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초원의 ‘황금 인간’에서 신라의 ‘금관’까지,
고고학으로 살펴본 황금 문화의 아름다움
황금과 초원은 역설적으로 보인다. 황금은 온대 문명에서만 발달했다고 오해하기 쉬우며 반대로 초원은 미개와 야만이라는 이미지로 점철된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러한 통념을 깨고 그 어느 지역보다 황금 문화가 발달했던 유라시아 유목민들의 황금 문화와 그들의 미적 가치를 재평가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아시아로 전파한 황금 문화를 다시 살펴보고 동아시아 미적 가치의 형성에 이바지한 유라시아 초원의 역할을 밝힌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학계와 사회에서 거의 접하지 못했던 유라시아 최신의 황금 문화를 새롭게 소개하고 신라의 황금 문화를 재평가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문명 간 교류의 상징인 실크로드를 통해 동아시아로 유입된 초원의 황금 예술품이 고대문화의 교류와 사회 형성에 미친 가치를 파악한다. 한편, 최근 한국에서는 역사와 고고학계에서 실크로드와 유라시아로 관심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 하지만 광활한 유라시아와 실크로드를 파악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따라서 인간의 교류 그리고 거시적 아름다움의 흐름을 황금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통해서 고찰하는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구체적 사례가 될 것이다.
고대 황금 문화의 탄생부터 황금 유물을 둘러싼 현대의 분쟁까지,
불멸의 아름다움을 둘러싼 거의 모든 역사
1장(황금 문화의 탄생)에서는 인류 역사 속에서 황금과 황금을 이용한 문화의 탄생을 들여다보고, 고고학이 황금 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이어지는 2장(유라시아, 황금으로 빛나다)에서는 유라시아 초원에서 빛나기 시작한 황금 예술의 기원에 관해 이야기한다. 특히 사카(스키타이 시대) 문화와 흉노를 중심으로 북방 유목 문화의 황금 예술이 본격적으로 동아시아로 확산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3장(동아시아, 황금으로 물들다)에서는 유라시아에서 중국 북방을 거쳐 한반도까지 건너온 황금 문화의 특징을 하나씩 단계별로 정리했다. 이를 통해서 한반도에서 유라시아의 황금 문화의 영향으로 황금이 도입되는 과정을 알아본다. 4장(유라시아와 동아시아 황금 문화의 만남)에서는 황금 예술이 확산되는 과정을 단순한 전파론적 접근에서 탈피해 실크로드를 매개로 초원과 동아시아 간에 형성된 다양한 지역 네트워크로 설명한다. 새롭게 도입되는 황금이 동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애호되던 옥기의 전통과 어떻게 결합하고 확산했는지를 살피면서 황금 문화의 확산과 정착 과정을 밝힌다. 한반도에서는 신라 마립간 시기에 황금 문화가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에 서기 3~6세기 대 유라시아 민족 대이동 시기의 금관과 황금 마스크를 권력과 제사의 독점이라는 관점으로 비교해서 새롭게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5장(황금, 아름다움을 둘러싼 빛과 그림자)에서는 단순한 고대문화를 떠나서 현대사회의 분쟁 상황에서 희생되고 있는 황금 유물의 발굴과 전시품의 운명을 다룬다. 황금의 미적 가치는 수천 년이 지나도 거의 바뀌지 않는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지역 간 분쟁과 국가 이데올로기 형성에 고대 황금 유물이 집중적으로 사용됨을 의미한다. 단순한 고대 유물이 아니라 21세기 현대사회에서 계속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고대에서 현대로 이르는 황금 예술품의 가치를 다시 살펴본다.
‘가장 적나라한 죽음의 현장에서 찾아낸 가장 화려한 예술’
고고학자는 무덤 속 죽음의 흔적인 해골들 사이에서 황금 유물을 찾아낸다. 영원한 것은 황금이지 인간이 아니다. 고고학자가 찾아낸 황금 유물의 미적 가치가 더욱 극적인 이유는 가장 적나라한 죽음의 현장에서 찾아낸 가장 화려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영원과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갈구로 세상은 교류하고 움직였다. 바로 유라시아의 황금 문화가 가지는 진정한 가치다. 아시아의 미는 지금 바야흐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유라시아에서 유입된 황금 문화가 신라에서 꽃피우고 지금은 다시 세계적으로 한국의 미를 대표하고 있다. 아름다움은 고립이 아니라 다양한 교류에서 피어난다. 유라시아 황금 문화가 아시아의 미를 탐구하는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