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평면표지(2D 앞표지)
입체표지(3D 표지)
2D 뒤표지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 ISBN-13
    978-89-364-8021-9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창비 / (주)창비
  • 정가
    14,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4-2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안미옥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창비 #에세이, 문학에세이 #성장 #감동 #시인 #일기 #육아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15 * 188 mm, 216 Page

책소개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는 더이상 당신을 염려하지 않을 것 같다.” (김금희 추천사)

내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아름다운 성장의 기록

서툴렀던 어린 ‘나’를 돌보는 시간, 시인 안미옥의 첫번째 에세이 

 

매력적인 감수성으로 삶의 슬픔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시인 안미옥이 등단 12년 만에 첫번째 에세이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를 창비 에세이& 시리즈로 선보인다. 

총 2부로 구성한 이 책은 시인이 일상을 살아나가는 나날을 사려깊게 담은 일기이자, 아들 ‘나무’가 태어나 다섯살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촘촘하게 따라가며 아이와 함께 삶과 세상을 배워나가는 성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나날이 자라가는 아이의 곁에서 작가 또한 다시 태어나 모든 것을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매일의 낯선 감각을 두려움이 아닌 용기로 마주하는 법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쓰는 사람으로서, 돌보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이만큼이나 서툰 한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를 다정하고도 따듯한 문장으로 펼쳐놓은 이 책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꾸밈없는 언어로 표현하는 아이의 말이 선사하는 신선한 재미 또한 담고 있다. 한때는 삶과 그 속에 놓인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결코 알지 못했던 시인이 아이 ‘나무’를 지켜보며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새로이 배워나가는 이 소중하고도 빛나는 순간들의 아름다운 기록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어린 ‘나’들을 보듬으며 다시없을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_두걸음

 

1부 계속해서 자란다

이상하다는 말

벌은 꽃을 좋아해?

나무의 말 이름 짓기

단지 이 세계가 좋아서

보고 싶은 마음

나무의 말: 보고 싶어서

제자리 뛰기 연습

구름과 모름

나무의 말: 사랑해서

손에 꼭 쥔 것

나무의 말: 나무의 장래희망 변천사

처음 겪는 몸

어떤 표정이야?

나무의 말: 심장 소리

처음에는 무섭고 나중에는 재미있다

느슨하게 주고받는 일

내 마음을 믿었어야지

나무의 말: 비

 

2부 서툴다는 것은 배우고 있다는 뜻

상자가 생기면 일단 한번 들어가본다

여리고 단단한

나무의 말: 소와 토끼

나무의 말: 의견 조율

낯선 풍경과 함께 살기

좋아하는 것과 재미있는 것

흘러가고 펼쳐지는

나무의 말: 울음 끝

선잠

한 사람

나무의 말: 그런 마음

커튼

나무의 말: 끝말잇기 1

특별하다는 것

나무의 말: 끝말잇기 2

꿈의 안과 밖

사랑의 복잡한 마음을 아는 나이

나무에게 한번씩 겨울이 온다는 것을 잊을 수 없듯이

나무의 말: 다섯살

 

에필로그_나무 일기

본문인용

나무의 입장에서 보자면 세상의 모든 것이 이상하다. 이상하기 때문에 다 알 수가 없다. 나무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재미있고 신기하고 두렵고 무서운 것투성이이다. 그래서 알고 싶은 것, 알아가고 싶은 것이 가득하다. 재미있고 신기한 것은 알수록 재미있고, 두렵고 무서운 것은 알수록 이해가 되어 무섭지 않게 된다. 요즘 나도 내게서 신기하고 무서운 것을 계속해서 발견해나가는 중이다. 나무와 함께하면서, 잊었던 어린 나의 세계를 한번 더 살아보는 것 같다.(21면)

 

좋아하는 것에 이름을 지어주는 일은 내 시간을 선물하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함께하는 시간. 멀리서도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엔 함께 있는 것과 같다. 이름을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은 마음을 쓰는 일이니까. 나는 나무와 함께 좋아하는 것들에 이름을 지어주면서, 나무의 시간이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채워지기를 바라게 된다. 나무가 태어났을 때, 나무에게 이름을 지어주면서 내가 품었던 마음처럼.(29면)

 

헤어짐이 슬픔이 되는 것은 ‘보고 싶은 마음’이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살 아이가 다시는 볼 수 없는 친구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나는 온전히 가늠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마음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쉽게 사라지지 않는지. 나는 나무가 그 마음을 스스로 달래기 위해 “소민이가 보고 싶어” 하고 자주 말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무에게는 친밀한 사람과의 최초의 이별이기도 하니까. 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이별이기도 하니까.(44면)

 

못한다는 실망감 없이, 좌절 없이, 그저 할 수 있을 때마다 연습을 하는 나무를 보며 세상의 모든 일이 사실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좌절하고 낙담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뿐 정작 뛰어드는 일엔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비하하지 않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리고 날마다 조금씩 연습해보는 것. 넘어지면 내일 또 해보면 되는 것. 그렇게 생각하니 무겁게 나를 짓누르던 부담감이 조금은 덜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낯선 몸의 감각을 매일 연습하여 익숙해지는 나무처럼 낯설고 어려운 삶의 문제를 매일 연습하는 기분으로 시도해보겠다고, 다짐해본다.(54면)

 

다 알 수 없지만 알고 싶고 알려고 하는 마음은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오늘도 나는 나무를 다 알 수 없어서, 모르겠어서,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몸을 움직여본다. 든든하게 옷을 입고서.(61면)

 

나는 화가 났다. 화보다는 짜증에 더 가까웠다. 나무에게 “그러면 어떡해!” 하고 말하곤 이미 국물이 묻은 팔꿈치를 들어 올리고 국그릇을 다른 곳으로 치웠다. 감정이 바로 가라앉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겨진 얼굴로 그냥 앉아 있었더니 나무가 갑자기 으하하 소리를 내며 장난을 쳤다. 그게 더 화가 났다. 나는 계속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무가 다소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엄마,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 말을 들으니 날카롭게 미간을 세우고 있던 내 얼굴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런 일로 또 너무 쉽게 화를 냈구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러웠다. 이런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난감했다. 나무는 이제 내 기분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을 땐 제힘으로 되돌리려고 애쓸 줄 알게 된 것 같다. 자기가 애써도 쉽게 기분이 바뀌지 않는 것 같으니 내게 그 방법을 묻기도 하면서. 나는 나무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제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해줬다.(84~85면)

 

나는 아기에게 햇빛과 마찬가지로 어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주 생각한다. 아기가 자라는 동안 어둠의 편안함을 알게 하는 것도 내 몫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빛에는 어둠이 녹아 있고, 어둠의 세세한 면모에는 빛보다 밝은 것이 많다는 것도 알게 하고. 내면의 밝음과 어두움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하면서. 그렇게 함께 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쓰고 싶다.(124면)

 

두돌이 지나고 말을 하게 되었을 때, 어느 날 방 안에 들어온 햇빛 아래 누워 눈을 감더니 내게 말했다.

—엄마, 햇빛이 눈을 가렸어.

햇빛 때문에 눈이 따갑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햇빛에 저절로 눈이 감기니 마치 손으로 두 눈을 가리듯이 햇빛이 눈을 가렸다고 하는 것이었다. 대상을 향한 아기의 태도는 참으로 맑고 아무런 장식이 없다. 있는 그대로 대상을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깨달았다.(135면)

 

나무에게 한번씩 겨울이 온다는 것을 잊을 수 없듯이 사람에게도 한번씩 죽음이 온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에 좀더 몰입하고 일상을 더 충만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풍성한 삶의 빛깔을 갖추기 위해 애써볼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가을, 알록달록 제각각 아름다운 단풍을 보면서. 바람을 만끽하면서.(191면)

서평

‘이상하다’ ‘보고 싶다’ ‘좋아한다’… 

우리를 둘러싼 감정의 첫 순간을 만나다

 

1부 ‘계속해서 자란다’에는 아이와 함께 주고받는 일상을 통해 작가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나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낯설고 두렵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그 처음의 시선을 통해 ‘이상하다’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보며 자신이 낯설게 여겼던, 그래서 두렵다고 받아들였던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무섭다고 느낀 것의 실체를 똑바로 바라보게 되면 그것을 더는 무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진실을 배우면서 말이다. 

이사를 가게 되어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친구가 ‘보고 싶다’고 매일 말하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가 태어나 제일 처음 해봤던 이별이 무엇인지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친밀한 사람과의 이별이 가슴 아픈 이유는 “‘보고 싶은 마음’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그리움이 불러일으키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달래고 겪어내야 하는지, 다시는 볼 수 없는 친구를 보고 싶어하는 세살 아이의 마음을 가늠해보며 우리는 영원한 헤어짐을 감당하는 방법을 연습해보기도 한다.  

2부 ‘서툴다는 것은 배우고 있다는 뜻’은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매일매일 고투하는 시인 안미옥의 일상, 아이를 통해 위로받는 순간을 통해 한때 어렸던 ‘나’의 슬픔을 보듬는 치유의 순간을 담았다. 좋아하는 것과 재미있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발견을 통해, 시 쓰기가 좋아서 시를 쓰게 된 것이 아니라 단지 시 읽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시 쓰기의 괴로움을 딛고도 계속 쓰고 싶어했다는 대목은 이제는 “시 쓰기가 제일 좋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고백은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기 무서워했던 아이가 “처음엔 무서웠는데 나중엔 안 무서웠어. 재밌었어”라고 천진하게 말했던 순간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기도 하다. “무서워도 조금씩 해보면 재미있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거라는 발견은 우리에게 작은 용기를 선사한다. 

“나 엄마랑 안 놀 거야. 엄마랑 노는 거 재미없어”라고 말하며 칭얼대는 아이는 그 이유를 묻는 작가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좋은데 엄마가 싫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사랑해서 미운’ 감정이 자신에게도 있었다고 풀어놓는 작가는 그 미움 또한 사랑의 과정이자 속성일 수 있다는 진실을 이해하며 비로소 마음의 응어리를 푼다. 아이를 통해 사랑의 복잡한 마음을 통찰하게 된 작가가 아주 오랫동안 미워했던 한 사람을 마음 깊이 품게 되는 이 장면은 상처받았던 어린 ‘나’를 감싸안아주는 순간을 통해 독자에게 크나큰 위로를 준다. 

한편, 이 책의 중간중간 삽입된 ‘나무의 말’은 아이가 툭툭 던지는 말에서 비롯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담은 삽화로 읽는 재미를 선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할 것이다. 

 

누군가를 알고자 하는 마음은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몸을 움직여보는 것

 

‘에필로그’에는 이 에세이의 초석이 되어주었던 일기를 담았다. 이 「나무 일기」의 서두에는 이 책을 왜 ‘육아일기’로만 한정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가 등장한다. 작가가 출산을 앞두고 “아기를 낳게 되면 내 삶이 사라지고 아기만을 위한 삶을 살게 될까봐” 두렵다는 고백을 하자 그 말을 들은 한 선생님은 자신을 그렇게 분리하면 안 된다고, 육아를 하는 나, 아이를 돌보는 나 또한 ‘나’ 자신의 일부라는 값진 조언을 해준다. 육아 또한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 일기는 내 삶에 대한 일기이지 ‘육아일기’라고 특별하게 부를 이유는 없다고 말이다.

그렇게 새롭게 만나게 된 자신의 인생, 이제 막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존재인 아이를 알고자 하는 마음은 결국 “사랑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소중한 시도가 된다. 무언가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될 때 우리는 조금 더 많이 걸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면서 말이다. 

저자소개

저자 : 안미옥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온』 『힌트 없음』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등이 있다. 김준성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