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이소룡은 박사오라는 기술을 사용해 방어하는 상대 팔을 떨쳐 내고 얼굴 쪽으로 펀치를 날렸다. 거의 모든 관객이 어떻게 때렸는지 모를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박사오는 어떤 기술일까?
나는 상대가 뿜는 기백에 공포를 느끼며 멈춰 서려는 의지와는 반대로 상대와 거리를 유지한 채 도장 끝까지 물러났다. 내 다음 사람은 나보다 검술에 능한 사람 같았다. 사범이 간격을 좁혀도 물러서지 않아 나는 ‘역시!’라고 감탄했다. 그런데 다른 사범이 “그 정도 간격이면 벌써 목이 날아갔죠. 처음 분처럼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야 목숨을 구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인간의 시각은, 얼굴을 인식하는 뉴런이라는 전용 뇌세포가 있어 얼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여러 물건이 뒤섞여 있는 방에서, 물건 사이로 사람 얼굴이 보이면 곧바로 알아챈다. 또 천장에 그려진 무늬, 나무 사이에 벌어진 틈, 자동차 앞부분에서 문득 ‘얼굴’을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사람 얼굴을 보며 움직임이나 공격 의도를 감지한다.
K 씨와 함께 기무라 교수를 방문해, 몇 시간에 걸쳐 계속 쓰러진 경험을 소개하려 한다. K 씨와 내가 맞잡은 양손을 기무라 교수가 손바닥으로 가볍게 밀었다(그림1a). 우리 쪽이 월등히 유리했는데 합기에 걸린 나만 뒤로 넘어졌다(그림1b). 두 사람에게 합기를 걸면 모두 쓰러진다. 네 명이든 다섯 명이든 그중에 상대를 선택해 쓰러뜨릴 수 있다고 한다.
소겐 선생은 “좌선으로 깨달음을 얻는 사람은 십만 명 중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천재다. 보통 사람의 경우, 마음을 담아 날마다 일상을 영위해 나가는 게 깨달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라고 말했다. 무술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훈련으로 쌓은 집중력을 일상생활에서도 유지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다 보면 삶의 심오한 경지로 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
사상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삶의 의미’를 터득하는 게 ‘깨달음’이다. 이 경지에 이른 사람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삶에 대한 깊은 안도감, 천지 만물에 대한 감사, 주변 사람을 돕고자 하는 자비심을 품고 남은 인생을 보낸다. 허무는 끼어들 틈이 없다.
허약 체질로 태어난 나는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학창 시절, 마른 몸을 근육으로 단련하고, 발차기도 못하는 뻣뻣한 몸으로 소림사 권법을 배웠다. 대학에서 일을 하고부터는 자전거에 열중했다. 그리고 7장에서 말한 이유처럼 이론 물리학에서 바이오메카닉스로 전향해 처음에는 격투 스포츠, 나중에는 무술을 중요한 연구 주제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