황 문서
자료의 보고
이른바 변문이라는 것은
변문의 종류와 내용
목련변문目連變文
변문의 역사

 

서민의 애환(「화본」의 세계)(오가와 요이치小川陽一)

화본과 평화
『청평산당화본』과 『경본통속소설』
평화
화본의 형체
화본의 세계
이른바 서민이란
서민의 애환

 

Ⅲ 양산박으로의 초대: 백화소설의 개화

 

명대소설의 배경(오노 시헤이小野四平)

명대의 흐름
도시의 발달
명대의 지식인
명대의 소설관

 

영웅에 대한 동경(『삼국연의』의 세계)(자오나이구이趙廼桂)

작품과 작자에 관하여
작품의 줄거리
세 영웅의 만남
세 영웅이 뤼부呂布와 싸우다
주거쿵밍諸葛孔明의 등장
츠비赤壁의 싸움
영웅 관위의 최후
장페이와 류베이의 최후
쿵밍과 쓰마중다의 대전
공성계와 읍참마속
쿵밍의 최후
『삼국지통속연의』를 둘러싼 정통론 
판본과 기타에 관하여

 

저항에의 열정(『수호전』의 세계)(아베 겐야阿部兼也)

작품의 기조
지혜로 생신강을 취하다智取生辰綱
그 배경-지배자에 대한 불신의 연대감
작품 속의 서민상庶民像
현실의 반영
영웅들의 말로
남은 문제와 작품의 종지
발달의 역사

 

호상과 음녀(『금병매』의 세계)(시무라 료지志村良治)

사회소설로서의 『금병매』
『금병매』의 줄거리(대안大安 간 모리 가毛利家 복제본에 의함)
판본에 관하여
『금병매』 사본의 유전
작품 성립을 둘러싼 상황
개인 창작설과 집단 창작설
명의 사상계
작자의 현재화顯在化
『금병매』의 시대 배경
돈과 색과 권력
전대前代에의 투영법
『금병매』의 풍자성
『금병매』의 독법
문학으로서의 평가
호걸로부터 시정의 사람으로
읽는 소설로
개성의 묘사 방법
대화의 능란함
백묘법
후세에의 영향

 

공상으로의 비상(『서유기』의 세계)(우치다 미치오內田道夫)

소설의 특색
사실과 허구
소설의 구성과 묘사
소설의 성립과 작자
불교 설화의 영향
판본에 관하여
속작에 관하여

 

정의의 소환(「공안의협」의 세계)(쇼지 가쿠이츠莊司格一)

이른바 『용도공안龍圖公案』
판본에 관하여
제재에 관하여
내용에 관하여
공안물의 원류에 관하여
영향影響-『삼협오의』를 중심으로
에도문학에의 영향

 

인생의 만화경(「백화 단편소설」의 세계)(오노 시헤이小野四平)

성립과 전개
펑멍룽에 관하여
‘삼언’의 내용-인생의 만화경
‘삼언’의 성격-민중의 합리 정신
유전과 연구

 

Ⅳ 모란등롱牡丹燈籠-문언소설의 계보

 

괴기怪奇와 꿈과 연애 이야기(문언소설의 세계)(우치다 미치오內田道夫)

전기의 행방
『전등신화』의 성립
작품에 관하여
「모란등기牡丹燈記」와 일본문학에의 영향
『전등신화』의 문학사적 의의
그 영향에 관하여
『요재지이聊齋志異』의 세계
『요재』의 작자
작품에 관하여
그 영향에 관하여
『열미초당필기-微草堂筆記』에 관하여

 

Ⅴ 홍루의 애환-백화소설의 성숙

 

청대 소설의 배경(시무라 료지志村良治)

청조의 성립
이민족 지배하의 지식인들
청조의 문화정책-탄압
청조의 문화정책-회유
망국의 비애-지식인들의 경우
망국의 비애-민중의 경우(1) 민요
망국의 비애-민중의 경우(2) 민간 고사
청조의 지배체제
과거와 관리
반체제 사상가 진성탄金聖歎
희곡의 존중
소설 지위의 향상
의협소설義俠小説-저항성의 상실
소설의 완성

 

풍자의 성채(『유림외사』의 세계)(아베 겐야阿部兼也)

과거에 관하여
작품에 관하여
작자에 관하여
청조의 지식인과 조정과의 관계 중에서

 

가문과 청춘(『홍루몽』의 세계)(츠카모토 데루카즈塚本照和)

작자에 관하여
줄거리
판본에 관하여
성립 시기
어떻게 읽혔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가문과 청춘

 

여 호걸의 활약(『아녀영웅전』의 세계)(쇼지 가쿠이츠莊司格一)

줄거리
작품 성립의 사정
작자에 관하여
저작 동기
창작 의도
성립 시기
모델에 관하여(1)
작품의 특색
평가

 

관리의 생태(『관장현형기』의 세계)(산보 마사미三寶政美)

소설의 특색
소설의 묘사
작자
성립의 사정
구성
창작동기와 평가

 

Ⅵ 아큐의 마음-현대소설로 향하는 기점

 

청말 민국 초기 소설의 배경(산보 마사미三寶政美)

관리의 부패
근대의 서광

 

도회지의 밤(『해상화열전』의 세계)(나가오 미츠유키長尾光之)

상하이의 화류계
작자
소설사상의 위치

 

신시대로의 계시(번역소설의 양상)(호소야 쇼코細谷草子)

중국에서의 번역의 역사
린수林紓의 번역
임역 소설의 영향
소설의 지위 향상
기타 번역소설과 번역자
일본 번역문학과의 관계

 

신문학의 각성(루쉰)(호소야 쇼코細谷草子)
루쉰 문학의 출발점
루쉰의 생애와 그 시대
『광인일기』 이후의 루쉰
그의 작품 『아큐정전阿Q正傳』
루쉰 문학의 특질

 

후기


부록: 중국소설 번역과 연구문헌 일람
 

본문인용

서: 중국소설의 흐름

 

변變과 변문變文(노도차투성변勞度叉闘聖變一항마변降魔變一화권畵巻 뻴리오 4524, 파리 국립도서관 소장) 변문은 에도키繪解き의 글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화권의 발견에 의해 그것이 입증되었다. [화권의 내용은] 노도차와 사리불이 법술을 겨루는 일척一齣으로 이 그림의 뒷면(사진 왼쪽의 감겨 있는 부분)에 항마변의 운문 부분이 초록되어 있다. 청중에게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되 특히 정확한 기억을 요하는 운문 부분을 표시해 창唱의 보조로 삼았다. 변문은 중국소설의 흐름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이루어 구어소설의 기점으로서 자리매김 되었다.

 

중국소설의 흐름

 

소설의 기원

 

소설은 인생의 반려이다. 근세 이래의 역사에서 소설이 문학에서 점하는 지위는 점점 더 그 중요성이 배가되어 소설이 인생에 관여하는 의미도 점점 커졌다. 하지만 그런 소설 역시 처음에는 가담항어街談巷語에 지나지 않았다.

소설이 요구하는 것은 신선한 내용과 흥미로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의 기원이 사람들에게 친숙한 길거리의 화제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납득이 간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목록인 『한서예문지漢書藝文志』는 학문의 원류를 아는데 중요한 문헌인데, 여기에는 「소설사小説家」(제자략諸子略)이라는 항목이 개설되어 있다. 그리고 소설의 성격을 역사적으로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소설가의 무리는 대개 패관稗官에서 나왔으며, 길거리와 골목의 이야기나 길에서 듣고 말한 것으로 지었다.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시기를, “비록 작은 기예라 할지라도 거기에는 반드시 볼 만한 것이 있을 것이나, 너무 깊이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할까 두려우니, 그래서 군자는 그것에 종사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없애지도 않았는데, [그 까닭은] 마을에서 어줍잖은 지식을 가진 이가 한 말이라도 가능한 수집 보존하여 잊혀지지 않도록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어쩌다 한 마디라도 취할 만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꼴베는 사람이나 나뭇꾼 또는 정신나간 이의 의견일 따름이다.

小說家者流, 蓋出于稗官, 街談巷語, 道聽塗說者之所造也. 孔子曰: “雖小道, 必有可觀者焉, 致遠恐泥.” 是以君子弗爲也, 然亦弗滅也. 閭里小知者之所及, 亦使綴而不忘, 如或一言可采, 此亦芻蕘狂夫之議也.

 

소설과 같은 부류에도 “반드시 볼 만한 것이 있다”고 한 것은 이것이 인생의 모습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한대의 환탄桓譚이라는 학자는 소설에 관해 “자질구레하고 짧은 말들을 모아, 가까운 것에서 비유적인 표현을 취해 짧은 글을 만들었으니, 자기 한 몸을 수양하고 집안을 건사하는 데 볼 만한 말이 있었다合殘叢小語, 近取譬喩, 以作短書, 治身理家, 有可觀之辭.)”[리산 주李善注 『문선文選』 31의 주에 인용된 『신론新論』]라고 진술했다.

이들 한대의 도서목록에 보이는 소설가의 서적은 거의 산실되어 [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이른바 소설 중에는 아마도 신화나 역사 이야기史話를 비롯해 시사와 우화 류, 혹은 민간 전설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속설에 천지가 개벽하여 아직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 여와가 황토를 빚어 사람을 만들었는데, 격무를 견디다 못해 새끼줄을 진흙 속에서 담갔다 들어 올려 인간을 만들었다. 그래서 부귀한 자는 황토로 [빚어] 만든 사람이고, 빈천하고 평범한 자는 새끼줄로 [담갔다] 만든 인간이다.(『태평어람』78에 인용된 『풍속통의』)

俗說天地開辟, 未有人民, 女媧摶黄土作人, 劇務力不暇供, 乃引繩於絙泥中, 擧以爲人. 故富貴者黄土人也, 貧賤凡庸者, 組人也. (『太平御覽』卷78 引『風俗通義』)

 

 여와나 복희는 중국 신화의 대표적인 신령인데 이것도 소설에서는 다양하게 전승된 것으로 상상이 된다.

 

서평

잘 알려진 대로 일본의 중국학 연구는 우리의 그것보다 연원도 오래되었으며 수준 또한 비할 바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두 나라의 역사적 경험이 다른 데서 기인한 것인데, 우리의 경우 식민시대를 거쳐 한국전쟁까지 치르느라 무슨 제대로 된 학문을 할 만한 여건이 애당초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그에 반해 일본의 경우는 메이지유신 이래로 서양 학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후발 제국주의 국가로서 식민지 개척과 대륙 침략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중국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중국문학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비록 식민시대에 경성제국대학에 중국문학과가 있기는 했으나, 제국대학 자체가 식민지 백성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기에 거기에 입학해서 중국문학을 연구한 이는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해방 이후에도 사정은 별로 나을 게 없었고, 앞서 말한 대로 한국전쟁을 치르느라 대학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었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열악한 경제 상황 하에 학문 연구는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어왔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중국문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70년대 이후 여러 대학에 중어중문학과가 개설되어 신진 연구자들이 배출되는 한편으로 타이완에 유학을 다녀온 세대가 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창설되었던 여러 대학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후로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우리나라 중국 어문학 연구는 수많은 신진 연구자들에 의해 화려하게 꽃을 피우게 되었다.

연구자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고 연구 성과 또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적, 질적인 수준에서 괄목한 만한 결과물들이 연이어 나왔다. 그 이후로 현재까지 우리나라 중국 어문학 연구는 많은 발전을 이루어왔다. 연구자 숫자만 해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이고, 그들이 이루어낸 수많은 연구 논문과 저역서는 한우충동일 정도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중국 어문학 연구는 어두운 측면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초기에는 대학에 자리를 잡기가 쉬웠지만, 그 수요가 어느 정도 채워진 뒤에는 뒤늦게 막차를 탄 연구자들이 대학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한국연구재단의 연구 프로젝트 수행 등으로 호구도 제대로 못 이어가는 처지에 내몰렸다. 그로 인해 학문 후속세대가 단절되는 일까지 벌어졌고,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때 아닌 혐중 풍조까지 팽배해 향후 우리나라의 중국 어문학 연구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아울러 양적으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국 어문학 연구는 중국 일변도라 서구나 일본 등의 연구 성과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지하다는 약점도 갖고 있다. 머나먼 이역 땅인 미국이나 유럽은 차치하고라도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중국 어문학 연구조차도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옮긴이는 이런 문제의식을 오래 전부터 인식해 왔지만, 다른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연구 성과를 따라가기에도 바쁜 터라 다른 데로 눈길을 돌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0년에 안식년을 교토대학에서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일본어 기초가 잡힌 뒤에는 작은 책자 하나를 선택해 번역을 시도했다. 당시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일본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가며 악전고투 끝에 번역을 끝냈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낸 책이 이하라 히로시(伊原 弘)의 『중국 중세도시기행』(학고방, 2012.)이었다. 그 뒤로도 일본어 공부는 꾸준히 해나갔다. 하지만 영어에 이어 중국어까지 두 개의 외국어도 버거운 판에 세 번째 외국어까지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가며 기억력마저 감퇴해 단어 외우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찾은 단어를 또 찾고 다시 찾는 일이 거듭되었다.

그러던 중 과학기술의 발달이 나의 번역 작업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OCR 프로그램과 구글을 비롯한 번역 프로그램의 활용이었다. 일단 일본어 책을 페이지마다 스캔을 해 OCR 프로그램에서 텍스트를 추출한 뒤 번역기에 돌리면 번역문이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은 조잡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에 다시 윤문을 해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면 시간뿐만 아니라 복잡한 사고 과정을 줄여주어 훨씬 능률적으로 번역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초기의 OCR 프로그램이 허접한 인식률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거의 97% 이상의 인식률을 보이듯 번역기 역시도 나중에는 더 이상 손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매끈한 번역 결과물을 내놓을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아니 그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확신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대학에서 외국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기에 각 대학의 외국어 전공 학과가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그 이후로 나의 일본어 번역 작업은 속도가 붙어 다음과 같은 성과물을 내게 되었다.

 

 마스다 와타루, 『루쉰의 인상』, 청아출판사, 2022.

 시오노야 온, 『중국문학개론』, 학고방, 2023.

 시오노야 온, 『중국소설개론』, 학고방, 2023.

 그리고 바로 이 책 우치다 미치오 편, 『중국소설의 세계』까지.

 

여기까지가 나의 일본어 번역 작업에 대한 일종의 소개라면 이하는 『중국 소설의 세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다. 이 책은 일본의 명문대학 가운데 하나인 센다이의 도호쿠대학東北大學 출신 연구자들의 글을 모아낸 것이다. 책의 말미에 이 작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책임자라 할 우치다 미치오 교수의 「후기」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중국 고대소설을 시대 순으로 개관하고 있다. 

여러 명의 공동 작업이라 서술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내용 역시 중복되는 곳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관점의 신선함과 충실한 내용 소개 등은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저작으로는 중국소설연구회[현재의 한국중국소설학회] 편, 『중국소설사의 이해』(학고방, 1994년)가 있다. 이 책은 국내에서 한창 중국 어문학 연구의 붐이 일었던 1990년대 초반 당시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이루어낸 성과다. 이 책 역시 중국 고대소설을 시대 순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그 주요 틀거리는 루쉰의 『중국소설사략』의 분류에 의거했다. 또 한 가지는 중국 학자의 책을 번역한 『중국고전소설사의 이해』(張國風 지음, 이등연․정영호 편역,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1년)가 있다. 이 세 권의 개론서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쪼록 이 번역서가 독자들의 중국 고대소설에 대한 이해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제현들의 가차 없는 질정을 기대한다.

저자소개

저자 : 조관희
조관희(trotzdem@sinology.org)는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다(문학박사). 상명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교수). 한국중국소설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작으로는 『조관희 교수의 중국사』(청아), 『조관희 교수의 중국현대사』(청아), 󰡔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돌베개), 『청년들을 위한 사다리 루쉰』(마리북스). 『후통, 베이징 뒷골목을 걷다』(청아), 『베이징, 800년을 걷다』(푸른역사), 『교토, 천년의 시간을 걷다』(컬쳐그라퍼) 등이 있고, 루쉰(魯迅)의 『중국소설사(中國小說史)』(소명출판)와 데이비드 롤스톤(David Rolston)의 『중국 고대소설과 소설 평점』(소명출판), 자오위안런(趙元任)의 『중국어문법』(한국문화사)을 비롯한 다수의 역서가 있으며,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옮긴이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amormundi.net)로 가면 얻을 수 있다.
안녕하세요. 한국문화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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