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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기의 역학


  • ISBN-13
    979-11-7213-066-4 (04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한겨레출판 주식회사 / 한겨레출판 주식회사
  • 정가
    15,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6-3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설재인
  • 번역
    -
  • 메인주제어
    범죄, 미스터리소설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판타지 #범죄, 미스터리소설 #변기 #크리처 #괴수 #아파트 #빈곤 #가족 #불신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10 * 188 mm, 288 Page

책소개

2019년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수권의 책을 펴내며 한국문학의 활기찬 동력이 된 소설가 설재인이 괴이하고 의문투성이인 미스터리의 세계, 《그 변기의 역학》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그간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종말 그 자체”(천선란 소설가), “변신과 함께 우리 마음을 파고드는 핏빛 내시경”(김창규 소설가)이라는 평과 함께 장르문학계의 믿음직한 신성으로 우뚝 선 작가는 ‘봉수 파괴’라는 파격적 소재와 ‘크리처(creature)의 등장’이라는 기이한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쳐 보인다.

목차

그 변기의 역학

에필로그

 

작가의 말

본문인용

거주 가능 기간 최장 10년, 보증금 육천에 월세 육만 원. 전셋값이 삼억을 넘는 인근 투룸의 시세를 확인하며 아정은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행운에 얻어걸렸는지 깨달았다. _9쪽

 

변기를 채우고 있어야 할 물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아정은 레버를 아래로 밀었다. 우르릉 소리와 함께 물이 내려가고, 다시 차올랐다. 변기 중간에서 놀리듯 넘실대는 맑은 수면을 바라보며 아정은 의아해했다. 꿈을 꾼 걸까. 내가 들은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_24쪽

 

아정은 변기가 이상한 건 큰일이 아니라고, 충분히 참으며 살 수 있다고 최면을 걸었다. 피해를 당하고 그리하여 부족한 자신의 존재가 남에게 부끄러워질 때마다, 이건 피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 평생에 걸쳐 여러 번 반복했던 과정이었으므로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_33쪽

 

저 집에 누군가 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인. 그런데 그 씨발년이 초인종 소리에 단 한 번을 반응하지 않는다……. 죽일까, 하고 아정은 세 글자를 떠올렸다. 떠올리기만 한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중얼거리고 있었다. _44쪽

 

이상하죠. 배관을 막은 게. 그게 다른 건물이랑 다르거든요. 물티슈 같은 거 아니야. 되게 끈적끈적하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음식물 쓰레기랑도 아주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음식물이면 다 알지. 이건 우리가 본 적이 없는 거란 말이에요……. _91쪽

 

변기 시트였다. 변기의 시트가 위아래로 조금씩 들썩거렸다. 플라스틱과 도기가 만들어내는 소음은 아주 작은 음량이었으나 중요한 것은 아정의 시야에 들어온 얼굴이었고, 더 중요한 것은 변기 속의 노인이 물리적으로 사물을 움직이는 광경을 처음 목격했다는 사실이었다. _165쪽

 

아정은 화장실로 향했다. 인간 개개인의 업보가 한곳에 쌓여 커다란 심판을 받는 종교 경전의 한 페이지처럼, 501호의 것으로 그리고 401호의 것으로 점점 막혀갈 공동 배관을 상상했다. _171쪽

 

내 불행이 너무 여러 겹이거든요. 하나를 걷어내서 해결된다면 참 좋을 텐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만약 제게 불행이 그 통증뿐이었다면 저는 통증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랐을 거예요. 하지만 레이어가 너무 많아. 걷어내도 걷어내도 다 불행이야. 그러니 각 레이어에 지속적으로 명확한 원인이 있어야 해요. 안 그럼 내가 죽을 지경이 되니까요. 그런데 왠지 안 보이잖아요. 왠지 없잖아요. 원인이 되는, 내가 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구석을 제외하면요. _212쪽

 

아정은 변기 물에 손을 집어넣어 휘저어주었다. 그럼 엄마가 아이처럼 까르르 웃으며 물을 튀겼다. 계곡에 놀러 온 것 같다고 아정은 생각했다. 어린 시절 가끔 놀러 간 계곡에서 엄마는 언제나 고기를 굽고 상만 차렸는데, 지금 보니 물놀이에 꽤나 재능이 있었다. _266쪽

 

서평

“변기를 채우고 있어야 할 물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봉수 파괴 현상이 불러일으킨 괴이하고 새뜻한 청년세대 미스터리

 

2019년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수권의 책을 펴내며 한국문학의 활기찬 동력이 된 소설가 설재인이 괴이하고 의문투성이인 미스터리의 세계, 《그 변기의 역학》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그간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종말 그 자체”(천선란 소설가), “변신과 함께 우리 마음을 파고드는 핏빛 내시경”(김창규 소설가)이라는 평과 함께 장르문학계의 믿음직한 신성으로 우뚝 선 작가는 ‘봉수 파괴’라는 파격적 소재와 ‘크리처(creature)의 등장’이라는 기이한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쳐 보인다.

수많은 건물로 둘러싸인 서울 도심 한가운데 몸 하나 누일 작은 방을 전전하던 소설가이자, 국가가 보증하는 ‘청년’의 마지노선 만 39세의 성아정은 어느 날 청년임대주택사업에 당첨된다. 보증금 6천만 원에 월세 6만 원, 최장 거주기간 10년인 투룸 머니빌의 입주 조건은 단 두 가지. 첫째, 등록된 세대원 이외에 거주할 수 없다. 둘째, 연간 시행되는 자체 평가에 의거해 불량입주자로 등록된 이는 즉시 퇴거한다. 아정은 벼락같이 찾아온 행운이 행여나 도망갈까 서둘러 입주를 마치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내몰린 줄만 알았던 삶을 돌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중 아정은 듣게 된다. 아무도 없는 새벽 우르릉 소리를 내며 내려가는 변기 물 소리를. 변기가 저절로 마르는 ‘봉수 파괴 현상’과 마른 변기에서 풍기는 극심한 냄새에 큰 스트레스를 받던 소심한 이웃 아정은 대뜸 솟아오른 봉수로 자신의 오물을 뒤집어쓴 날 사건의 원흉인 윗집으로 돌진하고, 윗집의 현관을 열고 나오는 아주 작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 형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형체와 같이 사는 수상한 남자. 수리 업체 말로는 윗집에서 버려선 안 될 걸 버려 배관이 막혔다고 하는데…… 대체, 윗집 남자는 새벽마다 뭘 버려대는 걸까? 그 형체의 정체는 뭘까?

속이 울렁일 정도로 빠른 속도감을 자랑하는 《그 변기의 역학》은 한 번 펼치면 다음 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심엔 이 아스트랄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 해괴한 사건과 대비되는 리얼리즘이 자리한다. “종이류를 내놓으면 두어 시간 안에 싹쓸이해 가는 사람들. 그리하여 분리배출의 귀찮음을 덜어주는 사람들”(52쪽)이라거나, “이웃은 간헐적인 층간 소음과 거실에 있을 때 들리는 현관문 밖의 소리와 온갖 종류의 재활용 쓰레기 그리고 우편함의 우편물이나 현관문 앞으로 배달된 택배 상자의 형태로만 존재했다”(37쪽) “남들 점심시간에 먹는 점심의 맛” “서른다섯을 넘기니 세상에서 그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지더라”(141쪽) 식의 사실적 묘사는 소설 속 일들을 바로 우리 지척으로 바짝 끌어당긴다. 

리얼리즘과 참신하게 어우러지는 판타지 요소들도 《그 변기의 역학》만의 매력이다. ‘현대판 고려장’ 기업 ‘실버스파클’의 등장은 ‘부모보다 못 살게 된 첫 세대’라 불리는 오늘날 청년들의 역린을 과감히 드러내고, 결국 화장실에서 괴수의 비웃음을 사며 죽을 뻔한 아정의 사연은 가족이나 이웃과의 연대보다 개인적 공간의 침범을 경계하고 나의 안온만이 우선되는 사회에 원초적 충격을 가한다. 실제로 작가는 이 소설이 자신의 경험(청년주택 당첨과 봉수 파괴)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밝히며, 어떤 “운의 현실화를 내 ‘능력’으로 내면화”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우리 세대에게 능력 밖의 일은 너무나 많고,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평가하거나 운에 잡혀 살지는 말라고. 조금은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동료애 속에서 그는 ‘설재인이 이런 거 쓰는 사람이었어?’라는 의외의 작품을 더 쓰고 싶다고 말한다. 무시무시한 속도감, 흥미진진한 이야기, 파격적인 소재와 괴상한 인물들이 털털하고 친근한 위로를 건네는 설재인 세계를 깊이 체험해보길 바란다.

 

변기를 채우고 있어야 할 물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아정은 레버를 아래로 밀었다. 우르릉 소리와 함께 물이 내려가고, 다시 차올랐다. 변기 중간에서 놀리듯 넘실대는 맑은 수면을 바라보며 아정은 의아해했다. 꿈을 꾼 걸까. 내가 들은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침실로 돌아와 이불을 덮고 누운 지 몇 분 이 지나지 않아 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없는 아정의 화장실에서, 우렁차게 변기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아정은 벌떡 일어섰다. 아무도 없던 화장실의 변기는 아까처럼 말라 있었다. 그리고 구멍을 통해 스멀스멀 올라오는 역겨운 하수구 냄새를 아정은 곧바로 맡아냈다. _본문에서

 

지금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한겨레출판 턴(TURN) 시리즈 론칭  

한겨레출판이 흡인력 있는 전개와 새로운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장르 소설 시리즈를 리디와 공동 기획해 론칭한다. 다년간 전자책 플랫폼으로 구축한 장르 친화적인 노하우로 작가 발굴에 힘써온 리디와 손잡고 SF, 스릴러, 미스터리 등 다채로운 소설을 통해 문학의 경계를 초월해 무엇보다 이야기 본래의 재미와 가능성을 꿈꾸며 기획된 시리즈라 의미를 더한다. 

한계 없는 이야기의 세계에서 저마다의 터닝포인트를 마주하기를 바라는 턴 시리즈는 신인의 패기로 무장한 작가부터 지금 가장 주목받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한 이까지 두터운 작가군을 확보했다. 《트로피컬 나이트》《칵테일, 러브, 좀비》 등을 통해 특유의 스타일로 사랑받아온 조예은 작가의 최신작 《입속 지느러미》가 ‘턴’의 포문을 연 뒤 이후 강민영, 설재인, 김달리, 청예 작가 등의 신작 장편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영상 문법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을 포섭하는 데 소극적이던 기존 문학의 장을 뛰어넘어 첨예한 상상력을 담아낼 이 시리즈가 침체된 출판계에 활력이 되리라 기대한다.  

 

턴 시리즈 소개 

지금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턴(TURN)은 한겨레출판과 리디가 공동 기획한 장르 소설 시리즈입니다. SF, 스릴러, 미스터리 등 다채로운 소설을 통해 이야기 본래의 재미와 가능성을 꿈꿉니다. 이야기의 불빛이 켜지면 새로운 세계에 도착합니다. 한계 없는 턴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TURN 01 조예은 《입속 지느러미》

TURN 02 강민영 《식물, 상점》

TURN 03 설재인 《그 변기의 역학》

TURN 04 김달리(근간) 

TURN 05 청예(근간) 

TURN 06 정이담(근간) 

TURN 07 조영주(근간) 

TURN 08 유진상(근간) 

TURN 09 가언(근간) 

TURN 10 전건우(근간) 

TURN 11 이수현(근간) 

 

저자소개

저자 : 설재인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사뭇 강펀치》,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우리의 질량》 《강한 견해》 《내가 너에게 가면》 《딜리트》 《범람주의보》 《캠프파이어》 《소녀들은 참지 않아》 《별빛 창창》, 연작소설 《월영시장》, 산문집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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