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국가의 교육 제도는 시민, 아동, 국민, 노동자 만들기라는 사회·문화적 동기와 정치·경제적 동기에 의해 촉발되었다. 즉, 근대사회를 열었던 이념과 필요가 보편화, 대중화, 세속화, 실용화된 공교육 제도를 낳았다. 근대교육은 보편성과 평등성에 터해 국가가 주도하는 대중교육, 제도화된 표준교육의 성격을 가진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세력의 바람과 이념이 함축된 학교는 근대의 교육 공간이자 근대성의 구현체로서 제도화되면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 86~87쪽
근대적 교육 방식은 학교가 점차 독자적인 교육 공간으로 구획되기 시작하면서 체계화된다. 즉, 시간ᐨ기계로서 시간표의 발달과 학급이라는 새로운 분할 방식을 통해서였다. 학생들의 능력과 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이후에는 연령에 따라 분류되고 그에 상응하는 교육 과정에 따라 공간적으로 분할되었다. 근대의 학교는 늘어나는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관리, 분류해야 했으며 이질성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훈육, 통제의 대상으로 분할해야 했다. 물론 이를 뒷받침해 준 것은 발달 단계에 따른 체계적 학습이라는 교육학적 지식이었다.
- 135쪽
근대적 시간과 공간이 근대인을 주체로 호명하며, 근대사회는 근대 주체를 만들어 간다. 아울러 근대적 시간과 공간에는 근대적 지식이 기획되어 있다. 시간, 공간과 지식은 상호 영향을 주며 근대사회를 구성했으며 근대의 시간과 공간, 지식은 근대의 특성과 성격, 즉 근대성을 담고 있다. 전근대와 다른 근대적 지식의 가장 큰 특징은 학문의 과학화와 서구 학문의 보편화라고 할 수 있다.
- 205쪽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절도 있는 생활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 활동이지만, 개별 학생이 의미 있게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영위할 것을 격려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가치로운 일이다. 그래서 학교는 어느 곳보다 자유롭고 다양하고 탄력적인 시간이 존재하는 곳이어야 한다. 균질적이고 객관적인 시간으로만 존재하고 작동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체험의 시간’이 끝없이 움직이는 곳으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 260~261쪽
무엇보다 학교공간은 규율 공간을 넘어서는 자율 공간이어야 한다. 기존 학교에는 사적 공간이 없다. 아이들에게만 허용되는 사색의 공간, 자율적 자치 공간을 마련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교육 분야의 건강성과 진보는 지속적인 차이, 새로운 아이디어, 아이디어에 영향을 주는 실험, 다양한 형식과 방법 간의 우월성을 둘러싼 경쟁과 협동 등에 좌우된다. 따라서 학교공간에서 규율과 자율은 적절히 경쟁하고 공존해야 한다.
- 74쪽
근대사회는 개개인을 특정 질서의 틀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강제하고 길들임으로써 특정 형태의 주체로 양성 혹은 변형해 왔다. 즉, 주체가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식이 주체로 하여금 특정 형태로 사고하게 만든다. 주체와 지식의 관계가 뒤바뀐 것이다. 이제는 수단적, 수동적 앎으로부터의 탈피, 학습된 나로부터의 탈출, 즉 ‘폐기 학습(unlearning)’이 필요하다.
- 2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