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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말 아닌 것


  • ISBN-13
    978-89-320-4220-6 (03800)
  • 출판사 / 임프린트
    ㈜문학과지성사 / ㈜문학과지성사
  • 정가
    26,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10-2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나영
  • 번역
    -
  • 메인주제어
    인물, 문학, 문학연구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김나영 #비평집 #문학평론가 #인물, 문학, 문학연구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2 * 225 mm, 439 Page

책소개

최소한의 자리에서 '평론가'라는 개인이

'미지의 세계'를 상대로 최대한의 질문을 하는 것

 

“유려하고도 섬세한 문체는 비평적 글쓰기의 기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라는 참사와 함께 데뷔한 문학평론가 김나영의 첫번째 평론집 『말과 말 아닌 것』(문학과지성사, 2023)이 출간되었다. 200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된 '김선우론'은 시인의 작품 세계를 해석하고 부연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닌, '새로운 비평적 호명'을 달성해냈다는 평과 함께 당대 문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다. 이후로도 김나영은 탁월한 비평적 감수성과 텍스트의 맥락을 발견해내는 발견술을 통해 단연 뛰어난 해설들을 발표해왔다. 문학 비평을 해석한 지 햇수로 15년 차에 접어든 저자는 그 시간 동안 한국 사회의 중대한 사건을 온몸으로 겪어내야만 했다. “차벽과 물대포와 촛불 광장을 마주했고, 여러 번의 참사를 목도”했다. 그 혼란 속에서도 문학 비평이 지켜야 할 자리에 대해 고민하며 “그에 맞선 목숨을 건 투쟁들을 빠짐없이 알고자” 했다. 이렇듯 평론가 김나영에게 문학 비평이란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는 동시에 매 순간 타자의 세계를 탐문하고 함께 살아가고자 한 다짐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김나영은 자신의 첫 책, 『말과 말 아닌 것』에서 비평의 특성과 숙명에 대해 다시금 짚어나간다. 이는 비평이 작품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나 '태도'에서 머무는 게 아닌, 자기 자신을 둘러싼 변화를 유연하게 수긍하고 확장시키는 과정임을 의미한다. 이렇듯 김나영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비평이 가져야만 하는 '책임감'이었다. 텍스트를 분석하고 해체하여 다시 그 속의 의미를 헤아리는 작업은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책임지려는 태도를 갖췄을 때야 비로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한가운데서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더 창조적인 텍스트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돌봄'의 시간을 받아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히 “좋아해서” 시작했던 문학 비평은 삶에 관한 탐구와 질문으로 이어졌고, 평론가 개인과 세계를 온당하게 책임지려는 시도가 되어주었다. 이렇듯 나와 타인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삶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이어가는 평론가 김나영은 “믿음이 헛되지 않도록, 진실과 성실을 다하고자 노력할 것”(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당선 소감)이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왔다. 오랜 시간 성실하게 문학으로 삶의 궤적을 그려온 작가의 첫 책은, 오랜 약속에 대한 응답이자 한국 문학이 오래도록 지켜오고자 했던 순수한 열망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말과 말 아닌 것'은 언어의 방법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간단히 분별하고자 하는 의도로 붙인 제목이라기보다는, 문학이 애초에 언어로 씌어졌으나 언어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것들을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나의 믿음에 대한 표현이다. 문학은 말을 통해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준다. 언제나 문학은 이 밖의 것을 거듭 말의 안으로 껴안아보려는 시도일 것이다. _「책머리에」

 

타인을 존중함으로써 가능한 문학의 자리, 비평

 

김나영은 등단 직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문학이란 무엇이고, 어떤 글을 쓰고 싶냐는 기자의 물음에 “계속 질문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답한다. 이렇듯 그의 문장 끝에는 언제나 작은 물음표가 그려져 있었다. 아마도 '그런 게 아닐까' 하는 물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마침표가 단정하게 찍혀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여전히 화자의 마음과 세계의 질서를 향한 궁금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세상 속으로 단숨에 파고든 사람, 이 책은 세상이 궁금한 이의 부지런한 사랑이 남긴 흔적이다. 1부에는 1990년대 이후 끊임없이 논의된 '문학의 일상성'에 대해 되짚으며 이성복이 그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기이하고도 낯선 자리”를 발견해낸다. 새로울 것 없는 삶 속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도출해내는 시인들의 세계에서 김나영은 다시금 신해욱과 김언의 시를 호명하고, 2000년대의 이후 부각된 여성시와 그 이후에도 결코 고정될 수 없는 시적 주체의 뜨거운 이마 위에 손을 얹은 후 찬찬히 촉진해나간다. 그 외에도 구병모와 김사과의 장편소설, 2010년대 한국 소설의 동향 등. 1980년대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개인과 일상에 대해 말하는 한국문학의 변화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재조명한다. 2부 「시의 얼굴들」에는 이성복, 김언, 이장욱, 서효인, 이원, 이수명, 백은선, 김리윤에 이르기까지 아름답게 탄생한 문장들로 현실을 투영하는 시를 쓰는 각 시인의 세계에 관해 다각적으로 읽어낸다. 3부 「소설의 시간」은 윤성희, 김애란, 정소현, 편혜영, 손보미, 한유주의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아내는 시간을 시간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허물어진 삶을 다시 봉합하고 조합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다. 4부 「문학의 무늬」는 문학이 남긴 잔상들을 다시 해체하여 견고하게 분석해내는 텍스트들을 담아냈다. 이렇듯 김나영의 비평은 일상과 비일상, 진실과 허구, 사랑과 몰이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이 모든 것에 살며시 물음표를 달아 전혀 다른 관점으로 작품을 해석해낸다. 견고하게 지어진 문장 앞에서 독자는 자신이 살아오지 못한 세계를 만나고, 이때 평론가는 어두운 방 안에 앉아 자신이 오래도록 궁리해왔던 물음의 촉수를 높인다. 이렇듯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시인을, 소설가를 김나영의 글을 통해 사랑하게 될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1부 일상과 문학

 

시는 일상이다 — 이성복 시의 일상성

시를 짓고, '나'는 산다 — 신해욱과 김언의 시

시작을 전복하는 2000년대의 여성시

통감하는 주체, 유무의 경계 너머의 말들

본의가 아닌 본의로 — 동명이설(同名異說)의 동상(同相)들

도시에 대한 상상,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 — 구병모와 김사과의 장편소설

소설의 사실 — 2010년대 한국 소설의 한 동향

현실과 문학의 현실 — 문학이 공론장에서 활용되는 방식들

 

2부 시의 얼굴들

 

일기가 되지 못한 노래 — 이성복론

비법(非法)의 비법(秘法) — 김언론

그, 말을 오래 중얼거리다 — 이장욱론

시인이여, 불참(不參)에 참여하라 — 서효인론

어떻게 탄생할 것인가 — 이원론

아름답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 이수명론

시의 가능, 사라진 마을의 복기 — 백은선론

현실의 이면을 투영하는 시 — 김리윤론

 

3부 소설의 시간

 

시간의 길이와 소설의 깊이 — 윤성희, 「이틀」

구원하며 구원되는 실감 — 김애란, 「물속 골리앗」

위로, 마음을 되짚는 길 — 정소현, 「돌아오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 편혜영, 「야행(夜行)」

한계 없는 이야기의 방법 — 손보미, 스타일이라는 동력

죽음과 얼음 — 『연대기』에 이르는 한유주 소설의 연대기

 

4부 문학의 무늬

 

삶, 다른 시간들의 접속사(史)

속수무책(束手無策),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여지들

얼굴도 이름도 없이

본문인용

이제는 나의 삶이 오로지 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고 있고 동시에 다른 삶에 내가 빚지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알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 나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떤 일들이 있었다'고 말하고 그 발생과 변화에 관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곧 나의 변화를 의미한다. 앞서 '그것들'을 통해 문학 비평의 문을 열게 되었다고 고백할 수 있었던 차원에서 나는 여전히 개인의 경험에 갇혀 있었다. 이후 비평의 방식을 통해서 변화한 것은, 나를 사유하고 감각할 때에도 개인성에 국한되지 않(못하)는 지점과 그 연원을 질문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무엇인가를 비평할 때는 분명한 관점과 태도가 요구되기도 하지만 분명함이란 자기를 거듭 단속하는 와중에 유연한 변화를 수긍하는 데에서 지속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내 삶 속에서 문학 비평은 자기 목소리를 지키면서도 또 다른 자기를 무시하지 않는 것, 매 순간 타자의 세계를 탐문하고 함께 살기를 다짐하는 일이 되었다.

'책머리에'에서

 

지금 여기서, 모든 시는 서정시라는 전언을 되새겨본다. 시를 지배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시인의 정서가 아닐 수 없고, 시의 화자는 시인 자신이 아니고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혹여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는 순간에도 시인은 시를 짓는 이가 '나'라는 자명한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한 편의 시가 누군가에게 읽힐 때만큼은 시인의 존재는 장막에 가려진다. 누구도 시 속의 '나'를 시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여기서, 장막에 비치는 그림자를 주목해보려 한다. 그 그림자는 무엇보다도 시의 무대에 등장한 화자의 존재를 의심하게 한다. 다시 말해, 이 의심은 시인이 어떤 의도로 화자를 시의 표면에 내세운 것인가이다.

시를 짓고, '나'는 산다 — 신해욱과 김언의 시

 

이쯤에서 다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이런 문학의 기능이다. 한 편의 소설을 구성하는 수백 개의 문장 가운데 절묘한 하나가 우리 삶의 한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 그 때문에 소설은 하나의 사건을 다루는 경우에도 수백 가지 인간의 삶의 장면을 상상하고 그 각각에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경험의 대입이 동원된다. 문학이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처럼 한 편의 작품이 그 속에서 내가 수많은 삶을 살아보는 경험을 통과해서 나로 다시 돌아오는 경험이 가능하도록 씌어졌기 때문이다. 한 편의 소설을 하나의 강력한 주제에 동원되어 해석될 때, 공론장으로서의 문학은 납작하게 접혀서 또 다른 공론장에 끼워 넣을 만한 책갈피가 될 뿐이다.

현실과 문학의 현실 — 문학이 공론장에서 활용되는 방식들

 

개인들이 '우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모두에게 심장이 있기 때문이다. 한 계절이 가도록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워해보고, 새벽 내내 편지를 적어 본 적이 있는 자라면, 또한 마음을 놓듯 누군가의 얼굴과 이름 앞에 흰 국화를 두고 온 적이 있는 자라면 이 시의 도입부에서부터 반복해서 말하는 “우리의 심장을 풀어”라는 구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경험으로부터 알게 된다. 그 단단하게 맺힌 것이 풀어져, 흰 눈처럼 쏟아지고, 그다음에는 푸른 새싹을 틔울 수 있기를 기원했던 마음들이 이 긴 시를 이루는 짧은 구절과 구절, 그 사이에 풀어져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탄생할 것인가 — 이원론

 

이수명의 시는, 사랑에 관한 것이든 사물에 관한 것이든, 가장 평범해짐으로써 가장 특별해진다. 이때 평범함이란 비범함을 간직한 평범함이다. 모든 것의 표본이 될 만한 것으로서의 평범함은 얼굴과 팔 다리가 없는 몸통[torso]처럼 사실적이면서도 현실의 문법에서 어긋나 있는 존재의 방식이다. 이 시는 그러한 존재의 방식을, 거두절미하고 보여줌으로써, 현실에 놓여 있는 시의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목격되는지를 스케치한다.

아름답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 이수명론

 

“여름이니까 그럴 수 있다. 전에도 이런 날이 있었다.” 이처럼 애매하고도 그럴듯한 말을 통해 문제의 외연이 갖고 있던 심각성이 벗겨지고 그것이 내포하고 있던 낯선 기운이 소설의 전면에 만연하게 되는 것이다. 그 낯선 기운이란 이를테면 각자가 체험으로 획득한 삶의 속성이기도 하다. 매 순간 누구나 저마다의 편견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만, 또 다른 순간 저와 다른 입장에 동화됨으로써 놀랍게도 누구의 것도 아닌 하나의 마음을 만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윤리적인 당위나 논리적인 설득도 해내지 못하는 그 완전한 동감은 소설 속의 한 문장처럼 사소하고도 개별적인 마주침으로서 전체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구원하며 구원되는 실감 — 김애란, 「물속 골리앗」

 

소설 속 '나'는 거듭 철학적인 사유로 빠져들려는 찰나의 자신을 거짓말과 농담으로 잡아챈다. 말하는 나와 그런 나를 부정하는 또 다른 나의 만남은 '거짓말이다'와 '농담이었다'라는 자기부정의 진술 속에서 발견된다. 이 자기부정은 결국 소설을 쓰는 자신과 소설 속에 나타나는 자신의 모습의 불화에서 비롯되기도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온전히 말로써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자기 말의 한계를 인식한 나는 나를 부정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긍정하게 된다. 나의 죽음으로써 나의 삶을 계속하는 것이다.

죽음과 얼음 — 『연대기』에 이르는 한유주 소설의 연대기

 

몸의 다른 부분들과 비교해보아도 손만큼 의미심장한 것은 없어 보인다. 하물며 몸에 관련된 대부분의 비유들은 중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가령 '손을 씻는다'는 말에는 팔목에 달린 손가락과 손바닥의 부분을 씻는다는 의미에 더불어 어떤 관계를 끊는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손이 의미 있는 이유는 하나가 다른 하나와 포개져서 온기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신체 부위이기 때문이 아닐까.

속수무책(束手無策),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시의 화자는 “너”라는 대상을 호명하면서, 그리고 너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 혹은 “얼룩진 얼굴”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범박하게 말하면 그 얼굴은 시인의 얼굴이다. 시를 짓는 시인 자신의 얼굴은 일면 “거울” 속에서 발견되는 상인 동시에, 시에 들어 있는 대상의 얼굴이기도 하다. 가령 달을 시의 대상으로 삼았을 경우에 화자에게 자신의 얼굴은 그 달이 된다. 또한 달 속에서 발견되는 얼룩들이 얼굴이 된다. 시인은 시를 통해서,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자이다. 

얼굴도 이름도 없이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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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김나영
1983년 구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예비평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계간 『자음과모음』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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