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도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마치 숨 쉬는 걸 의식하는 것과도 비슷했다. 평소에는 관심조차 없는 평범한 무언가라도, 신경 쓰이는 순간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렵게 된다. 지금 이 착착착 소리가 바로 그랬다. 거슬리는 기계음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착.
“이게 대체,”
-19쪽
“놓칠 거야?”
“네?”
“태준이 말이야. 다 잡아 놓고, 코 앞에서 이렇게 놓칠 거냐고.”
민혁은 어이가 없었다. 뭐지,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는 학생이라도 된 듯한 이 초라한 기분은? 난데없는 상황에 멍했지만, 문득 여자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당연히 그러고 싶지 않다. 이렇게 허무하게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테니까.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빨리 안 일어나? 지금이 정말 마지막 기회니까.”
-92쪽
민혁이 문 뒤편에서 뛰쳐나갔다. 지그재그 방향으로 달리며 앞을 보았다. 남자들이 각각 어디에 숨어 있는지 파악했다. 왼쪽 벽 그리고 오른쪽 정수기. 이윽고 장전을 마친 남자 중 하나가 숨어 있던 엄폐물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달려오는 민혁을 보며 놈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잽싸게 손을 뻗은 뒤 정확히 두 번 방아쇠를 당겼다.
-157쪽
그때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 표시 제한이었다. 그것을 보는 즉시 직감했다. 동일 인물. 날 함정에 빠트린 놈은 이 자식이다. 나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누구야?”
정적이 흘렀다.
“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데. 당신 누구야?”
“민혁아, 잘 지냈냐.”
말도 안 돼, 나는 중얼거렸다. 주위의 온도가 순식간에 10도는 뚝, 내려갔다. 죽은 자가, 전화를 걸었다.
-314쪽
비틀거리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새롬은 민혁의 앞으로 나아갔다. 이 모든 사달이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저기 누워 있다. 살충제를 맞은 개미처럼 꿈틀거리며.
“언니! 아직 몸이,”
“지영아.”
새롬이 지영의 말을 막았다. 그런 다음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마무리는 해야지.”
-3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