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진다.
그런데 글뿐만이 아니었다. 삶도 그랬다.”
베스트셀러 《어른의 문해력》을 비롯해 여섯 권의 책을 쓰고 글쓰기 코치, 강사로 활동하는 저자도 아침에 눈뜰 때마다 인생을 리셋하고 싶던 시절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아토피피부염을 앓았고, 나이가 들면서 직업병인 허리 디스크에 위경련, 편두통, 자궁내막증까지, 이자 붙듯 각종 증상이 추가되어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그 몸으로 체력과 정신력을 갈아 넣어 방송 작가를 하다가 서른 중반에 인생의 위기를 맞았다. 그토록 바라던 메인 작가가 되었건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피로와 무기력에 절어 초췌한 환자일 뿐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을 돌보는 일을 삶의 최우선 순위로 삼았다. 타고난 조건과 운명을 탓하는 대신, 몸도 삶도 제 손으로 고쳐 쓰기로 결심했다. 살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의 삶은 더 건강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팔을 허우적대다가 생존 수영을 배운 격이랄까”(마녀체력 이영미 추천사). 잘 살고 싶다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직접 부딪치고 실험하며 터득한 고쳐 쓰기의 기술과 지혜가 이 책에 담겼다.
“누구나 한번 태어나면 신체를 바꾸지 못한다. 마치 ‘자동차 뽑기 운’처럼, 70년을 써도 튼튼한 몸이 있고 걸핏하면 이유 없이 잔고장이 나는 몸도 있다. 왜 내 차만 자꾸 고장이 나냐고, 자동차 매장에 가서 바꿔 달라고 하면 바꿔 주나. 나는 뽑기 운이 좀 나빴다. 그렇다고 폐차할 수 없다. 관리하고 잘 달래서 타는 수밖에. (...) 이렇게 하면 앞으로 50년 더 타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미 틀렸다뇨,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작아진 나를 키우는 매일의 습관과 루틴
나를 고쳐 쓴다니 얼핏 어렵고 대단한 일처럼 들리지만, 원래 큰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법. 고쳐 쓰기의 첫 번째 단계는 일단 자신을 아는 것이다. 평소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였을 때 컨디션이 좋거나 나쁜지, 어떤 때 기분이 가벼워지고 어떤 때 마음이 무너지는지, 남들이 그렇다는 것 말고, 내가 겪어 보아 아는 게 중요하다.
중고교 시절 내내 스타킹도 못 신을 정도로 심했던 발바닥 아토피가 스무 살에 대학 응원단을 하며 거짓말처럼 나았을 때, 저자는 처음으로 자신이 ‘움직여야 사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퇴사하고 앞날이 막막할 때도,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독소처럼 차올랐고, 해독하는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등산을 시작으로 클라이밍, 크로스핏, 달리기, 줌바, 요가, 필라테스 등 종목을 바꿔 가며 운동 루틴을 실천한 지 10년, 그는 체력과 복근뿐만 아니라 긍정적 사고와 자기 효능감, 무엇보다 재미를 얻었다. 살다 살다 운동하고 싶어서 설레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저자는 특히 건강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병, 아는 게 힘’이라고 믿는다. 운동, 식단, 생활 습관부터 만성질환 대처법까지, 적극적으로 자기 몸에 귀를 기울이며 맞춤 답안을 찾는다. 유튜브만 열어도 온갖 건강법이 쏟아지는 시대에, 그중 무엇이 나한테 맞는지는 누가 대신 알려 주지 않는다. 그러니 예민한 사람일수록 스스로 더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그렇게 그는 일상을 불편하게 하던 편두통과 기능성 소화 장애를 다스리는 자신만의 적절한 무기를 발견했다.
“몸은 좀 부실해도 하고 싶은 건 많으니까”
자꾸만 삐걱대는 나를 데리고 남은 인생을 무사히 건너는 법
나를 고쳐 쓰는 두 번째 단계는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별하는 것이다. 삶이 매일 화창할 수 없다. 때로는 불볕더위에 버티고 따가운 비도 맞아야 한다. 저자는 자기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을 붙들고 걱정하는 대신 현실적인 방안을 찾고, 스스로 기운을 북돋울 만한 이런저런 궁리를 해 보기로 한다. 이를테면 쉽게 방전되는 체력에 게으른 성향을 타고난 그는 미라클 모닝에 수없이 실패하며 자책하기를 멈췄다. 대신, 그가 하루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푹 자고 일어나서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집중해서 쓰는 것이다.
기운이 달리는 사람은 기분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기분은 곧 기운이니까.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면서 더욱 늘어지고 가라앉기 쉬운 일상을 관리하기 위해 그는 다양한 습관과 루틴을 장착했다. 아침을 여는 시 낭송, 불안과 조급함을 가라앉히는 필사, 식후 스쾃, 옥상 텃밭 가꾸기, 맨발 걷기, 독서 모임 등은 그가 좋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의 목표를 찾고 달성하는 데에도 단단한 밑거름이 되었다.
“느리게 갈지언정 멈추지 않는다”
완벽주의자 말고 완성주의자
몸이 지치고 자주 아프면 마음도 부정적으로 흐르기 쉽다. 몸은 물러도 마음은 단단하니까 마음이 무른 것보다 낫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미워하지 않고 돌볼 수 있기까지 저자에게도 숱한 시행착오와 용기가 필요했다. 체력과 기분 관리에 이어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 단단한 마음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나눈다.
아토피 흉터를 가려 온 긴 머리와 작별하며 남의 시선보다 나의 편안함에 무게를 두는 것, 타인에 대한 섣부른 기대와 판단을 내려놓고, 서툴러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잘하고 있다’는 한마디가 때로 우리를 나아가게 함을 깨닫는 것, 아이를 갖는 일처럼 인생의 굵직한 일들을 애쓰지 않고 흐름에 맡기는 것. 저자는 부족함 앞에서도 삶을 긍정하며 꾸준히 성장하고자 하는 이런 태도를 ‘완벽주의’가 아닌 ‘완성주의’라고 부른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나를 고쳐 쓴다는 건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손으로 빵을 뜯으며 다른 손으로 요가 수업을 예약하는 저자는 자신의 복근 아래 불룩한 뱃살을 보며 ‘이게 나’라고 쿨하게 인정한다. 글루텐 알레르기까지 있는 사람으로서 빵을 끊는다면 좀 더 ‘완벽’에 가까운 체형과 건강을 가질 수 있겠으나, 완벽하면 또 무엇이 그렇게 좋겠느냐며.
“주어진 몸과 삶을 받아들이는 그의 자세는 산뜻하고 담담하다. 책을 읽고 나면 나 역시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마음이 든다. 삶을 고쳐 쓰기 위한 모든 노력은 의미 있다. 그 의미를 들여다보는 책이다.”(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추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