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했다. 보호자가 없는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점점 더 영악해졌다. 죄책감도, 도덕심도 없었다.
율리아 아르테는 순수한 악당이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사형당한 해적의 주머니에서 값비싼 것들을 꺼낼 수 있었다. 그때는 해적의 처형식이 잦았고, 버려진 시체에 손대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_44쪽(『나쁜 시녀들 3』)
율리아가 가진 마음의 감옥엔 바닥이 없었다. 카루스가 아무리 따스한 말로 채우려 해도 밑바닥이 없어 쌓이지 않았다. 그는 그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그녀의 감옥에 들어왔다.
카루스의 말, 행동, 눈빛, 손, 웃음. 그런 것들이 쏟아졌다. 자꾸자꾸 나타나 어지러웠다. 바닥이 없어 뻥 뚫린 아래로 그에 대한 기억이 쏟아져, 율리아의 시선을 빼앗았다.
아까웠다.
_149쪽(『나쁜 시녀들 3』)
“만약에 그 저주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데요?”
“뭐? 그런 건 왜 궁금해하는 거야? 미신 수집이라도 하게?”
“써먹을 데가 있어서 그래요.”
“한 쌍이라고 했어.”
“뭐가요?”
“무조건 한 쌍이라고.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라고.”
“둘이라고?”
“하나의 저주가 시작되면 다른 하나가 마땅한 적수를 고른다.”
_431쪽(『나쁜 시녀들 3』)
율리아는 그 집을 원한다고 말했다.
“불에 태워서 흔적도 남지 않게 하려면, 내 소유여야 하잖아.”
그녀는 누누이 말해왔다. 마조람이 숨 쉬는 땅에선 아무것도 자라지 않게 하겠다고.
마조람의 성을 가진 자가 단 한 사람도 남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라고. 마조람이 이루고자 했던 모든 꿈을 빼앗아 시궁창에 던져버릴 거라고.
그러니까 그곳에 풀 한 포기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_439쪽(『나쁜 시녀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