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10 총선 평가를 토대로 진보정당 운동의 방향을 모색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진보정당 성장에 독이 될 뿐이라는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권력과 가치, 정보를 양분하며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는 보수정당이다. 즉 민주당은 ‘자본-정부와 정치권력-보수언론-사법부-종교권력층-전문가 집단과 어용지식인’으로 이루어진 기득권 카르텔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보수 양당은 서로 치열하게 정쟁하면서 권력, 자산(asset)과 예산, 정책, 정보를 분할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자기들이 약할 때마다 ‘수혈론’을 내세워 재야나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사람을 충원하는 방식을 택해왔고, 선거 때마다 항상 자신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을 설파해왔다. 그러나 자기들에게 힘이 생기면 독단과 일방통행, 내로남불이 횡행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보수 양당은 지난번 총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약속을 깨면서까지 위성정당을 만들어 진보정당과 합의하여 수용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였다. 그 결과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과 노동당은 원내 진출에 실패했고 진보당은 민주당과 선거연합으로 3석을 얻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래 20년 가까이 독자적으로 원내 정당을 유지해 온 진보정당이 이번 선거에서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모조리 무너졌다. 하지만 진보정당의 괴멸은 결코 남의 탓이 아니다.
한국의 정당체제에서 제3지대는 지속적으로 계급성이 약화되고, 정치양극화와 팬덤 정치의 영향으로 기존 양당 체제에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한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신생정당이 반복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경향성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정의당과 같이 계급정당을 표방하는 진보정당이 원내에 재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진보정당은 민주당과 연합 없이 존재할 수는 없는가? 오히려 그 반대다. 보수화된 민주당에 기대지 않고 독자노선을 제대로 걷는 것만이 진보정당의 살 길이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은 노동자와 소수자들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진보정당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해체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사회, 즉 평등, 평화, 생태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운동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 목표를 설정할 때만 진보는 제자리를 찾을 수 있고 무력감과 진부함에 빠진 노동운동을 활성화하고 대중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진보정당은 현재 소수 세력이다. 하지만 다수가 되는 길로 나아가야 뜻을 이룰 수 있다. 진보정당들의 현재 외연을 넓히는 전략은 ‘보다 왼쪽으로, 보다 아래쪽으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