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나는 공원에 간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출연!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배정한 교수의 공원과 도시 읽기
저자의 추천 공원 리스트 〈이럴 땐 이런 공원 20〉 수록
당신에게 공원은 어떤 곳인가요?
도시의 멀티플레이어 공원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배정한 교수가 국내외 여러 공원과 도시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을 담은 책. 총 58편의 에세이에서 경의선숲길공원, 광교호수공원과 같은 수도권 공원은 물론, 전주 맘껏숲놀이터나 마산 임항선 그린웨이같이 지역에 있는 공원, 뉴욕 도미노 공원, 파리 샹젤리제 같은 외국의 공원까지 약 40곳의 다양한 공간을 두루 다루며 도시 속 공원의 의미를 묻는다. 산책하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면, 공원을 걷는 것 같다가 어느새 공원의 구조와 미학, 도시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공원은 도시의 괄호다. 도시의 소란에서 탈주해 자발적으로 표류할 수 있는 장소다. 공원은 도시의 문화 발전소다. 도시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며 일상의 미학적 문해력을 길러준다. 공원은 사회적 접착제다. 지역사회와 커뮤니티를 건강하게 지탱해주는 사회적 인프라다. 공원은 도시의 여백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숨통이다. 그리고 공원은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비인간 생명체와 사물이 함께 거주하는 혼종의 경관이다. … 공원은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주는 위로의 장소이자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이다.”_6쪽, 〈책머리에 · 공원이 온다〉에서
이처럼 이 책은 ‘도시의 멀티플레이어’라 할 수 있는 공원의 다채로운 면면과 역사를 세세하게 보여주면서 지금 우리의 공원은 진정 어떠한 모습인지, 우리는 이 공공 공간과 도시를 어떻게 가꾸어나가야 할지 묻는다. 이런 물음은 곧 우리가 어떤 사회와 삶을 바라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글이 하나의 공원을 주제로 잡고 있어 글마다 다른 공원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며, 저자의 공간 경험에 대한 감각적이고 위트 있는 묘사가 그 즐거움을 배가한다. 일차적으로 독자가 공원을 ‘감각으로’ 만나기를 바랐던 저자의 의지가 발현된 대목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원의 역사와 철학에 대한 안내와 비평적 관점 또한 놓치지 않는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멀거나 가까운 공원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당장 밖으로 나가 공원을 걷고 싶어질 것이다.
공원은 위로와 환대의 장소다
그리고 위로와 환대의 공간은 어쩌면 공원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어령의 공원론을 인용하며 공원은 몸에서 배꼽과 같이 반드시 필요한 빈 공간이라고 말한다. 모든 장소를 효율성과 상업성의 논리로 채우려고 하는 시대,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될 ‘빈 공간’에 대한 사유는 곧 대안적 삶에 대한 사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전주 맘껏숲놀이터나 괴산의 뭐하농처럼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조성된 공간뿐 아니라 광화문광장이나 박물관, 사옥 빌딩, 야구장처럼 바쁜 도시생활 틈틈이 스며들 수 있는 도시의 공간들까지 우리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여기며 각각의 공간을 주제로 삼아 다룬다.
“놀랍게도 야구장은 규격이 제각각이다. 베이스 간 거리를 비롯한 내야의 규격은 격자형 도시의 블록 크기처럼 일정하지만, 외야의 넓이, 펜스 높이와 재질은 야생의 자연처럼 변화무쌍하다. 도시(내야)와 자연(외야)이 만나 다양한 변주를 펼친다. 이렇듯 야구장은 공원의 한 전형이다. 물론 이런 식의 논리에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을 리 없다.”_78쪽, 〈야구장은 공원이다〉에서
공원은 그 무엇보다 위로와 환대의 장소이며, 그런 공간이 곧 공원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관점은 도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전형적인 '공원'이 아니더라도 우리를 위로하고 환대하는 도시 속 공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공원은 어떤 삶을, 도시를, 사회를 만들어내는가
사연 많은 공간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
책의 후반부는 공원뿐 아니라 거리나 상업 공간,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땅 같은 곳까지 범위를 넓혀 다룬다. 우리가 공원에 갈 때 공원만 걷는 것이 아니듯,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공원을 둘러싼 거리와 도시까지 만나게 된다. 이러한 공간들 중에는 역사적으로 '사연이 많은' 곳들도 많은데, 이 책에서 그 내막을 상세히 들을 수 있다. 독자들은 이곳저곳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구체적인 도시 공간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을 것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공간에 대한 비평적 관점과 도시사회학적 쟁점에 대해 고민해보게 될 것이다.
“[LA 퍼싱 스퀘어가] 기피와 소외의 장소로 전락하게 된 건 1950년대의 개조 작업 때문이라고 한다. 지하에 주차장을 넣느라 지면을 주변 가로보다 올리고 높은 담으로 광장을 가둔 게 패착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이리 바꾸고 저리 고쳐도 공포와 배제의 장소성을 지울 수 없었다.”_251~252쪽, 〈어느 광장의 추억〉에서
“해방 이후 세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 많은 철거와 복원 행위의 대부분은 전근대 조선 왕조를 순수의 원형으로 삼고 그것을 단편적으로 소환하는 형식을 취해왔다. 일제의 유산을 지우고 조선의 흔적을 표피적으로 복원하는 것을 정치적 스펙터클의 창출에 이용한 경우가 많았다. 새 광화문광장이 내세운 ‘잃어버린 역사성 회복’에 대해서는 심층적 토론이 필요하다.”_259쪽, 〈공원으로 광장을 구원할 수 있을까〉에서
공원과 도시에서의 경험뿐 아니라 조경미학자로서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지식까지 전달하는 에세이를 쓰고자 했던 저자의 포부는 부 구성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1부에서는 주로 공원의 개인적 차원, 즉 일상적, 감각적, 미적 경험이라고 묶일 만한 글들을 배치했다. 조금 무리해서 ‘공원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를 달 수도 있는 2부는 타인과 관계하는 공간으로서의 공원을 다룬다. 3부에는 주로 공원이 도시(의 공간과 문화)와 맺고 있는 다층적인 함수 관계를 다룬 글들을, 4부에는 공원을 넘어 다양한 도시 공간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 도시 걷기, 도시 재생 등을 다룬 글들을 엮었다. 사진과 설계안 등을 비롯한 풍부한 이미지 자료를 함께 삽입했고, 부록으로는 저자의 사심이 가득 담긴 추천 공원 20곳의 목록을 실었다. 머리로도, 몸으로도 공원에 가고 싶은 모든 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