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가지면, 이것만 먹으면, 이것만 손에 쥐면 완벽할 것 같았지만 막상 바람을 이루고 나면 언제나 다른 것을 탐냈다. _p.20
기분이 태도로 보이는 사람은 하수라지만 정말 기분이 태도로 표현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_p.36
홀로 꾼 길몽조차 입 밖으로 내뱉으면 사라진다는 속설을 믿는 엄마를 따라 나 역시 기쁨과 설렘이 찾아올 때면 덜컥 겁부터 났다. _p.43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돈이 되지 않지만 마음이 끌리는 쪽이다. 훗날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선택한 오늘날의 결정 때문에 싫은 일을 해야 한다 하더라도, 이 길에 시간을 담은 과거의 나를 미워하지는 않기를. 나를 지키기 위해 세운 자존심을 알량하다고 깎아내리지 않기를. _p.62
내가 쓴 글은 아무도 안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어느 날에,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내가 미워지는 날에 나는 내 글을 다듬지 않고 오히려 타인의 책을 편다. _p.68
누가 뭐래도 나는 나니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몸에 주름이 늘고 새치가 나도 그 변화 모두 나니까 나를 미워하는 마음은 이 뜨끈한 우주에 모두 녹여버렸다. _p.84
좋아하는 걸 잘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은 앞으로도 계속 찾아올 게 분명하다. _p.106
왜 나는 남들과 다르게 이토록 끈적하게 한 곳에서 일할 수 없나 고민했더니 답이 나왔다. 계절을 맞는 관점과 비슷했다. 겨울에는 봄을 기다리고 봄에는 겨울을 그리워하듯 회사에 다닐 때는 프리랜서를 소망하고 프리랜서일 때는 회사원을 희망했으므로. _p.122
체중계에 올라갔더니 진짜 나이보다 무려 열 살이나 많은 신체 나이 숫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또다시 스트레스를 받았다. 몸이 나쁘니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몸이 나빠지는 상황이었다. 이 몸을 가지고 나를 좋아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_p.175
잠으로 달아나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일어나면서부터 현실을 미워하고, 완벽한 잠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며 실망하는 일도 따라 그만하고 싶다. _p.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