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는 우리가 미디어의 영향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법을 창의적으로 찾아가도록 해줍니다. 어릴 때부터 미디어의 편향 가능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미디어를 사용하고 소비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청소년기에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길러야 성인이 되어서도 여러 미디어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에 미디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31쪽)
이제 OTT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시청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OTT 앱을 열면 가상공간에 일목요연하게 배치된 콘텐츠들을 만날 수 있어요. 온에어 시간을 개인의 스케줄 중 콘텐츠를 보고 싶은 때로 직접 고르고, 보고 싶은 양만큼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우리는 나만의 편성표를 짤 수 있게 된 셈이죠. 이제 영상 콘텐츠 소비를 방송사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수동적인 시청’이 아니라 내가 시청 시간과 공간을 정하고 주도하는 ‘능동적인 재생’의 방식으로 영상을 소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86쪽)
청소년에게 너무 어려울 것 같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영상과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이니 어쩌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미 좋은 콘텐츠를 고르는 감각을 지니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제는 그 능력을 마음껏 꺼내어 발휘할 수 있도록 보호자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대화의 기회를 열어주면 됩니다. (124쪽)
OTT라는 무한한 바다에서 항로를 잃지 않고 지식과 감성을 채워주는 보물 같은 콘텐츠를 찾으려면 이용자가 끝까지 방향키를 놓지 않고 나아가야 합니다. 청소년에게 방향키를 직접 잡게 하고 보호자나 교육자가 그 옆에서 지켜봐 준다면 OTT 탐험은 인문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만드는 좋은 여행이 됩니다. (129쪽)
OTT의 콘텐츠 큐레이션은 결국 나의 과거 선택이 담긴 기록들을 분석한 것이잖아요. OTT라는 숲속에 아무리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해도 늘 발길이 닿던 산길로만 간다면 새로운 풍경을 경험할 기회는 줄어들고 맙니다. 그러니 평소에 즐겨보지 않던 장르도 과감히 선택해 보고, 익숙하지 않은 언어의 영상물도 시청해 보면 어떨까요? 절대 공감할 수 없을 것 같던 낯선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도 막상 보다 보면 다른 인생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140쪽)
나와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을 모두 인정하며 소중히 여기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미디어만큼 효율적인 교재가 없습니다. 보호자와 청소년이 영상을 같이 보다가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없는지, 있다면 왜 그런지를 진지하게 파고 들어가며 대화하다 보면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편견이나 선입견을 발견할 수 있어요. (161-162쪽)
OTT 콘텐츠를 감상하면서도 제작자가 개인이나 사건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강조해서 보여주는지 또는 무엇을 보여주지 않고 가리는지 숨은그림찾기하듯 들여다보는 예민함이 필요합니다. (163쪽)
비평의 분야에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심지어 제작자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작품을 읽고 보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창의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각도의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비평의 매력이기도 하죠. (185-186쪽)
저는 강의 현장에서 실제 OTT 콘텐츠 비평을 할 때마다 보드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있구나라고 느껴요. 그날 같이 이야기를 나눌 콘텐츠를 게임판으로 놓고, 그 위에 구성원들이 각자 자기만의 시각을 탑재한 말들을 올려놓습니다. 그리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정해진 규칙 아래 나만의 감상평을 앞다투어 펼쳐냅니다. 보드게임이 여러 명이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며 즐기는 것이 매력이듯, OTT 비평도 서로의 의견을 놀이하듯 자유롭게 주고받을 때 그 재미가 배로 늘어납니다. (195쪽)
청소년에게 좋은 콘텐츠는 무엇인지 보호자와 교육자, 그리고 청소년 스스로가 작품을 선별할 수 있는 눈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열린 귀, 자신만의 관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입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자 OTT 리터러시의 방향성이 아닐까 합니다. (2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