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의 한적한 소도시 굴덴베르크. 1957년, 이곳에서 ‘호른’이라는 이름의 한 남자가 죽었다. 소설이 전개되는 시점은 1980년대 초로, 1957년 당시 호른의 죽음을 겪었던 다섯 인물, 게르트루데 피슈링거, 크루슈카츠, 슈포데크, 토마스, 마를레네가 그의 죽음에 대해 총 39회에 걸쳐 보고한다.
그러나 이들 다섯 인물의 보고에는 ‘호른의 죽음’이라는 사건 자체보다는 각자가 안고 있는 개인적인 문제와 자신의 운명에 관한 내용이 더 많이 담겨 있다. 절박하고 강렬한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마치 퍼즐처럼 직조되는 가운데, 독자는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상호 연결하며 호른의 죽음의 실체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간다.
소설은 총 8장으로 각 장은 모두, 죽은 호른과 사건 당시 10대 소년이었던 토마스의 대화로 시작된다. 호른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저승에서 유령처럼 등장해 살아 있는 자들로 하여금 자기의 죽음을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
《호른의 죽음》은 스탈린주의로 채색된 1957년 동독 사회에 히틀러 체제의 파시즘으로 얼룩진 과거사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독특한 방식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옛일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행위와 그 안에 담긴 의미, 그리고 역사를 어떻게 어떤 관점에서 이해하고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담론들을 담은 수작이다.
1985년 출간 당시 평론가들로부터 “감동적인 아름다움의 소설”, “대가의 탁월한 소설로 40년 동독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의 하나”로 칭송받았으며, 크리스토프 하인은 이 작품으로 우베욘손상, 슈테판하임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