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피아노를 더 잘 치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면 조금 실망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피아노를 치는 모두가 이런 마음이면 좋겠다. ‘피아노는 물 좀 끼얹으면 고장 나고, 불을 붙이면 타 없어져 버리는 나무일 뿐이다.’_9p
이 책은 피아노를 잘 치는 방법, 음악으로 성공하기, 또는 차트에서 1위 하기 같은 비법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니다. 정말로 당신이 피아노를 사랑하게 되고 인생의 아름다운 친구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_13p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어떤 관계를 유지할 때 가장 좋은 시너지를 내는지, 프로듀서로서 다비는 어떤 사람인지, 인간으로서 다비는 어떤 사람인지 헤이즈는 나를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사람이다._41p
우리는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으로 피아노 앞에 처음 앉게 된다.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건반 위에서 ‘도레도레’를 연주하던 그날의 설렘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경우 우리를 피아노로 이끌어 주었던 선생님과 부모님이, 우리를 피아노로부터 떠나게 만들기도 한다._114p
지하철을 타고 오디션을 보러 가는 길에 수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가는 내내 기도를 했던 것 같은데, 어떤 기도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시간 동안만은 자만심, 반항심, 두려움 이런 모든 감정을 내려놓고 간절함만을 채웠던 것 같다._57p
나는 끊임없이 눈치를 봤다. 심지어 혼자 방에서 연습할 때도 연주하는 나와, 듣는 내가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눈치를 봤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성격이 나를 끊임없이 짓눌렀다._82p
나는 결국 강압적이고 억지스러운 연습을 버렸다. 그리고 성공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인기와 돈과 명예가 아니다.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말이다. 피아노를 연주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나는 여전히 피아노를 많이 사랑한다. 피아노를 칠 때 가장 행복하고 자유롭다. 피아노 앞에 앉으면 세상의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듯한 가벼움을 느낀다._120p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연습해야 했던 피아노도,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음악도, 이 모든 것들을 버리더라도 더욱 가치 있는 유일한 것은 오직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_20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