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는 네 가지의 ‘염기’, 즉 아데닌(Adenine), 구아닌(Guanine), 사이토신(Cytosine), 티민(Thymine)이라는 화합물이 연결된 화학 물질의 이름입니다. 이 네 가지 염기가 나열된 순서와 길이, 즉 ‘염기 서열’에 따라서 다양한 구조의 화합물이 생성되지요. ‘유전 정보’란 이와 같은 DNA의 염기 서열을 의미합니다. 또한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연결된 화합물의 이름이며, 생물 작용의 많은 부분을 담당합니다. 유전 정보 중에서 아미노산의 정보를 ‘RNA(리보핵산)’에 옮겨(전사)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결정하는 부분이 바로, 유전자입니다.
종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돌연변이’가 생겨 집단 전체, 또는 일부가 변하고 새로운 종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자연 선택’에 달렸는데, 이것이 진화입니다. 38억 년 전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생물종이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진화 도중 멸종한 종이 현재까지 살아남은 종의 수보다 훨씬 많아서 과거 지구상에 서식했던 종의 99.99퍼센트는 이미 멸종했다는 주장도 있어요. 멸종한 생물의 수와 비교하면 지금까지 다양하다고 생각했던 현존하는 생물종의 수가 얼마나 적은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인간이 멸종시킨 종도 적지 않습니다.
단백질 합성은 전사와 번역 과정을 거쳐 일어나며, 전사와 번역에 관여하는 RNA는 총 세 가지입니다. 전사는 DNA의 유전자 영역에서 전령 RNA(mRNA, messenger RNA)가 합성되는 과정이며 핵 내부에서 일어납니다. 또한 리보솜 RNA(rRNA, ribosomal RNA)와 전달 RNA(tRNA, transfer RNA)가 관여하는 번역 과정은 세포질에 있는 리보솜에서 진행되지요. 리보솜은 rRNA와 다수의 리보솜 단백질로 구성된 입자로 막 구조는 없습니다. 번역은 리보솜에서 mRNA의 코돈 정보를 읽어내 그 정보에 따라 tRNA가 운반해온 아미노산을 결합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을 말하며 반드시 개시 코돈인 AUG에서 시작합니다. 따라서 아미노산 중 하나인 메티오닌(methionine)에서 단백질 합성이 시작되고, 종결 코돈인 UAA, UAG, UGA 중 하나로 끝납니다. 지금까지는 이 규칙을 깬 예외가 발견된 적이 없어 대장균부터 인간까지 모두에게 적용되는 공통 규칙으로 알려져 있어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숙주의 게놈에 외부 유전자가 삽입되는 일도 일어납니다. 일반적으로 세포 분열 시에는 모세포의 유전 정보만 전달되지만, 바이러스는 숙주 게놈을 파고드는 성질을 이용해 증식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으면 바이러스 게놈이 숙주 게놈에 삽입됩니다.
그 밖에 게놈 내부를 돌아다니는 유전자인 ‘전이 인자(transposon)’가 환경 인자의 영향을 받아 유도되는 일도 있습니다. 또한 항체 생산 세포와 같이 면역에 관련된 세포에서는 게놈 수준으로 항체 생산 유전자의 재조합이 일어나기도 해요. 이처럼 체세포는 수정란의 복제 세포라고는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게놈 DNA는 의외로 상처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aa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 술을 단숨에 들이켜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에게 술을 마시라고 강요하는 행위는 살인 미수와 다름없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과실 치상죄가 되겠지만, 불행하게도 마신 사람이 사망에 이르면 살인죄(과실 치사죄)가 됩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몰아붙여 마시게 하면 강요죄, 술을 강요하는 행위를 말리지 않으면 상해 방조죄, 술에 취한 동료를 방치하면 유기죄가 성립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알다시피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유전됩니다. 성장하는 도중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갑자기 a 유전자가 A 유전자로 바뀔 가능성은 없습니다. 술을 잘 마시는지 못 마시는지는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애초에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훈련을 한다고 해서 잘 마시게 되는 것도 아니고, 술을 못 마신다고 해서 의지가 부족한 것도 아님을 기억하세요.
유전자에 대해서는 인간의 유전자 다섯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유전자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고자 일부러 재미없는 염기 서열과 아미노산 서열까지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서열의 의미까지 해석할 필요는 없어요. 전체 서열을 보여준 이유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아주 작은 변이 하나로도 다양한 표현형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염기 서열을 다 합치면 총 9,716개입니다. 인간의 게놈은 약 30억 개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안에 2만 개 이상의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한 염기 서열이 길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고작 인간 게놈의 31만분의 1에 불과하답니다.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정보, 그것이 바로 게놈입니다.
이번에는 범죄 수사나 친자 검사, 또는 식품의 표시 의무 위반을 판정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인 ‘DNA 감정’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을 특정할 때는 게놈 안에서 많이 보이는 반복 서열을 이용합니다. 게놈에서 유전자 영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1퍼센트 정도로, 그 외 영역의 53퍼센트는 중복 서열과 반복 서열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게놈 내부에 있는 반복 서열 한 개를 자세히 살펴보면 반복 횟수가 개인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차가 있는 반복 영역을 여러 개 고른 다음, 각각 몇 번 반복되는지 알아내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도 물론 PCR을 이용합니다.
모든 표현형이 단순히 유전자 한 개로 결정된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세요. 대부분은 여러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답니다. 게다가 ‘음악적 재능을 보여주는 유전자’나 ‘낙천적인 성격을 결정하는 유전자’처럼 능력이나 성격에 관련된 유전자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발견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 1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