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하지만 엄마 앞에서 그래도 되는지 몰라서 주저했다. 곰곰이 생각했지만, 그건 별일이 아니었다.(16쪽)
누구나 조금씩 잘못은 하기 마련이다.(29쪽)
또 한 번의 일요일이 늘 그렇듯이 지나갔고, 이제 엄마의 장례를 치렀고, 나는 다시 출근해서 일할 것이고, 그리고 요컨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34쪽)
나는 내 삶을 바꿀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내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54쪽)
그녀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면서 아마도 바로 그런 이유로 자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고, 어느 날 바로 그런 이유로 자신이 나를 역겨워할 것이라고 중얼거렸다.(55쪽)
당연히 나는 엄마를 무척 사랑했지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모든 정상적인 사람들도 때때로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바랐다.(81쪽)
아무래도 하루하루는 살기에는 길지만, 너무 느슨해서 서로 넘쳐흘러 뒤섞여버리고 말았다. 하루하루는 그러다가 저마다 이름을 잃어버렸다. 내게는 어제 혹은 내일이란 단어들이 유일하게 어떤 의미를 지녔다.(99쪽)
“모든 게 사실이고, 아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111쪽)
그의 말인즉 내게는 한 점의 영혼도 없고, 인간적 심성은커녕 인간의 마음을 지켜주는 일말의 도덕 원칙도 찾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121쪽)
나는 황급히, 약간 말을 버벅거리면서, 그리고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들릴 줄 잘 알면서 그것은 태양 때문이었다고 말했다.(123쪽)
엄마는 인간이 오롯이 불행하기만 하지는 않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134쪽)
나는 그보다 훨씬 더 나를, 모든 것을 내 삶을, 다가올 죽음을 확신했어.(142쪽)
나는 옳았고, 나는 계속 옳았고, 나는 언제나 옳았어.(143쪽)
살인죄로 기소되었는데,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형된들 뭐가 그리 대단한가?(143쪽)
아무도, 아무도 그녀를 두고 울 권리는 없었다. 그래서 나 역시 다시 살아볼 채비가 됐다고 느꼈다.(145쪽)
마치 잠들기 전의 그 엄청난 분노가 내 번뇌를 씻어주고 희망을 비워버린 듯이, 온갖 기호와 별들로 충만한 이 밤을 마주하고 서서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애정 어린 무관심에 자신을 열어줬다. 그 세계가 꼭 나와 똑같고, 형제 같다는 깨달음에 이르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었고, 여전히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1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