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를 입은 늘씬한 다리에 긴 금발을 질끈 묶고
산등성이를 맨발로 성큼성큼 기어오르는 젊은 여성,
마치 밀림이 자기 집 앞마당이라도 되는 양 익숙하다. 곧이어 귀여운 새끼 침팬지 한 마리가 다가온다.
그러자 반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이 쪼그리고 앉는다.
새끼 침팬지가 거리낌 없이 한 손을 뻗는다.
여성도 손을 뻗어 새끼 침팬지의 손을 잡는다.
제인 구달의 이런 야성적인 매력과 야생 침팬지와의 교감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렌즈를 통해
무수히 복제되어 세상에 퍼져나갔다.
마법과도 같은 TV 화면을 통해 짜릿한 정글의 세계가
사람들의 안방으로 전달되었고,
제인 구달은 스타 과학자로 등극했다.
제인 구달의 아프리카는 책 두 권에서 비롯되었다.
바로 『닥터 두리틀 이야기』와 『타잔』이다.
아프리카 모험담을 담은 이 두 책은
1940년대를 사는 소녀에게
아프리카를 동경하며 자라나게 했다.
타잔의 아내가 되고 싶었던 제인 구달은
스물둘에 진짜로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러나 1957년에 젊은 여성이 아프리카 케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제인 구달은 달랐다.
‘열정만 있으면 못 할 것이 없다’라는 말을
제인 구달만큼 잘 실천한 사람이 있었을까?
야생 동물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던 그 시대에
이십 대의 젊은 여성이 야생 침팬지를 연구한답시고
탄자니아 곰베 밀림으로 들어갔다.
학위도 없는 고졸 여성이 야생 동물을 연구하러
곰베 밀림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구달의 든든한 후원자 리키 박사조차도,
제인 구달이 선구적 성과를 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제인 구달은 곰베에서 30년 넘게 야생 침팬지를 연구했고,
획기적인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가 침팬지에 관해 아는 것 모두가
제인 구달이 밝혀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동물에게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감정은 인간의 영역이었고,
야생 동물은 모두 미개했다.
그러나 제인 구달의 연구로 과학자들은 동물도
지각과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제인 구달은
침팬지의 육식, 도구 사용, 서열, 성생활, 육아, 폭력 등
그들이 인간과 비슷한
생활 양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
과학계의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그녀가 침팬지 연구를 발표할 때마다
무수한 충격과 이야깃거리가 생산되었다.
당시 젊은 여성 제인 구달에겐 어떤 열정이 있었길래
지금도 접근이 쉽지 않은 아프리카를,
그것도 1957년에 여성 혼자 몸으로 쳐들어가,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