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붙어 있는 부산과 대구가 사투리에서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가 궁금할 수 있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분지 지역인 대구는 공기 울림에도 멀리까지 말을 전달할 수 있게 첫 음절부터 강한 악센트가 발달했고,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은 파도 소리에도 음성이 들리도록 악센트가 발달했다고 한다. 사투리에 지역의 풍광과 관습, 삶의 양태가 녹아 있는 것이다. | p.20 〈대구 사투리〉
이 갓바위로 인해 팔공산은 1년에 적어도 한 번은 매스컴을 타는 ‘스타 마운틴’이 되었다. 대구 사람들은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갓바위의 명성을 믿고 불교를 믿든 안 믿든 간절한 소원이 생기면 갓바위에서 정성을 다해 기도한다. 특히 머리의 갓이 학사모를 닮아 매년 입시철에는 자녀의 합격을 빌며 절하는 학부모들로 정상부는 발 디딜 공간조차 없어진다. | p.34 〈팔공산국립공원〉
대구가 ‘원래’ 보수적이진 않았다. 과거 대구는 좌파가 강한 ‘조선의 모스크바’였고 대표적인 ‘야당 도시’ ‘진보 도시’로 손꼽혔다. 광복 직후인 1946년 미군정에 저항한 10월 항쟁이 대구에서 제일 먼저 일어났다. 10월 항쟁이란 미군정의 친일 관리 고용, 농촌의 쌀 강제징수 등에 항의해 7500여 명 대구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의 발포에 수백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 p.62 〈보수의 심장〉
왕조라는 칭호는 한국시리즈를 몇 차례 우승하는 것만으로 받을 수 없다. 최소 5년 이상 지속적으로 정상급 성적을 내야 하고 단기전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에 2015년까지 정규 시즌 5연패를 차지하면서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완벽했던 왕조 시대를 열었다. | p.83 〈삼성 라이온즈〉
대구에서 납작만두 가게를 방문하면 눈과 입이 즐거워질 것이다. 종이만큼 얇은 만두피를 찢어지지 않게 굽는 모습, 구워진 만두피 위에 파를 띄운 간장에 고춧가루를 넣어 얹어 먹거나 한꺼번에 뿌려 먹는 재미, 소박한 맛의 즐거움이 밀려올 것이다. | p.115 〈납작만두〉
대구가 치킨의 성지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정적인 증거를 보여주도록 하겠다. 대구는 누구나 한 번쯤 먹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 교촌치킨과 처갓집양념치킨, 멕시카나,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멕시칸치킨, 부어치킨 등 유명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의 고향이다. | p.118 〈치킨의 성지〉
당시 전국의 약령시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을 ‘영(令)바람 쐰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약재라도 ‘대구 영바람 안 쐬면 약효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구 약령시가 유명해서 원산이나 함흥 지역에서 생산한 약재를 대구 약령시에 가지고 왔다가 다시 생산지로 실어 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한다. | p.149 〈약전골목〉
프랑스에 파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몽마르트르 언덕이 있다면, 대구에는 근대의 시간과 문화로 채워진 공간 청라언덕이 있다. 서문시장 맞은편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을 지나 대구제일교회의 고딕 양식 첨탑이 보이는 쪽으로 걸어가면 청라언덕이 나온다. | p.160 〈청라언덕〉
농민・상인・군인・학생뿐만 아니라 부녀자・기생・승려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 담배 끊기, 음주 절제, 금은 패물 헌납 등으로 3개월 만에 20만 원에 이르는 성금이 모아졌다. 그러자 일본 통감부는 국채보상운동이 단순히 나라 빚을 갚자는 운동이 아니라 국권 회복 운동이자 항일 운동이라 생각했다.
| p.179 〈국채보상운동〉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노래된 조선의 자연적 요소들은 식민지 대구에서 그가 체험하거나 발견한 것들이다. 이상화의 아우 이상백은 그 배경지를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의 앞산 보리밭’으로 특정했다. 학자들은 ‘수성못 둑에서 수성들을 바라보며’ 구상한 작품이라거나 ‘청라언덕에서 수성들을 바라보며’ 구상한 작품이라는 해석도 한다. | p.222 〈시인 이상화〉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시장 내의 방치된 상가를 예술가들에게 내주고 이곳에서 창작활동 및 전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예술작품으로 관객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시장 상권을 되살리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젊은 문화예술인들은 쓸쓸한 골목 분위기가 김광석의 음악과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 p.237 〈가수 김광석〉
서울 사람에게 남산이 있다면 대구 사람에게는 앞산이 있다. 남산과 앞산은 닮은 점도 많다. 대표적인 시민 쉼터라는 점을 시작으로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산기슭에 중앙정보부 또는 국가안전기획부가 있었고, 주한미군의 군부대가 있었고, 전망대에 연인들이 자물쇠를 채웠고, 각 방송국 통합 송신탑이 있고, 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있는 게 공통점이다. | p.273 〈앞산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