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앓는 딸에게, 사랑으로 써 내려간 엄마의 일기!
중화권을 울린 스테디셀러,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첫 개정판!
우울증을 앓는 딸과 감정조절 장애를 앓는 엄마,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함께 버티며 나아가는 우울의 무게
우리 삶은 맑고 궂음을 반복한다. 그런데 이 변화무쌍함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남들은 부슬비를 맞고 섰는데 나만 거센 폭풍우를 견뎌야 한다든지, 저 사람은 봄인데 나 혼자 겨울이라든지. 늘 그런 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안다. 산다는 게 원래 그렇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거짓말처럼 날이 개어 고운 볕이 든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에는 딸의 우울증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이 부드럽고 단정한 언어로 적혀 있다. 때로는 안타깝기도, 사랑스럽기도, 슬프기도, 그리고 끝내는 먹먹해지게 만드는 이 책의 문장을 곱씹어 삼키다 보면 나 역시 이들의 일상에 빠져드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 문장들은 슬픔을 나눠 가진 엄마와 딸의 연대이자, 다그치고 화를 내는 대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는 가족의 사랑인 것만 같다. 남들보다 궂은 날씨를 만난 딸, 그리고 그 비바람을 막아 주기보다 함께 견디기로 한 엄마의 결심은 사랑의 빛깔까지 더해져 무척이나 찬란히 빛난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이유로 나눠 안을 수 있는 슬픔의 무게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함께 버티다 보면 슬픔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배우게 만든다. 어떤 때에는 동굴 속 미로에서 길을 잃은 듯한 답답함에 마음을 다치기도 하겠지만, 사랑의 힘은 아주 세고 그 어떤 시련이든 이길 수 있게 하니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시간, 그리고 나를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우리를 얼마나 안전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울증과의 싸움에서 나아갈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 알 것만 같다.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한 깊은 이해와 끈끈한 사랑의 의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회복의 기록이다.
뒤를 돌아보고, 되는대로 사는 삶
바쁘게 돌아가다 보면 내 마음이 얼마나 소란한지 들을 수 없다. 반짝이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 일상에 어찌나 재미난 것들이 많은지, 세상에 나와 닮은 ‘나’들이 얼마나 많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가끔 우리는 성취만이 행복이라 느끼고는 한다. 그러나 그 어긋난 행복에는 욕심이라는 속성이 있어, 다음 행복을 위해선 더 많은 성취를 거머쥐어야만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을 쓴 김설 작가의 말을 빌려 이야기해 보자면, 아이가 대학에 가면 행복할 것 같던 마음이 취직한 뒤에야 행복해지고, 취직만 하면 행복할 것 같았던 마음이 진급한 뒤에야 행복해지는 것과도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늘 행복할 수 있는 지점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평생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들이 아닐까. 무엇이 우리를 이런 사람으로 만들고 있을까.
살아간다는 건 늘 경이로운 일이고, 우리는 삶에 수반되는 고통을 피하거나 원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쓴다. 하지만 조금 아프면 어떤가. 울다가도 웃을 수 있고, 웃다가도 다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인생일 텐데. 물론, 그런 시시콜콜한 날들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그땐 미처 알지 못하겠지. 이 책은 그런 작은 기쁨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아주 자세하고 절실한 목소리로 기록되어 있다. 작가는 책 끝에 접어들어 ‘일상에 숨어 조용하게 반짝이는 것들’을 딸 덕분에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살아왔던 시간을 다시 살피라는 듯, 그렇게 앞만 보며 살아서는 안 된다는 듯,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딸의 우울. 어쩌면 그건 잠시 멈춰 뒤돌아보라는 신호가 아니었을까. 앞으로 살아갈 머나먼 날들을 내다보고, 미리 살아볼 기회 말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며 살아갈 수 없고, 죽을힘을 다해 멀리 뛰어가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물이 흘러가듯 ‘되는대로’ 살아가는 마음. 나에게 조금 더 기회를 주고, 말을 걸고, 아프지 않게 잘 돌보는 마음. 멀리 가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작가의 경험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자세와 태도를 배울 수 있을까.
개정판에서만 만나는, ‘더 전하고 싶은 이야기’
개정판에서는 책 출간 이후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4년 만에 출간된 개정판에는 딸에게 다시 쓰는 편지와 출간 이후의 일상을 담은 두 편의 일기가 추가되었다. 우울증 이후,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했다면 꼭 펼쳐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함께 뛰기로 한 트랙에서 두 사람이 어떤 길을 마주하게 되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만난 ‘희망’ 혹은 ‘다시 일어서는 힘’은 단순히 낙관적인 기대와 막연한 소원의 결과물이 아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또 과거를 돌아보는 구체적인 행동에 기인한다. 감정조절 장애가 있는 엄마, 그리고 우울증을 겪는 딸. 어딘가 한구석이 아프고 지난했던 이들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면서 강해지는 모습은 끝내 우리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고야 만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 희망을 마주할 수 있다고, 그리고 절벽 끝에 매달린 채로도 서로를 붙잡음으로써 희망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는 가장 커다란 메시지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절망 속에서도 빛나는 희망의 가치 말이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비밀스러운 고통이다. 그리고 어디에도 입을 떼지 못한 채 그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가족의 마음이란, 당사자가 아니라면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작가는 모두가 희망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끝이 보일 터널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잘 버텨 나가면 좋겠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과거를 살아왔든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또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다 한들. 이 책은 결국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하며 다정한 손길을 내민다. 우울증을 겪고 있을 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그리고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해 삶의 희망을 꺼뜨려 가는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어줄 책이다. 우리는 함께 잘 살 수 있다. 슬픔에 빠질 수는 있겠으나, 곱게 빠지지는 않겠다는 다짐.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오늘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