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 역사에서 불행했던 사건의 현장을 찾아가서 사건을 소개하고, 그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 특히 피해자의 입장을 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끔찍한 학살의 현장이기도 하고, 억압에 맞서는 항쟁의 현장이기도 하고, 진실을 알리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그런 곳을 굳이 찾아가는 이유는, 아프고 힘들다고 외면한다면 다시 그 불행한 일이 반복될 것이어서입니다. 그런 일들은 과거 독재 시대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중에서
한국전쟁은 현대의 전쟁이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어요. 남한에서만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니까요. 그런데 전쟁기념관은 이런 비극적인 전쟁을 ‘기념’한다고 해요.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은 세계인권선언을 기억하며 전쟁이 영원히 사라지고 평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어요. 우리도 한국 전쟁을 기억하며, 이곳을 전쟁기념관 대신 ‘전쟁기억관’ 혹은 ‘평화기념관’으로 바꿔 부르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전쟁기념관 답사 여행〉 중에서
이제 다시 민주광장에 서 봅니다. 여기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사람들은 목숨을 잃거나, 살아서 광주의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1980년 당시, 다른 지역 사람들은 광주에 계엄군이 들이닥쳤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지요.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진실을 감추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가두고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광주 시민들을 폭도라고 비난하기까지 했습니다. 광주 시민들은 굴하지 않고 자료를 모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실을 알렸습니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 답사 여행〉 중에서
이곳에서 고문을 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일부러 이곳을 피해 다니고, 다시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런 고통의 장소를 우리는 무심히 지나치고 있어요. 이 길을 걸으며 인권과 고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고문이라고 하면 일제의 만행처럼 먼 옛날 일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불과 30여 년 전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종종 일어났던 일이었어요. 고문이 일어났던 장소도 서울 한복판에 있어, 사실 우리 일상과 아주 가까웠습니다.
〈남산 안기부 터와 민주인권기념관 답사 여행〉 중에서
세월호에서 희생된 사람들 가운데는 단원고등학교 학생이나 선생님이 아닌 일반인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원고등학교의 희생자가 워낙 많다 보니 일반인 희생자들에게까지 시민들의 관심이 많이 쏠리지는 않았지요. 하지만 이들 역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희생자들이 틀림없어요. 그래서 일반인 희생자들만을 위한 추모관이 지어졌지요. 바로 인천에 세워진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입니다.
〈세월호 참사 답사 여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